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 40분쯤 일어났다. 어제밤에는 몸이 으슬으슬 춥고 그래서 오늘 아침에 달리기를 할 수 있을까하고 걱정했었는데 뜻밖에 몸이 산뜻했다. 녹차 마시면서 박완서의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를 다시 한번 뒤적거렸다. 어제 소설은 다 읽었고, 오늘 아침에는 뒷부분에 있는 이남호 교수의 해설부분을 읽었다. 해석이 좋았는데, 한편으로는 너무 칭찬일변도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너무 칭찬만 하면 신뢰가 100% 가지 않는 것이 요즘 내 심사다.

운동장에 나가려고 7시부터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는데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오늘은 운동장에서 달리는 것을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바로 운동화를 챙겨서 비닐봉투에 넣고 헬스장으로 향했다. 헬스장에 도착한 시간은 7시 20분쯤이었다. 스트레칭 없이 바로 트레드밀에서 걷기부터 했다. 걷기는 10분간 했다. 속도는 5km. 이어서 40분간 달렸다. 속도는 시속 7km. 평소보다 좀 빠른 속도였다. 평소에는 트레드밀에서 6.5km 정도로 달린다. 시속 7킬로미터면 마라톤 완주를 한다면 6시간 정도 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트레드밀에서 달리면서 텔레비전 화면을 틀어놓고 보았다.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Mnet을 틀어서 보았는데, 모두 다 뮤직비디오다. 우리나라 가수들이 부른 것을 반 정도 들었고, 나머지는 외국가수들 노래화면을 보았다. 역시나 내용은 천편일률. 젊은 사람들의 사랑이야기. 하긴 사랑이야기를 빼면 재미있는 게 뭐가 있겠나 싶기도 하고, 이른바 뮤직의 주소비층이 그 세대라는 생각을 하니까 이해되기도 하다. 그래도 대부분이 그런 것 일색으로 나가는 것은 좀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30분 정도 달리니 목이 좀 말랐다. 그렇지만 오늘은 아침에 녹차를 700미리 정도나 마셨기 때문에 그렇게 갈증이 나지는 않았다. 지난 주 일요일에 달릴 때는 30분 정도 하니까 목이 많이 말랐었다. 오늘은 특별히 아픈 데가 없었다. 종아리나 정강이 근육도 괜찮았고 무릎이나 발목도 별 신호를 보내 오지 않았다. 내 나름대로의 해석은 스트레칭과 걷기를 10분씩 충분히 한 결과가 아닐까 하는 것이다. 지난 번에는 걷기를 5분 하고 바로 달리기를 했는데, 달리는 도중 장딴지와 정강이 근육이 몽쳐서 초반에 좀 힘들었다. 나는 황영조의 <마라톤 스쿨>을 달리기 지침서로 이용하고 있는데, 거기서는 4단계 달리기에서 초반 걷기를 5분으로 한정하고 있다. 아마 시간을 줄이기 위한 방도로 그런 것이 아닌가 싶어서 나는 내 나름대로 10분으로 늘리기로 했다. 걷기는 오랜 시간만 아니라면 달리는 근육과 관절을 부드럽게 하는데 중요한 구실을 하리라고 믿는다.

40분 달리기 한 뒤에 5분 걷고 10분간 스트레칭 했다. 스트레칭은 한 동작을 10초 정도 유지하는 식으로 바꾸었다. 예전에 나는 스트레칭의 지속시간을 5초 정도로 한정했는데, 그 보다는 10초 정도의 긴 시간으로 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오늘은 땀을 많이 흘린 편이다. 마치고 나서 바로 헬스장 아래층에 있는 사우나에서 목욕을 했다. 사우나실에서 3분.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 가면서 2분씩 목욕을 했다. 냉2-온2-냉2-온2-냉2분씩으로 마무리했다. 아랫도리가 시원해지고 피돌기가 잘 되는 느낌이다. 몸무게를 재어보니 76.5킬로그램이다. 평이한 수준이다. 마치고 집에 들어온 시간은 9시 15분. 마침 아내와 둘째녀석도 집근처에 있는 목욕탕에 다녀오다가 마주쳤다. 큰 녀석은 아직도 집에서 자고 있단다. 일요일이 좋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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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전에 펠릭스 호프만이 그린 <늑대와 일곱마리 아기염소>의 리뷰를 쓰면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펠릭스 호프만이 그림을 그린 비룡소판 <그림동화집>이 세권짜리로 나온 게 있다. 가격으로 치면 4만원 돈이 넘는데 너무 사고 싶었다.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다가 다시 보관함으로 옮기고 말았는데, 이러면 안 되지 하는 심정이었다. 오늘도 벌써 세권이나 되는 책을 주문해놓았는데 또 책을 산다는 것은 과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읽는 것도 감당이 안 될 것 같다. 결국 책꽂이에 꽃혀서 나를 조롱하는 괴물 밖에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 전에 사 온 책도 아직 소화를 못 시키고 있는데 말이다. 더구나 우리 집에는 몇 년 전에 산 한길사판 <안데르센 동화>가 여섯권짜리나 있다. 그것도 드문드문 보았을 뿐이다. 살 때는 바로 읽어야지 하다가도 일 주일 안에 읽기를 포기하고 만다. 나머지 세월은 책을 볼 때 마다 후회와 빚독촉을 당하는 사람의 심정이 될 뿐이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은 다 못 읽고 가져다주면 그만이지만, 돈주고 산 책은 읽지 않고 소장만 하고 있을 때의 심정은 괴롭다못해 참담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내 스스로 방화벽 하나를 설치하기로 했다. <안데르센동화>를 다 읽고나면 <그림동화>세권짜리를 돈 주고 사는 것도 허용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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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일곱 마리 아기염소 비룡소 세계의 옛이야기 1
그림 형제 글, 펠릭스 호프만 그림, 김재혁 옮김 / 비룡소 / 2000년 7월
평점 :
품절


