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천국 (반양장) 문학과지성사 이청준 전집 11
이청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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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천국(이청준)'을 읽고




- 등장인물




조백헌 : 원장, 현역대령

이상욱: 보건과장, 원래 미감아(문둥병 부모 사이에서 태어남)

주정수: 일제시대 원장

사토: 주정수의 오른팔

서미연: 분교 여선생, 사실은 미감아

윤해원: 보육소 선생, 서미연에 구애, 

이정태: 소록도 기자

황희백: 장로, 어릴적 문둥병 아저씨를 따라다니면서 끔찍한 경험을 함




1. '새 원장이 부임해 온 첫날밤, 섬에서는 두 사람의 탈출 사고가 있었다. 탈출 사고는 실상 새 원장에 대한 우연찮은 부임선물이었다. 새 원장은 부임인사를 하지 않았다. 탈출 사고 경위부터 조사하기 시작했다.'




'당신들의 천국'의 첫 문장이다. 새 원장이 부임할 때면 으레 '탈출사고'가 일어난다. 원하면 소록도를 나갈 수 있는데도 굳이 돌뿌리 해안근처로 가서 도망질을 한다. 그렇기에 원장의 부임선물이다. 



원장은 인화단결, 정정당당, 상호협조, 재건을 모토로 자신만의 계획에 따라 섬을 바꿔 간다. 가장 먼저 문둥병 환자로 이루어진 축구팀을 만들었다. 몇차례 친선경기를 하고 공식경기에 출전하고, 도대회에서 우승을 했다. 



다음으로 바다를 막아 간척사업을 한다. 나병 환자들의 낙토를 만들어 주겠다는 일념하에 원장부터 원생까지 하나가 된다. 그러나 몇년에 걸친 노력에도 투석과 성토작업을 쉽사리 끝나지 않고, 조백헌 원장은 전임발령이 나버린다. 그 즈음 원장의 사업을 경계하던 이상욱은 섬을 탈출한다. 



7년의 시간이 흘러 기자 이정태가 소록도에 재 방문하고 이정태는 원장이 아닌 주민으로 돌아온 조백헌 원장으로부터 이상욱이 보낸 2통의 편지를 건네받고 본다. 





2. 원장의 명분은 명백하다. 바다간척을 통해 소록도의 자생력을 확보하고 개간한 땅을 주민들에게 배분해서 낙토를 건설한다는 목표다. 이상욱은 냉소적이다. 일제시대 원장인 주정수와 똘마니인 사토가 낙토건설이라는 명분으로 수많은 인력을 동원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고 핍박당했기 때문이다. 명분이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명분의 독점화'는 선택가능성을 배제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부정하는 것은 공산이념과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추종하는 것이다'는 주장을 보자. 현대 시민이라면 '민주공화국, 복수정당제,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부인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명분'은 옳다. 그렇다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가 만능은 아니다. 국민의 선택의 의해 선출된 대표가 위임의 취지에 반하거나 국민의 뜻에 반해 사욕을 추구하거나 자본에 천착하고 확장과 팽창에만 중점을 둔 나머지 소외계층을 살피지 않는 폐단이 발생함에도 오직 '명분'만으로 밀고 나간다. 




3. 선택가능성과 자유의지가 결여된 명분으로 이뤄낸 결과는 그 목적이 아무리 선하다고 해도 그건 '당신들의 천국'이지 '우리들의 천국'이 아니다. 섬안의 사람들의 천국이 아닌 섬 밖에서 섬안의 사람들을 보는 사람들의 천국이다. 




사람들은 환자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표출하기 위해 '탈출'을 감행한다. 

자유는 타인의 것을 빼앗는 것을 전제로 하지만 사랑은 베푸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자유없는 사랑, 사랑이 없는 자유는 불완전하며 믿음의 관계, 입장의 동일함을 바탕으로 공동운명으로 느낄때만 '우리들의 천국'이 된다.




4. '자유,사랑,탈출,동상,철조망..' 상징의 울림이 잔잔히 펼쳐지는 가운데, 실화에 기반한 소설은 무거웠다. 황희백 장로와 조백헌 원장은 대화는 한 사람의 발화가 한 페이지를 넘기도 하고 철학적인 문답이 오고 간다. 술술 잘 읽히는 소설은 아니다. 중간중간 나오는 에피소드들이 무게를 덜어준다. 황희백 장로가 문둥병 아저씨들을 따라다니며 저지르는 행동들은 임진왜란의 실상을 서술한 '징비록'처럼 사실적이고 충격적이었다.



쉽게 읽히지는 않지만 두고두고 생각할 거리를 한아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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