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턴의 아틀리에 - 과학과 예술, 두 시선의 다양한 관계 맺기
김상욱.유지원 지음 / 민음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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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욱·유지원, 뉴턴의 아틀리에, 민음사, 2020

 

물리학자 김상욱과 타이포그래퍼 유지원의 콜라보 작업을 묶은 책이다. 관계(이야기, 소통, 유머, 편지, 시), 관찰과 사색(결, 자연스러움, 죽음, 감각, 보다, 가치), 공동체(두 문명, 언어, 꿈, 이름, 평균), 수학적 사고(점, 구, 스케일), 물질(검정, 소리, 재료, 도구, 인공지능, 상전이, 복잡함)이라는 기계 속에서 하나씩 튀어나오는 복권당첨번호 확인용 공처럼 두 사람은 제시어에 대해 물리학자가 바라보는 미술을, 타이포그래퍼가 주목하는 과학에 대해 각자의 언어로 짧은 에세이를 썼다. 김상욱 교수가 쓴 “김상욱의 물리공부” “양자역학 콕 찔러보기” 그가 출연한 텔레비전 프로그램 “알쓸신잡” 덕분에 그의 미술에 대한 서술이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친숙하게 느껴진다. 개별 분야의 전문가가 협업하는 방식, 각 분야의 전문가가 타 분야를 어떻게 자신을 전문 분야에 녹여내어 서술할 수 있는지에 대해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 자연스러움이 일으키는 아이러니(유지원)

 

‘자연스러움’이란 ‘자연 그대로의 상태’라기보다는 인간이 받아들이는 관념이다. (···) 인간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때, 인간 바깥에서 바라보면 인간은 다른 시각으로 보인다. 비물질이나 무생물을 제외하면, 인간의 반대 개념으로는 네 가지가 떠오른다. 우선 초월적 영역에 존재하는 ‘신’, 그리고 지구 밖에 존재하는 지능이 높거나 낮은 ‘외계 생명체’. 우리의 지구로 돌아오면 인간 아닌 ‘다른 생물들’이 있고, 마지막으로 ‘인간이 제조한 기계’가 있다.

‘기계’에 대비해서 우리는 인간에게 ‘인간적’이라는 표현을 쓴다. ‘인간적’은 놀랍게도 ‘인위’보다는 ‘자연’에 가깝다. ‘다른 생물’, 특히 ‘동물’에 대비해서는 ‘인간답다’라는 표현을 쓴다. ‘인간다움’은 ‘야만’ 아닌 ‘문명적’이라는 뜻이다. 118쪽

 

- 점, 마침표는 쉼표를 낳고··· (유지원)

 

문장부호들은 지금은 한글에도 사용하지만 로마자에서 유래했다. 소문자 i의 점 모양에서 미세하게 크기를 키운 것이 마침표다. (···) 마침표는 i의 점에서 나오고, 쉼표는 마침표에서 나온다. 마침표 두 개를 위아래로 붙인 것보다 약간 길게 꼬리를 그리면 쉼표가 된다. 275쪽 (···) 쉼표를 돌려서 올리면 작은 따옴표 275쪽 가, 작은따옴표 두 개를 나란히 놓으면 큰따옴표가 된다. 워싱턴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의 카렌 쳉 교수에 따르면, 물음표는 라틴어로 ‘묻다’의 뜻인 ‘questio'에서 와서 Q와 점을 위아래로, 느낌표는 라틴어로 ’기쁨의 탄성‘이라는 뜻인 ’io'에서 와서 I와 점을 위아래로 배열한 형태이다. 276쪽

 

- 점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김상욱)

 

점은 부분이 없는 것이다. 뉴턴의 운동방정식은 미분이라는 수학으로 기술된다. ‘미분’은 말 그대로 미세하게 나눈다는 뜻이다. 부분이 없는 점에 도달하기 위해 실제 해야 할 일은 무한히 미세하게 나누는 것이다. 0은 아니지만 0에 무한히 가까이 접근하는 과정이 미분인 것이다. (···) 점은 물체가 아니라 과정이다. 점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2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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