책 뒤 소개글을 보니 그림형제는 형인 야고프가 1785년에 태어나서 1859년에 죽었고, 동생인 빌헬름은 1786년에 태어나서 1859년에 죽었다고 나와있다. 이네들이 활약한 시대는 19세기 전반기인 셈이다.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과 함께 1789년에 일어난 프랑스혁명이 유럽을 혁명의 시대로 몰아가던 그런 시절에 활동한 것이다. 그림형제는 당대의 약소국인 독일에서 태어났다. 그들이 시대적인 과제로 인식한 것은 독일민족의 부활과 통합이었다. 그들이 독일의 민담과 전설을 수집해서 책으로 펴낸 것은 그런 일을 통해서 독일민족의 정신을 부흥시키기 위한 것이었을 것이다. 따지자면 그들은 독일민족주의자인 셈이다. 그들이 펴낸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동화집>은 200년 가까운 세월을 흐르면서 세계 어린이들이 읽는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우리 나라에서도 그림동화는 안데르센 동화나 이솝우화와 함께 어린 시절의 필독서처럼 여겨진다. 내용을 알고보면 그림동화는 무섭고 황당한 내용이 많다. 이런 황당함은 안데르센이나 이솝우화 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래동화에도 많이 보인다. 그래서인지 어린아이의 교육상 필요하지 않은 장면은 없애버리고 순화된 형태로 동화를 들려주려는 부모들도 많고, 거기에 부합하여 그런 종류의 책을 펴내는 출판사들도 많다.

펠릭스 호프만은 그림형제의 동화에 충실하게 그림을 그려냈다. 그는 스위스에서 출생했고 교육은 독일에서 받았다. 스위스가 사실상 독일문화권이라고 본다면 그는 그림형제의 동화를 그림으로 그릴 충분한 문화적인 자격을 부여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1911년에 태어나서 1975년에 죽었다고 하는데, 이 책은 1957년 판이라고 나와있다. 그림책으로서 50년 가까운 세월을 살아남아서 한국어로도 옮겨졌다고 한다면 그림에 생명력이 있는 것일 거다. 그림책 안내서들에서도 호프만의 그림책들에 대해서는 호의적인 평가들이 나와있기도 하다. 그런 유명세에 의존하지 않고도 우리는 이 그림책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어보면 금방 그것을 알 수 있다. 우선 아이들은 이 그림책의 원작인 늑대와 아기염소 이야기를 무척 좋아한다. 우리나라 동화에서도 '해와달이 된 오누이'는 얼마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야기인가.

