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글자도서] 파씨의 입문 2 창비 국내문학 큰글자도서
황정은 지음 / 창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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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의 마지막 날 새벽, 


며칠 만에 꿈을 꾸었다.


잔디밭이 아닌 옛날 초등학교 운동장 같은 

먼지 풀풀 날리는 맨땅 그라운드에서 

한국과 일본이 축구 경기를 하고 있었다.


그라운드에는 22명의 선수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매주 월요일 아침, 교장 선생님 훈시가 있는 조회 시간처럼

수백 명의 아이들의 웅성거리는 공간에서,


운동회 때 공중에 매달린 박을 터뜨리는 데 쓰이는

작은 고무공을 두고 나와 상대 선수들이 축구를 하고 있었다.


한 골을 먼저 먹은 우리는 맘이 급했다.

남은 시간 만회골을 위해 분주했다.

떄마침 상대의 반칙으로 프리킥을 얻었는데,

상대팀의 뚱뚱한 선수가 프리킥을 빨리 진행하지 못하도록 방해했다.


6시 20분이었다.


한국이 아랍에미레이트 연합에서 열린 아시안컵 8강전에서 

좋지 못한 경기력으로 1:0 패배로 탈락한 뒤 그 잔상이 남았나보다.

일본은 우리를 꺾은 카타르와 결승전을 치를 예정이다.

애써, 결과를 회피하고 


그래도 "한국이 결승에서 일본과 만났다면 우리가 이겼을 거야.

한일 전은 병역면제가 걸린 경기 다음으로 선수들에게 힘을 주거든."

자위했다.



"파씨의 입문"의 마지막 구절을 빌려 온다면, 이렇게 말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1994년에서 열린 미국 월드컵을 참가를 위한 예선에서, 극적으로 '도하의 기적'으로 일본이 떨어지고 한국이 월드컵에 참가케 한 사건으로부터 시작해,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 일본을 이긴 사건, 1998년 월드컵 예선에서 '도쿄 대첩'으로 일본을 이긴 사건의 부근을 지나, 


  20세기 말의 기억, 한 세기의 문이 닫히고, 21세기의 문이 열리는 지점, 학창시절과 성인의 국경을 가르는 경계선을 왔다갔다하며 현기증을 느끼던 바로 그 "조그만 주름"에서 시작되었다 할 것이다.



"파씨의 입문"과 "디디의 우산" 두 작품만 두 번씩 읽었다.


"디디의 우산"에서 디디가 어릴 때 빌린 우산을 돌려주지 못한 부채감에서 도도에게 자기 우산을 건네는 장면, 그 장면 바로 뒤에 동거를 시작한 그 시기의 분위기와, 


"파씨의 입문"에서 열 살의 파씨가 선생님의 지시로 국군 장병에서 위문

편지를 썼는데, "파씨는 세계라는 것은 잘 모르지만 거기가 춥고 아저씨가 너무 추워서 지금 울고 있다면 세계는 빌어먹게 나쁜 곳입니다."라는 글을 군인인 내가 받았다면 천편일률적인 위문보다 훨씬 더 위로를 받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서 최근 나온 소설집 "디디의 우산"을 읽으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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