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민음사 모던 클래식 58
모옌 지음, 심규호.유소영 옮김 / 민음사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계획생육의 시대 - '개구리'(모옌)를 읽고

1. 어린 시절 살았던 마산시 양덕동엔 동네 형들과 놀러가던 뒷산이 있었다. 떼지어 돌아다니며 주인을 모르는 무덤에 큰절도 하고, 개구리를 잡으러 다녔다. 고인물에 둥둥 떠 있는 개구리알과 헤엄치는 올쳉이가 참 많았었다.

'개구리'는 중국의 '계획생육'정책을 다루고 있다. 농촌의 경우 남자아이를 낳을 경우 더이상 자식을 낳을 수 없고, 첫째가 딸이면 8년 후에나 다시 한 명 낳을 수 있다.

중국 헌법에는 '국가는 계획생육을 추진하여 인구의 증가가 경제와 사회발전계획에 서로 부응하도록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고 한다. 60, 70년대 우리나라 있었던 산아제한정책과 멜서스의 인구론이 떠오른다. 

'계획생육'정책은 우리나라의 헌법가치에 비추어 보면 혼인과 가족생활의 보호와 모성의 보호를 규정한 헌법규정에 반한다. 그렇지만 중국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서양 전통의 민주주의 대신에 중국식 민주주의 모델을 주장하는 것처럼 중국은 철저히 '계획생육'정책을 추구한다. 인구의 기하급수적인 증가는 중국의 힘이자 약점이기 때문이다.



2. 소설 '개구리'의 주인공은 화자인 샤오파오(필명 커더우, 올쳉이라는 뜻)의 고모다. 1937년 생으로 고향인 가오미 둥베이 향에서 산부인과 의사를 수십년 동안 수천명의 아이를 받고, 죽였다. 젊은 시절 사랑에 실패하고, 점토공예가 '하오다서우'와 결혼하지만 아이가 없다. 국가가 운영하는 위생원의 산부인과 의사로서 투철한 직업정신으로 계획생육을 이행한다. 

고모는 산전수전 다 겪은 철녀지만 유독 '개구리'를 무서워한다. 하오다서우와 인연이 된 계기도 개구리였다. 갓난 아기를 뜻하는 '와와'는 개구리의 발음과 같다. 개구리는 다산과 생명의 상징이기에 고모에게는 개구리가 상극일 것이다. 



3. 나(커더우)는 낙태수술도중 아내인 '왕런메이'를 잃고 고모와 같이 일하던 산부인과 의사인 '샤오스쯔'와 재혼한다. '샤오스쯔'도 고모와 수많은 태아를 죽였다. 커더우와 샤오스쯔 사이에 아이가 생기지 않자 샤오스쯔는 천벌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황소개구리 양식을 가장한 대리모 공급회사를 통해 쉰 살이 넘는 나이에 '와와'를 데려온다. 



4. '가오미 둥베이 향'이라는 마을에서 나(커더우)와 소학교 동창인 천비, 천비의 부인 왕단, 미숙아로 태어난 딸 천메이, 일란성 쌍둥이인 왕간과 왕단, 황소개구리 양식회사를 운영하는 위안싸이 등 많은 인물이 우려내는 스토리텔링은 맛은 깊다. 

또한 서신의 형식과 뒷부분에 나오는 극작가 커더우가 쓰는 연극대본의 결합이 만드는 형식의 참신성도 좋았다. 번역자는 '서신이 지닌 사실성과 소설이 지닌 허구성의 혼합'을 느낄 수 있다고 평하며, 저자는 인터뷰에에서 '소설구성에서 서신체와 연극을 결합하는 방식은 분량의 문제를 해결하고, 허구와 진실이 번갈아 등장하는 방식과 연극 속에 연극이 있는 일종의 소격효과는 소설의 서사공간을 크게 확대시켜 소설을 더욱 풍부하고 다의적으로 만든다'고 말한다(534-535쪽)



5. 나이든 고모가 수많은 태아를 죽였음을 속죄하는 듯이 보이지만 결국 사람의 본성이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라는 깨달았고, 태아의 생명권과 낙태권 사이의 충돌의 문제를 넘어 국가가 낙태를 강요하고 계획생육이 아닌 살육을 벌이는 존재로 다가올때 개인이 느끼는 좌절과 공포를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고모가 유산시킨 아이들이 고모부의 손을 통해 하나씩 재탄생하고 있었습니다'(4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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