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하여 - 철학자 장켈레비치와의 대화 철학자의 돌 4
블라디미르 장켈레비치 지음, 변진경 옮김, 이경신 해제 / 돌베개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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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장켈레비치와의 대담, 죽음에 대하여(Penser la mort?), 돌베개



1. 아내의 외할머니가 최근에 돌아가셨다. 호우가 쏟아지던 날 화장을 하고 절에 있는 야외 납골당에 모셨다. 그날 오후 거짓말처럼 날씨는 개었고 또 다른 장례식장을 찾았다. 회사 동기의 부친이 대동맥 파열로 쓰러지셔서 수술 후 깨어나시지 못하고 가셨다. 아들 내외는 얼이 빠진 듯 보였다



2. 누구도 죽음을 피해갈 수 없다. 다만 시한이 확정되어 있지 않고 연기되어 있을 뿐이다. 조건부, 불확정 시한부의 삶은 죽음이 있기에 삶으로서 가치가 있다. 죽음이 없다면 삶도 없다. 떠나는 사람과 남겨진 사람을 죽음이라는 칼은 단번에 나눈다.



노환으로 병석이지만 가까운 사람의 얼굴을 다보고 가는 죽음과 동기 부친의 죽음처럼 갑작스러운 죽음을 다 같은 것일까. 갑작스러운 죽음은 남겨진 사람에게는 고통이지만 떠난 사람에게는 떠나 보내는 사람의 슬픈 모습을 기억하지 않아도 되었기에 기쁜 일이라고 위로할 수 있을까.



3. ‘지속, 시간’의 생철학자 앙리 베르그송과, 철학자이자 소설가 안톤 체호프의 영향을 받은 저자의 죽음에 대한 사유는 ‘신비’다. ‘삶의 의미를 부여하지만 그 의미를 부정하는 비의미(non-sens)’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의 이행’으로서의 죽음은 결국 삶을 위한 것이라는 메시지로 읽었다. ‘죽음에 대한 불안’ 보다 ‘삶에 대한 불안’이 더 심한 현 시대에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 메모


- 내가 죽음을 생각하는 한, 나는 죽음의 안이 아니라 그 밖에 존재합니다. 내가 죽게 되리라는 점에서 나는 죽음의 안에 있지만, 내가 나의 죽음을 생각하는 한에서는 그 안이 아니라 밖에 존재하게 되는 것입니다. 67쪽




- 안락사에 호의적인 진보주의자들도 빠지기 쉬운 신학적 선입견에는 주의해야 합니다. 즉 죽음은 오직 신이 결정할 문제이고, 인간은 다른 인간이 죽어가더라도 그것을 막을 수 없으며, 기술로 인해 얻게 된 능력을 모두 동원하는 것도 필요치 않다는 생각 말입니다. 88쪽




- 죽음은 다른 것으로의 이행이 아니라,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의 이행입니다. 더구나 그것은 이행이라고 할 수 없는 것으로, 끊없이 이어지는 것이며, 바깥이 없는 창문과도 같습니다. 1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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