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 지구 - 시 쓰고 빨래하고 날씨 걱정은 가끔
서윤후 글.사진 / 서랍의날씨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서윤후 글·사진, 방과 후 지구, 서랍의날씨



1. 서윤후 시인의 여행 산문집이다. ‘시인이 쓴 산문집’ 이란 말에 걸맞은 정갈한 시적 산문이 가득하다. 이십 대 누구나 겪을 법한 고민과 자괴감, 자신감, 엉뚱함, 간절함이 글로 느껴진다. 다음에 그의 첫 시집 『어느 누구의 모든 동생』을 다시 읽게 된다면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여행과 방황을 지지하며.



 
- 내가 나에게서 너무 가까우면 들킬 것이다. 눈금을 지키면서 나를 따라다니는 이 일을 내가 쥐고 있는 간절함과 긴장감이라고 여기며 그만두지 않을 예정이다. 21쪽



- 깜빡이는 눈을 셔터 누르는 것으로 비유하면 좀 유치할까. 기계가 아닌 몸으로 풍경을 기억하는 일에 집중하려고 한다. 물론 그 후에는 사진을 찍거나 녹음을 해서 간직하고 싶은 일부를 담아 온다. 그것은 정말 일부다. 사진이 모든 것을 말해 주고 있다고 속아서는 안 될 것이다. 홍콩의 몽콕 야시장 골목골목에 퍼지는 딤섬 냄새, 두바이의 베이스캠프에서 깔고 앉았던 카펫의 까슬함, 메콩 강변의 야자수 나무에 맨발로 올라서던 아이들의 웃음소리, 호찌민의 데탐 거리나 방콕의 카오산 로드에 섞여 드는 온갖 외국어의 웅성거림 등은 정말이지 사진으로 담아내지 못하고 온전히 내 몸으로 기억하는 풍경이다. 276쪽



- 나의 메모장 곳곳에는 내 안의 쿠데타 끝에 세워진 몇 가지 조약들이 적혀 있다. 317쪽 이하 부분 발췌

마지막 날에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이곳의 마음을 담아 엽서를 쓴다.
두 다리가 마치 ‘녹아 사라진다’는 느낌이 들 때만 택시를 탄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이라도 죄책감을 갖지 않는다.
이곳의 섣부른 기분으로 타인에게 돌아가 만나자거나 보고 싶다는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
마지막 날 옷 한두 벌은 버리고 가기.
노트북에 적은 시와 낙서는 모두 메일로 미리 보내 놓기.
이곳의 언어가 적힌 영수증, 티켓, 팸플릿 챙기기.
기념할 만하다고 해서 읽지도 못할 책 사지 않기.
누가 시킨 적 없는 일만 하기.
매일매일 관광 아닌 산책을 위해 걷기.
음식 주문, 커피 주문, 가격 흥정 외에 현지어로 대화하기.
좋았던 곳은 여러 번 가서 반짝 단골이 되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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