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속에 위치한 숙소라 그런지 꿀잠을 잤다. 베란다로 나가서 창문을 열었다. 순간 넋을 잃었다. 안개인지 구름인지 하얀 솜털이 산모룽이와 산등성이를 덮고 있었더; 더 신기한 건 해가 뜨면서 점점 그 옷을 벗는데 눈 앞에서 실시간으로 솜털이 흩어져 나갔다. 그러길 10여분 저 멀리 옹기종기 집들이 모인 마을이 보였다. 산과 들을 병풍삼고, 제 마당인냥 살포시 놓인 그 집들을 바라보면서 나중에는 이런 곳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 갈 곳은 강천산 군립공원이다. 숙소 가인연수원에서 대략 20여분 차를 타고 가면 되는데 도착하니 이미 전국각지에서 온 관광버스가 빼곡했다. 여러 코스 중에 맨발산책로를 택해 병풍폭포, 현수교 구름다리를 거치는 5킬로미터, 2시간 코스를 선택했다. 초입에 이름모를 꽃 들이 떼 지어 피어있었다. 암수술이 뒤엉켜 중앙에 몰려 있고 가느다란 팔을 사방으로 펼친 빨간 얼굴을 가진 꽃의 이름은 꽃무릇 상사화였다. 꽃말은 '이룰 수 없는 사랑', '슬픈 추억'이라는데 맞은 편 겹겹이 쌓인 돌무더기 석탑을 지긋이 바라보는 모습이 자뭇 비장하기까지 했다. 

 병풍폭포의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 이름 모를 새소리, 바람에 잎이 부딪치며 내는 소리, 냇물이 바위에 부딪치며 내는 청아한 소리, '여기서 사진 찍자 집합' 외치는 소리, 냇가 한 쪽에 돗자리 깔고 사과 깎는 소리, 흔들리는 구름다리 건널 때 쿵쾅 뛰는 심장소리, 나무 뒤에서 슬며시 고개 내밀 때 찰칵 사진찍는 소리. 일상에 숨어 있는 사금파리를 찾아내는 재미에 여행은 즐겁다. 


2시간여의 산보와 더덕구이 점심식사, 그리고 귀경. 몸은 힘들었지만 길게 늘어선 자동차 행렬마저 정겹게 느껴지는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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