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시골의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
프란츠 카프카 지음, 전영애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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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시골의사, 프란츠 카프카, 전영애 옮김, 민음사, 2015, 1판77쇄
#변신 #카프카



1. 아침에 침대에서 눈을 떴을 때 '벌레'로 변한 내 모습, 가끔 팔다리와 몸이 내 몸 같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이건 벌레와 인간의 외형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장자'처럼 '벌레와 나도 한낱 미물에 불과하고 사람이 죽으면 흙 속의 벌레에 물어 뜯겨 벌레의 몸의 일부가 될 텐데 무엇을 걱정하는가'라며 달관하기란 불가능하다.




2. 카프카의 변신을 읽으면서 변신의 주체는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가 아니라 그의 가족인 아버지, 어머니, 누이동생이라고 생각했다. 그레고르가 외판원으로 고된 노동으로 가족을 부양하고 동생의 미래를 위해 뒷바라지를 생각하는 상황에서 아버지는 삶의 의욕을 상실한 듯 의자에 앉아 졸았고, 누이도 어머니도 그레고르의 짐이었다. 그런데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버지는 제복을 입은 은행 사환으로 취직했고 동생도 취직을 위해 불어를 배우고 적극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그레고르의 입장에서는 배신감이 느끼지 않았을까. 그레고르 없이 유유히 외출을 하는 가족들을 보면서 서글픔을 느꼈다.




- 가장 큰 탄식은 그러나 언제나, 그레고르를 어떻게 옮겨야 될지 아무리 궁리를 해도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아 지금의 형편으로서는 너무도 큰 이 집을 떠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레고르는 자기야 적당한 상자에 공기 통할 구멍이나 몇 개 내면 쉽게 수송할 수 있는 만큼 이사를 가로막는 것이 그에 대한 고려 뿐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잘 간파했다. 식구들로 하여금 집 바꾸기를 망설이게 만드는 것은 오히려 여지없는 절망과, 일가친척들 중에서 그 누구도 예가 없을 만큼, 자신들이 불운에 아주 져버렸다는 생각이었다. 58쪽



3. 카프카의 '변신'외에도 다른 작품 '판결'에서는 게오르크의 아버지가 '내가 너를 지금 익사형에 처하노라'고 말하고 '시골의사'에는 병을 고치지 못하고 하녀 로자를 마부에 맡기는 의사가 나온다. '학술원에의 보고'에서는 5년간 인간화 되어버린 원숭이에게 잃어버린 본성을 실토하라는 인간들의 모습이 나온다. 사랑에 실패하고 인정욕구에 목말라 하면서 인간다움을 잃고 '변신'하는 모습에서 또 한번 서글펐다.




- 판결

게오르크의 아버지의 말
“이제 그럼 너 말고도 이 세상에 뭐가 있는지 알았지, 지금까지는 너는 너 밖에 몰랐다. 너는 본디 순진무구한 아이였지, 그러나 근본을 보면 너는 악마 같은 인간이었어! - 그러니 명심하거라! 내가 너를 지금 익사형에 처하노라!” 94쪽





- 학술원에의 보고

학술원의 고매하신 신사 여러분!
여러분께서 소생에게 원숭이로서의 소생의 전력에 대한 보고를 제출하게끔 스스로에게 명하는 명예를 주셨습니다.
이런 뜻에서는 저는 유감스럽게도 권고를 따를 수가 없습니다. 원숭이다움과 지금의 저 사이에는 오 년 가까운 세월이 가로놓여 있습니다, 달력으로 재면 짧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해왔듯이, 박차를 가해 달음질치기에는, 무량무변의 긴 시간이었습죠, 구간에 따라서는 탁월한 인간, 충고, 갈채, 그리고 오케스트라 음악이 동반되었습니다만, 근본에서는 혼자였습죠, 함께 했던 모든 것들이, 경관(景觀)에 머무르기 위해, 멀리 차단 목책(木柵) 앞에 멈추어 있었으니까요. 105쪽

- 제가 제일 처음으로 배운 것은 악수였습니다. 악수라는 것은 솔직함을 증명하지요, 제가 제 생애의 절정에 서 있는 오늘에도 예의 첫 주먹질부터 하고 난 다음에야 솔직한 말도 덧붙여지는 것 같습니다. 1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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