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아요 선생님 - 남호섭 동시집
남호섭 지음, 이윤엽 그림 / 창비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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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아요 선생님, 남호섭 동시집,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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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자는 지리산 자락 산청에 있는 ‘간디학교’에서 일하는 현직교사다. ‘간디학교’ 연작시를 비롯해 읽어나가는 것만으로도 미소 짓게 하는 빨간 홍시 같은 동시한편 따다 먹었다.




- 만우절(간디학교 1) 14쪽, 전문


오늘은 쉽니다


교무실 문에 이렇게 써 붙여 놓고/선생님들 다 도망갔다./남의 교실에 들어가 시치미 떼기,/선생님 앞에서 싸우다가/의자 집어 던지고 나가기,/우리가 음모 꾸미는 사이에// 한발 앞서/선생님들 다 도망갔다.





- 기숙사(간디학교 9) 27쪽, 전문

백혈병 치료 중인 아이가/ 머리를 박박 깎은 모습을/ 텔레비전에서 보고/ 여럿이 가슴 아파하며 울더니// 문득, 청란이 머리를 깎았다./ 안 그래도 작고 귀여운 청란이/ 동자승처럼 더 맑아졌다.// 다음날 친구들하고 목욕탕 가서/ 목욕하고 나와 옷 입기 전/ 할머니 한 분이 조심스레 물으셨다.// 어느 절에서 오셨어요?/ 청란이 잠깐, 우물쭈물하다가 말했다./ 기숙‘사’에서 왔습니다.




- 봄비 그친 뒤 51쪽, 전문

비 갠 날 아침에/ 가장 빨리 달리는 건 산안개다.// 산안개가 하얗게 달려가서/ 산을 씻어 내면// 비 갠 날 아침에/ 가장 잘생긴 건/ 저 푸른 봄 산이다.





2. 동시라고 절대 쉽게 보면 안된다. 가장 쓰기 힘든 글이 어린이를 대상으로 쓰는 글이다. 글쓴이가 어른아이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동작가를 존경한다.





- 똥 86쪽, 전문

풀 뜯는 소가 똥 눈다.//긴 꼬리 쳐들고/푸짐하게 똥 눈다.// 누가 보든 말든/꼿꼿이 서서 푸짐하게 똥 눈다.//먹으면서 똥 눈다.

: ‘소가’를 ‘사람이’로 바꾸어 보면 다른 느낌이 든다. ‘먹으면서 똥 누는’ 인간, 생존을 위해 음식을 음미할 시간도 없이 허겁지겁 먹으면서, 소화시킬 새도 없이, 똥 누고 또 먹어야 하는 인간이라는 동물을 애도하며.






- 눈사람 93쪽 전문

학교 운동장에/ 눈사람이 서 있습니다.// 실컷 놀다 돌아간 아이들 발자국.// 눈사람이/ 발자국을 따라갑니다.

: 눈사람도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교실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을까. 머리카락 변변이 없는 머리에 솜털모자라도 얹어주고 가느다란 나뭇가지처럼 앙상한 팔과 손에 장갑이라도 껴 주면 좋지 않았을까. 일본 대사관 앞에 있는 소녀상의 손에 손난로 하나 쥐어 주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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