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의 기술
함정임 지음 / 봄아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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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고구마 파티와 파티의 기술(함정임, '파티의 기술'을 읽고)





1. 10월 17일 오전 직장노조 주최로 강화도 교동으로 고구마를 캐러 관광버스를 타고 출발했다. 주말이라 도로는 붐볐고, 강화도 본 섬과 교동도를 잇는 교통대로를 건너자 바리케이트 틈에서 나온 해병대원이 버스로 올라왔다. 



"인원수와 대표 1명 연락처 기재해 주시고, 오후 12시 이전까지 나오셔야 합니다."

말투는 평소 내가 민원인을 대하는 사무적인 말투를 닮아 피식 웃음이 났다. 퉁명스럽게 내뱉는 단어에는 '이곳은 민통선'이라는 선명한 줄무늬가 새겨져 있다. 


'고구낚시터 이외에는 낚시금지'라는 표지판을 지나 버스는 조금씩 북쪽으로 내달렸고, 일행중 절반에 가까운 인원을 차지하는 초등학생 아이들은 긴 버스여행이 지루한지 발을 구른다. 



농기계로 고구마밭을 한 번 뒤집어 주신 땅 주인 덕에 우선 각자 가져갈 10킬로그램 한 박스를 쉽게 채웠다.



"우리는 참가비 만원 내고 왔습니다. 돈을 내고 참여하면 레크리에이션이고, 돈을 받고 하면 노동이에요. 천천히 자연을 즐기면서 캐십시오."



모자와 수건사이로 스며드는 가을 햇살에 비친 속노란 고구마를 꼭 닮은 나락들. 드넓은 벌판에 어깨동무를 한 벼들은 가을 바람에 맞춰 고개를 숙인채 좌우로 머리를 흔든다. 대형 스피커에서 빵빵 터지는 사운드에 맞춰 해드뱅잉을 하는 락페스티벌에 온 관객처럼. 바람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저멀리서 오리와 저어새의 울음소리도 들린다. 




밭 주인이 직접 만들었다는 두부와 수육 그리고 막걸리는 덤이다. 돗자리에 옹기종기 모인 무리 위로 잠자리 한쌍이 날아다닌다. 작년에 아내와 저 잠자리처럼 강화도 역사박물관, 연미정, 석모도, 보문사, 고려궁지, 광성보, 초지진, 전등사, 동막해변...... 참 많이 쏘다녔구나. 잠자리처럼 그땐 아무리 날아다녀도 피곤하지 않았는데.









2. 소설가 함정임을 처음 알게 된 것은 경향신문에 그녀가 '함정임의 세상풍경'이라는 칼럼을 통해서다. 러시아, 독일, 프랑스,제주도와 부산 등 국내외 여러 곳에 대한 감상과 문학을 연관지어 쓰는 그녀의 칼럼을 챙겨본다. 



이 책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분명 내용은 여행 에세이인데 왜 제목이 '파티의 기술일까'




'꽃과 파티, 이 둘은 내가 일상을 소소하면서도 생기롭게 일어어나가기 위해 기리는 것들이다. 파티는 일상을 꽃피게 하고, 일상을 예술로 전환시켜준다. 이 책은 그곳이 어디든, 어떤 상황이든 일상을 예술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지속해온 내 오랜 신념의 찰나적 장면들로 이루어져 있다'(프롤로그 중)




총 3부 구성으로, 1부(일상)은 부산의 곳곳을, 2부(여행) 세계의 여러 도시들, 3부(예술)은 작가와 화가들의 작품과 사연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풀어나간다. 특히 중간중간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들이 풍부하게 실려 있어 눈이 즐겁다. 대개 여행전문작가나 사진가가 펴 낸 여행에세이는 사진에 비해 글이 부실한 경우가 많은데 저자가 소설가라 그런지 글이 사진이다. 마음 속에 담아둔 환상에 가까운 바람이지만 저자처럼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글쓰는 삶을 이 책을 읽으며 상상했다. 




파티는 계속 되어야 한다. 파리, 뮌헨, 프라하, 강화도, 부산 어디서든.



#함정임

#파티의기술



여기가 아닌 저기를 꿈꿀수록, 그리하여 감행할수록, 그것은 무엇보다 여기로 잘 돌아오기 위한 것. 떠나면 떠날수록, 떠나 있는 먼 곳에서 순간순간, 마치 깊은 거울 속의 내부를 들여다보듯, 여기 이곳을 생각한다. 여기에서는 저기를, 저기에서는 여기를, 저기는 무수하지만 여기는 오로지 한 곳, 현재의 공간, 곧 내 삶의 현장이다. 나는 일상 속에서의 예술을 꿈꾸듯, 삶의 현장에서 작품과 휴식을 동시에 도모한다. 서재와 부엌이 공존하고, 나와 네가 공존하고, 인간과 우주가 공존하고, 현재와 과거, 과거와 미래, 미래와 현재가 공존하는, 그리하여 영혼과 형식이 공존한다. (223-2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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