흰 글씨로 쓰는 것 민음의 시 232
김준현 지음 / 민음사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준현 시집, 흰 글씨로 쓰는 것, 민음사


1. 의미 파악이 쉽지 않다. 말놀이와 단어 쪼개기(예를 들어 ‘목숨’ 이라면 ‘목’과 ‘손’을 분리하여 변주하는 방식)가 자주 발견된다. 시집 제목처럼 ‘쓰기’와 ‘쓰는 것’에 관한 시인의 고민이 시집 전반에서 보인다. 그의 등단작인 「이끼의 시간」이후로 그는 자신만의 세계를 찾으려 한 것 같다.




- 이끼의 시간, 82-83쪽 - 2012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우물 위로 귀 몇 개가 떠다닌다// 검은 비닐봉지 속에 느린 허공이 담겨 있다 나는/ 내 빈 얼굴을 바라본다 눈을 감거나/ 뜨거나, 닫아 놓은 창이다// 녹슨 현악기의 뼈를 꺾어 왔다 우물이 입을 벌리고// 벽에는 수염이 거뭇하다 사춘기라면/ 젖은 눈으로/ 기타의 냄새 나는 구멍을 더듬는, 장마철이다// 손가락 몇 개로 높아지는 빗소리를 누른다 저 먼 곳에서/ 핏줄이 서는 그의 목젖, 거친// 수염을 민다/ 드러나는 싹이여, 자라지 마라/ 벌레들이 털 많은 다리로 밤에서/ 새벽까지 더듬어 오른다// 나는 잠든 그의 뒷주머니에/ 시린 손을 숨긴다 부드럽고 가장 어두운// 비닐봉지 안에 차가운 달걀 몇 개를 담아/ 바람에 밀려가는 주소를 찾는다// 귀들이 다 가라앉은 물에도/ 소름이 돋는 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