언뜻보면 이 그림책의 그림은 거칠어보인다. 빛깔도 어둡고 칙칙한 편이다. 만약 이 책을 이렇게 양장으로 잘 제본하지 않고, 비룡소출판사에서 내지 않았다면 그 가치가 좀 떨어졌을 것 같다. 막상 책을 처음 받아보았을 때는 좀 이질적인 느낌이었다. 이상하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익숙한 그림을 찾는 사람의 태도가 여기서도 나온다. 그렇지만 책꽂이에 두고 여러번 책을 읽어보았더니 곧 그림에 익숙해지고, 이 그림의 독특한 맛도 좀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시중에 나와있는 수없는 <늑대와 일곱마리 아기 염소>나 <늑대와 일곱마리 아기양>들에 비해서 보면 이 책의 그림은 독특하다. 정말 염소 같은 느낌이 든다. 늑대도 너무 흉측하거나 너무 귀엽지 않고 실감이 나서 좋다. 석판화로 그렸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엄마 염소는 숲 속에서 혼자 산다. 아기들이 일곱이나 있지만 밖에 일하러 나갈 때는 좀 봐달라고 부탁할 이웃조차 없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신신당부한다. 늑대는 변장을 잘하니까 조심하라고. 엄마가 아니면 절대로 문을 열어주지 말라고. 아기염소들은 "엄마, 우리 모두 조심할게요. 걱정 하지 말고 어서 다녀오세요!"하고 엄마를 안심시킨다. 아기들을 지켜줄 수 있는 것은 열쇠로 잠긴 대문뿐이다. 짐을 담을 바구니를 메고 집을 나서는 엄마의 모습이 아주 작게 그려져있다. 우리전래동화인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는 이렇게 일하다가 오는 엄마를 호랑이는 잡아먹고 만다. 호랑이와 늑대의 차이인가? 엄마가 집을 나선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곧 늑대가 등장한다. 늑대의 목적은 하나다. 아기염소들을 모두 잡아먹어서 자기의 식욕을 만족시키는 것. 아기들은 잘 속지 않는다. 늑대는 목소리를 변조시키기 위해서 잡화상에서 분필을 하사 사서 삼킨다. 그랬더니 목소리가 예뻐졌다고 한다. 털이 북실북실난 시커먼 발을 감추기 위해서는 밀가루 반죽과 밀가루를 이용한다. 빵집에서 밀가루 반죽을 하고 방앗간에 밀가루를 얻으러 가는 늑대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 재미있다. 방앗간 집 문 아래에는 고양이가 드나들고 있고, 밀가루 포대 주위에는 참새들이 서성대고 있다.

늑대는 아기염소들을 완벽하게 속이고 집안으로 쳐들어온다. 아기염소 일곱마리는 제각각 집안 구석구석에 숨는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는 엄마로 변장하고 들어온 호랑이는 오누이에게 밥을 해주겠다고 하고 부엌으로 들어간다. 그림동화에서는 문을 열자마자 달려드는데 우리전래동화에서는 왜 그랬을까? 오누이는 감나무 위로 올라가서 목숨을 건진다. 그러나 도끼로 감나무를 찍고 올라오는 호랑이에게 잡아먹힐 찰나에 오누이가 의지하는 것은 하느님이다. "하느님, 하느님. 저희를 살리시려거든 튼튼한 밧줄을 내려주시고, 죽이시려거든 썩은 밧줄을 내려주세요." 이런 기도로 오누이는 산다. 호랑이도 똑같은 기도를 한다. 호랑이의 기도에도 하늘은 응답한다. 호랑이가 탄 밧줄은 감나무 위에서 끊어지지 않고 하늘 중간에서 끊어지고, 호랑이는 죽임을 당하게 된다. 천벌을 받은 셈이다. 그림형제의 동화에서는 일곱째 염소가 살아남는다. 잘 숨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늑대는 아기염소들을 씹어먹지 않고 꿀꺽 통째로 삼킨다. 그래놓고 늑대는 나무그늘 밑에서 늘어지게 낮잠을 잔다. 호프만이 그린 늑대의 잠자는 모습은 해학적이다. 팔을 머리 위로 쭉 뻗고 자고 있다. 엄마염소가 풀밭에서 늑대를 발견했을 때 모습이나, 가위로 배를 잘라냈을 때 모습, 돌멩이를 넣고 배를 다시 꿰맬 때 모습이 똑같다. 그만큼 늑대는 깊은 잠을 자고 있다. 어쩌면 엄마염소가 정말 조심해서 그 일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수술로 치자면 완벽한 수술을 한 셈이다. 낮잠자고 일어나서 배가 무거웠던 늑대는 비틀거리며 우물을 향해 간다. 배에 바느질 자국이 있는 불룩한 모습으로 독자를 향해 있는 늑대의 모습과 그 꼴을 창문으로 쳐다보고 있는 염소가족의 모습이 재미있다. 늑대는 마치 밤새 술이라도 마신 주정뱅이 같은 모습이다.

