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울

#저울


저울의 무게는 누가 잴까
양팔의 벌려 바람의 무게를 재어 볼까
양다리와 양가슴은 평형이 아니다
다리가 무거우면 가슴은 가볍다
머리에서 발까지 긴 여정을 떠나는 사람
가벼워야 한다 가벼움마져 버려야 한다
계절이 바뀌어도 바람은 가늠할 수 없지만
바람은 분명 다르다
나는 바람을 안고 양다리를 차례로 내딛으며 걷는다
나는 가장이다
참을 수 없는 것은 존재인가 가벼움인가
가장은 참을 수 있는 존재의 가벼움이다
저울이 평형을 이루는 꿈을 꾸었다
주사위는 몸을 뉘이지 않고 떠 있다
육면의 숫자가 쏟아져 몸을 누른다
하나는 가볍게 둘은 나란히 셋은 뾰족하게
넷은 갑갑하게 다섯은 찬란하게 여섯은 무겁게
무거운 다리를 이끌고 무서운 다리를 건너는 꿈
나는 새롭다 나는 가볍다고 되뇌이며
아이처럼 가벼워지고 싶어 나이를 먹는다
그림자에도 무게는 있다
밝을수록 그림자는 무겁고 어두워질수록 가볍다
티브이에는 영근 얼굴들이 스웨그를 꿈꾸고
고개 숙여 인사할 줄 모르는 뻣뻣한 모자는 가볍다
스웨그는 무거운 것을 가볍게 만드는 것
옥상에서 떨어지는 것보다 집값이 떨어지는 것이 더 두렵다
가장 콤플렉스, 장남장녀 콤플렉스 없는 작품의 이름은
"공동가장"
거기에는 두 개의 심장과 두개의 척추를 매달은
평형을 이룬 저울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