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신문‬

뜨겁고 고요한 아침
정확한 시각에 배달되는 신음소리
폭탄 터지는 소리와 비명소리를 함께 내는 자명종

노려보고 흘기다가 악수하며 웃는 글자들
자음이 없어 받침이 없는 세상에서 둥둥 떠도는
아야 아야 소리만 들리는 박스형 기사
공기주머니를 찬 핏덩이 같은 크렌베리가 떠오르는 사진

나는 오늘도 흐물흐물한 비명을 밟으며 걷는다
닮아빠진 구두로 지하세계의 침묵과 사라진 시간과 
죽음의 악취의 밟는다

사냥꾼이 쫒아오고 있다
숨이 가쁘다

어둡고 닫힌 미로를 몇 바퀴 돌면 멀미가 난다
손을 따고 등을 쓸고 두드리고 토하고 손가락을 집어넣어도
멈추지 않는다 
청각과 시각의 불균형은 눈을 감아야 멈춘다
평형을 생각한다

나는 아큐도 
치숙을 둔 조카도 아니다
나는 본 것만 쓴다
본 것과 생각하는 것은 같다 
나는 생각하는 것만 쓴다
나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생각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눈을 떠도 감아도 똑같은 색깔인 벽을 더듬거리며 밖으로 나왔다

스미고 베인 검은 물이 벽을 타고 흐른다
물 위에 떠다니는 뼈들은 빙산에 부딪혀
점점 가라앉는다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는 물방울

물방울은 아무런 자극을 주지 못했다
나는 어두운 독방에서 하루 종일 지난 몇 년간 내가 무슨 일을 했고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하며 부족한 자극을 보충한다
현재를 즐기면 된다는 말은 전혀 자극이 아니다
열심히 노력하면 빛을 볼 수 있다는 말은 자극이 아닌 혐오다

나의 뇌는 바다에 떠 있다
나는 신문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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