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쓸모없기를 문학동네 시인선 84
김민정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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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시집,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문학동네



1. 대담하고 경쾌하다. 언어유희를 자주 활용한다. 근데 슬프다. 겉으로는 입꼬리를 올리며 웃어도 속으로 삼키는 눈물이 웃음에 묻어 나온다. ‘씨발, 좆’ 같은 욕이나 비속어도 자주 등장한다. 내가 하고 싶었지만 체면 때문에 하지 못했던 말이나 상상도 있다. 모든 이가 그런 시를 쓰거나 읽을 필요는 없지만 누군가는 쓰고 읽는 시도 분명 있다. ‘아름답고 쓸모없기’에 자꾸만 손이 가는 시들.



-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8-9쪽 부분



지자난 겨울 경북 울진에서 돌을 주웠다/ 중략 / 속살을 발리고 난 대게 다리 두 개가/ V자 안테나처럼 돌의 양옆 모래 속에 꽂혀 있었다/중략 // 물을 채운 은빛 대야 속에 돌을 담그고/ 들여다보며 며칠을 지냈는가 하면/ 물을 버린 은빛 대야 속에 돌을 놔두고/ 들여다보며 며칠을 지내기도 했다// 중략 / 제모로 면도가 불필요해진 턱주가리처럼/ 밋밋한 남성성을 오래 쓰다듬게 해서/ 물이 나오게도 하는 돌이었다/ 한창때의 우리들이라면/ 없을 수 없는 물이잖아, 안 그래?// 물은 죽은 사람이 하고 있는 얼굴을 몰라서/ 해도 해도 영 개운해질 수가 없는 게 세수라며/ 돌 위에 세숫비누를 올려둔 건 너였다/ 김을 담은 플라스틱 밀폐용기 뚜껑 위에/ 김이 나갈까 돌을 얹어둔 건 나였다/ 돌의 쓰임을 두고 머리를 맞대던 순간이/ 그러고 보면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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