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 책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0
페르난두 페소아 지음, 오진영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페르난두 페소아, 불안의 책(리스본의 회계사무원 베르나르두 소아르스의 작품), 문학동네


1. 페소아가 궁금해진 건 안희연 시인의 시 「나의 작은 베르나르두 소아레스 씨」를 읽고 난 뒤다. 저자인 페르난두 페소아와 『불안의 책』의 주인공인 리스본에 사는 회계사무원 베르나르두 소아레스 씨가 등장하는 시다. 이 책을 읽은 뒤 다시 그 시를 찾아보았다. 비로소 그 시를 이해할 수 있었다.


170센티미터의 키와 61킬로그램의 몸무게, “권태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서”, 산책과 감각, 감정, 꿈(무의식), 상상, 글쓰기를 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인간이 페소아고 그의 수많은 이명(異名) 중 하나이자 이 책의 화자인 베르나르두 소아레스 씨다.


이 책은 수많은 조각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책을 아무데나 펼쳐서 읽어나가도 무방하다. 몇 텍스트만 읽어도 화자의 불안과 꿈, 내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금방 느낄 수 있다.


異名(알바루 드 캄푸스, 알베르투 카에이루(시골에 살면서 전원시를 쓴 인물)),


* 사실 없는 자서전



- 도라도레스 거리에 있는 이 사무실이 내게 인생을 의미한다면, 같은 거리의 내가 살고 있는 이층 방은 예술을 의미한다. 그래, 예술. 인생과 같은 거리에 살되 주소는 다른 예술. 나를 삶에서 해방시켜주지만 산다는 것 자체에서 해방시켜주지는 못하고, 인생과 마찬가지로 지루하기 짝이 없으며, 단지 다른 장소에 있을 뿐인 예술. 24쪽

- 신이 존재하든 존재하지 않든, 우리는 신의 노예다. 34쪽


- 부조리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까지, 가짜로라도 스핑크스가 되어 질문을 던져보자. (중략) 삶에 동의하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 자신에게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 부조리야말로 신성한 것이다. (중략)
이론과 반대로 행동하기 위해서 이론을 세우고 거기에 대해 심사숙고하자. 우리의 행동에 모순되는 이론을 통해 우리의 행동을 정당화하자. 길을 만들고 그 길로 가는 게 아니라 정반대로 행동하자. (중략)

책을 읽지 않기 위해 책을 사자. 음악을 듣거나 거기에 누가 오는지 보려는 생각 없이 음악회에 가자. 걷느라 지쳐 있을 때 긴 시간 산책하고, 시골이 따분하므로 시골에서 며칠을 지내자. 35-36쪽


- 나는 속도의 쾌감과 공포를 맛보기 위해 성능 좋은 자동차나 급행열차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전차와, 가공할 정도로 발달한 나의 추상 능력이면 충분하다. 105쪽

- 오늘 오후 나 자신을 분석해본 결과, 나의 글쓰기 체계는 두 가지 원칙에 의거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중략) 첫째, 느끼는 것을 말할 때는 정확히 느낀 대로 쓴다. 분명하다면 분명하게, 모호하다면 모호하게, 혼란스럽다면 혼란스럽게 쓴다. 둘째, 문법은 도구일 뿐, 법칙이 아님을 명심한다. 117쪽


- 단어와 문장을 가지고 장난하지 않을 때 나는 결국 누구인가? 감각의 거리에 버려진 채 ‘현실’의 길모퉁이에서 떨다가 ‘환상’의 빵을 먹고 ‘슬픔’의 계단에서 잠들어야 하는 불쌍한 고아다. 122쪽


- 글을 쓴다는 것은 잊는 것이다. 문학은 인생을 무시하는 가장 유쾌한 방식이다. 음악은 마음을 달래고, 미술은 기운을 북돋고, 연극이나 무용 같은 행위 예술은 즐거움을 준다. 그러나 문학은 잠에 빠지듯 인생에서 멀어지게 한다. (중략)


- 여행을 떠난다는 생각만 해도 멀미가 난다. 나는 내가 한 번도 보지 못한 것들을 이미 다 보았다. 나는 내가 아직 보지 못한 것들을 이미 다 보았다. 161쪽


- 이성의 여인숙
믿음과 비판을 연결하는 길 중간에 이성이라는 여인숙이 있다. 이성이란 어떤 대상을 믿음 없이도 이해할 수 있다는 개념이지만 그래도 역시 믿음이다. 왜냐하면 이해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뭔가가 존재한다는 믿음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2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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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6 0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춘기의배꼽 2019-02-27 09:53   좋아요 0 | URL
죄송합니다. 팔 생각이 없는 책이라서요. 그럼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