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간 책 - 오염된 세상에 맞서는 독서 생존기
서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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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간 책’(서민)을 읽고

경향신문을 구독하는 내가 1면에서 가장 먼저 보는 기사는 ‘내 인생의 책’이라는 코너다. 각계각층의 명사들이 하루에 한 권 씩 자신들이 감명 깊게 있었거나, 추천하고픈 책을 소개한다. 기사를 읽다 보면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사람들은 독서광이라는 사실을 금새 깨닫게 된다. 경향신문사가 일정기간 이 코너 기사를 엄선하여 편집한 책이 ‘내 인생 한권의 책’(경향신문사, 조희연 외 지음)이다. 다 읽지는 못했지만 사람들의 인생이 담긴 추천 글을 읽어나가다 보면 나도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집 나간 책’(서민, 인물과 사상사) 단국대에서 기생충학을 가르치는 의사가 쓴 서평집이다. 요즘 나도 블로그나 페이스북에 서평을 꾸준히 쓰고 있어서 내가 쓰는 서평의 질을 높이고, 다른 사람은 어떤 책을 읽고 생각하는가에 대해 궁금해서 이 책을 구입했다. 저자는 서평 쓰는 이유를 다섯 가지 정도 든다.


1) 서평은 책 한권 다 읽은 자랑 2) 서평을 올리다 보면 취향이 맞는 사람들끼리 친분이 생긴다 3) 금전적 이익도 생긴다. 알라딘은 ‘이달의 마이 리뷰’에 뽑힌 이에게 4만원의 적립금 지급, 자신의 서평이 다른 이로 하여금 책을 사도록 했을 때, 몇백원 가량의 적립금을 줌. 4) 글쓰기 능력이 향상됨 5) 서평을 쓸 때 인상적인 구절을 써 놓으면 도움이 됨(5쪽-6쪽)

그동안 나는 교보문고 인터넷 서점을 통해 신간을 확인하고 동네 오프라인 서점에서 목차나 개략적인 내용을 검토한 뒤 책을 사는 편이었다. 이제는 알라딘 사이트를 자주 이용해야겠다. 저자는 알라딘 서재의 한 코너인 블로거 베스트셀러에 있는 책을 읽어보라고 추천한다.



인터넷 서평꾼 이현우의 서평쓰는 이유가 더 마음에 와 닿는다.

1) 서평은 일독의 여부를 판단하게 함 2) 읽은 척하게 해 줌 3) 읽지 않게끔 해줌, 희생적이고 봉사적이고 순교적인 역할(6쪽)

그렇다. 서평을 써서 벌어들일 수 있는 경제적 이득은 거의 없다. 혹시라도 높은 사회적 지위에 오르거나 유명인사가 되어 자신이 읽은 책을 저자처럼 책으로 엮어낸다면 모르지만. 그래도 서평을 쓰는 것은 희생과 봉사를 통해 타인들과 교류하고 소통하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대개 제목은 출판사 관계자나 편집자가 지어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책의 제목인 ‘집나간 책’도 출판사에서 정해준 것이다. 저자는 ‘책은 집 구석에서 읽을지라도 앎을 통한 실천은 집 밖에서 해야 한다’는 의미로 짓지 않았나 추측을 하고 있다(9쪽).



책은 크게 3장으로 나뉜다. 1장 사회, 무지에서 살아남기 2장 일상, 편견에서 살아남기 3장 학문, 오해에서 살아남기 총54권. 단순히 책을 내용을 충실히 소개하는 요약집은 아니고 진보적인 시각을 가진 저자가 자신만의 경험과 생각을 덧대고 있다. 특히 보수정권을 자칭하는 세력과 정부에 대해 대놓고 비판을 한다. 이정도면 검찰이나 국세청이 조사할 것 같은데 괜찮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서평집을 읽으면서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안정된 수입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의과대학 교수여서 그런가 생각도 했지만, 그 점을 감안해도 정부와 기득권 세력을 향한 강도 높은 비판에는 분명 용기가 필요하다. 책만 읽는 간서치가 아니라 행동하는 양심을 가진 진정한 시민으로 거듭나야 겠다는 의지를 갖게 해준 책이다.



#기억하기

- 2009년 1월 정부는 법 개정해 여객선의 선령제한은 20년에서 30년으로 완화. 일본에서 18년간 운행되고 기준선령에서 단 2년 남은 세월호를 2012년 수입(416세월호 민변의 기록 69쪽 재인용). 규제 완화명목으로 선장의 안전 점검 의무를 면제. 선박에 싣는 화물 컨테이너의 안전 점검 횟수 줄임. 2012년 수난구호법 개정하여 ‘사고 책임 선주는 사고 초기에 직접 구난구조업체를 선정하여 계약을 맺어야’한다. 민간업체에 구조업무를 떠넘겨 버렸다. 해경은 세월호의 사업주인 청해진해운에 언딘과 빨리 구난 계약을 체결하라고 종용함.(36~37쪽)

- 원칙보다는 적당히가 우선하는 그래서 원칙주의자들이 돌을 맞는 사회를 나는 부러진 사회라고 부르련다(61쪽)

- 2009년 9월, 한국석유공사는 하베스트 에너지를 인수한다. 하베스트 에너지는 매장량 2억 배럴 규모의 석유와 가스 생산 광구 등을 보유했다고 주장하는 회사로, 인수하는데 무려 4조 5,000억원이 들었다. 현지 언론은 신기해했다. “한국 기업이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기업을 비싼 가격에 인수했다.” “한국석유공사가 47퍼센트의 프리미엄을 주면서까지 왜 부실덩어리를 인수했는지 모르겠다.” 그로부터 3년간 이 회사는 한국석유공사에 1조 원 가까운 손실을 안겼다. 더 심난한 것은 앞으로 2조 원 규모의 추가손실이 예상된다는 것(70쪽)

- 위화에 따르면 “이야기의 시작을 알 수 없는 건 참을 수 있지만, 이야기가 어떻게 끝나는지 모르는 것은 정말로 고통스러웠단다.”(74쪽)

- 저자(‘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오찬호)는 열심히 노력해도 취업이 안 되는 작금의 시대가 20대를 괴물로 만들었다고 한다. ...... 자기 것부터 먼저 챙기려 혈안이 되는 게 인간의 본성이 아니겠는가? 지금 대학생이라면 나 역시 그들과 비슷한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으리라. 문제는 20대가 아니라 지금의 20대에게 그런 절박한 현실을 물려준 기성세대다.(81쪽)

- 상대에게 떠난 이유를 따지는 것은 전혀 효과가 없다. .... 그들은 단지 할 수 있으니까 그런 것이다....대부분의 인간관계는 끝내는 것이 아니라 끝나는 것이다. .... 트라우마는 가해자 때문이 아니라 가해자를 이해하려는 순간 시작된다(92쪽, 정희진 ‘정희진 처럼 읽기’ 92쪽 재인용)

- 참을 인(認) 세 번이면 호구다(박명수)

- 부부 간 대화를 위한 지침(156~158쪽에서 존 가트맨 · 낸 실버 ‘가트맨 부부의 감정치유’재인용)

1) 개방형 질문으로 물어야, 영화 재미있었어? 아니. 보다는 오늘 영화 어떻게 생각해?

2) 다른 사람말에 귀 기울이고 거기에 반응하라, 유대감 강화하는 말 하라. 인사담당자인 남편이 아, 누굴 자르나 마음 아프다. 밥 차려놨으니 와서 먹어. 보다는 어떤 감정이 가장 힘들어?

3) 배우자가 화나 있다면 배우자 편 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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