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23일 토요일 한국민속박물관을 다녀와서

 

국립현대미술관(서울관)을 다녀온 뒤 눈앞에서 누이의 손을 놓친 소년처럼 그 곳의 눈빛이 잊혀지지 않았다. 매서운 바람이 온 몸을 마비시키는 날에 다시 안국역으로 갔다.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경복궁 편에서 “경복궁 구경의 끝은 국민민속박물관이라는 글을 본 적도 있고 특별관에서 원숭이 해를 맞이해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특별전도 해서 꼭 가고 싶었다.


정문을 지나 우측으로 돌면 웅장한 건물이 보인다. 1972년부터 1986년까지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사용되다가 현재는 국립민속박물관으로 사용하는 건물이다. 정면 계단은 불국사의 청운교와 백운교, 건물 중앙은 법주사의 팔상전, 오른쪽은 금산사의 미륵전, 왼쪽은 화엄사 각황전의 모양을 본 떠 디자인 한 것이다. 박물관 안에 들어서니 2시 5분 전이다. 2시부터 전시안개가 있다고 하기에 기다렸다. 엄마 손 잡고 온 아이와 나, 셋이서 전시설명을 들으면 각 전시실을 둘러보았다.


총 3개의 일반 전시실은 


1)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우리 민족 생활사를 연대기에 따라 보여주는 제1전시실(한민족 생활사) 


2) 전통사회의 생활자료를 계절의 흐름에 따라 보여주는 제2전시실(한국인의 일상) 3) 조선시대 양반가 사람들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주요 의례를 중심으로 전시된 제3전시실(한국인의 일생)으로 구성되어 있다. 문화해설사 송석염 님의 친절하고 생생한 체험을 곁들인 해설은 전시 이해가 큰 도움이 되었지만 제3전시실에 들어서기도 전에 1시간이 훌쩍 지났다. 꼼짝없이 설명을 들으며 섰다가 걸었다가 하니 다리도 아프고 지쳤다. 화장실 가는 척 슬쩍 빠졌다. 부디 용서하시길.


우선 지친 몸을 의자에 앉히고 눈을 감고 음악을 들었다.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전시는 생각보다 조촐했다. 20여분이면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예로부터 원숭이는 살지 않았다고 한다. 십이지 동물이자 무덤을 지키고 재주꾼, 출세, 모성애를 상징하는 길상동물인 원숭이는 서남서를 지키는 방위신이다. 또한 3시와 5시 사이의 시간신이기도 하다. 猿(원), ‘잔납이’ ‘진납이’라고 불렸는데, 올해가 丙申年인데 丙은 음양오행상 火를 뜻하고 붉음을 상징한다. 申은 십이간지상 원숭이해를 의미하여 올해를 붉은 원숭이해라고 부르는 것이다.


 

『장자』에 나오는 원숭이가 생각났다. 작은 재주를 뽐내지 말라는 교훈으로 해석되는 이야기지만 무서워 숨어 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닌 것 같다.

 

“오나라 왕이 강을 타고 내려가다가 원숭이 산에 올라갔다. 많은 원숭이가 오나라 왕을 보고 무서워 달아나 깊은 숲에 숨었다. 그중 한 원숭이는 까불면서 나뭇가지에 매달려 왕에게 재주를 자랑했다. 왕이 그 원숭이에게 활을 쏘았더니 원숭이는 그 화살을 재빠르게 잡았다. 왕이 시종들에게 서둘러 활을 쏘라고 명했다. 원숭이는 화살을 손에 쥔 채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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