늑대가 우물에 빠져죽자 염소가족은 "늑대가 죽었다! 늑대가 죽었다!"하면서 덩실덩실 춤을 춘다. 얼마나 통쾌할 것인가. 압제자의 압박을 이겨내고 그들의 지혜와 용기로 늑대를 없애버렸으니 말이다. 마지막 장면에는 아기염소 일곱마리가 한 침대에 누워 잠을 자고 있다. 엄마 염소는 그 평화로운 광경을 쳐다보고 있다. 창문너머에는 둥그런 보름달이 떠있다. 이제 염소가족은 편하게 쉴 수 있다. 이 안식은 오로지 그들 가족의 힘에 의한 것이었기에 그 의미는 더욱 크다. 염소 가족은 앞으로 닥치는 어떤 난관도 이겨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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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의 보물창고 연못과 습지 - 어린이를 위한 갈리마르 생태 환경 교실 2
르네 메틀러 지음, 김희경 옮김 / 키다리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제목을 생태계의 보물창고라고 했는데 적절한 것 같다. 연못과 습지가 왜 생태계의 보물이 숨겨진 곳인지는 그 내용을 자세히 알아야만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우리가 예전에 갯벌을 메꾸어서 땅으로 만들어야 할 곳으로 인식하였듯이 습지는 대부분 쓸모없는 땅으로 여겨져왔던 역사를 가져왔거든. 나 역시 어렸을 적에는 그랬다. 우리 마을은 바닷가를 접해있는 농촌이었는데, 바다와 만나는 지점에 습지가 여럿 있었다. 그곳을 지나갈 때면 우리는 언제나 알 수 없는 새소리들을 듣곤 했다. 그곳은 우리가 들어가기에는 너무 위험한 곳이었다. 갈대가 우거져있는 곳인데다 물도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없으니 꼭 뱀이라도 나올 것 같았다. 요즘에야 겨우 그 갈대밭에서 울던 새소리가 개개비가 우는 소리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곳이 생태계의 자궁이요 어린이 놀이터인 줄을 누가 알았겠나. 어른들은 아무도 그런 사실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아마 그분들도 그곳을 그저 논을 만들지 못하는 버려진 땅 정도로 생각했을 것이다. 인간의 개발욕구는 끝이 없으니까.

프랑스인이 쓴 글과 그림인데도 전혀 낯설지 않다. 프랑스나 한국이나 자연은 비슷한 가 보다. 온대지방이라서 그런 것인지. 몇 개 동물이나 식물을 빼고는 거의 닮았다. 개구리 종류가 좀 다른 정도의 차이밖에 없다. 더구나 철새들은 지역에 매여사는 존재가 아니다보니 거의 비슷하다. 논병아리니 도요새니 하는 새들은 우리 나라 산야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새들이다. 과연 새들은 전지구를 무대로 사는 동물이다보니 그런 것인것 같다. 철새가 부럽다.  여하튼 아이들을 많이 데리고 다니면서 자연을 느끼게 만들어야겠다. 산이나 강, 습지, 논과 밭에서 자라는 동식물을 아이들이 경험하고 어린시절의 친구로 사귈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요즘 시대의 어른된 자의 의무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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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락앤락 아산공장 곳곳에는 주부사원들이 낸 아이디어들이 숨어있다. 생산라인에서 최상의 노동조건을 만들어내는 ‘작은 혁신’으로 불량률을 낮추고 안전사고를 줄였다.
 
‘락앤락’의 뉴패러다임 실험 2년


지난 18일 락앤락 아산공장에서 만난 허난순(43)씨는 “지난 주말 배를 타고 군산에 다녀왔다”며 “꿈도 못 꿨던 가족 여행을 하게 된 게 다 혁신 덕분”이라고 자랑했다. 그는 딸 여섯과 막내아들을 키우느라 빠듯한 살림 탓에 5년 전 락앤락에 취직해 아산공장을 다니고 있다. 초기 3년은 하루 12시간씩 주 6일 근무를 마치면 피곤에 절어 아들을 한번 안아주기도 벅찼다. 그러나 ‘혁신’은 허씨의 일상을 크게 바꿔놓았다. 주간 근로시간이 72시간에서 56시간으로 줄었다. 한달에 하루는 회사에서 마련한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남는 시간은 아이들 차지다. 허씨네 텃밭의 상추와 깻잎은 싱싱하고, 아이들은 엄마가 쉬는 날을 꿰고 있다.



 

» 락앤락의 뉴패러다임 개념도
 
허씨가 말한 ‘혁신’은 가정용 밀폐용기 제조업체 ‘락앤락’이 2년 전부터 추진한 ‘평생학습 체계의 구축’을 말한다. 2004년 인천·아산 등지의 공장을 통합하면서 종업원 306명 중 50여명의 여유 인력이 발생해 고심하던 락앤락은 정리해고 등 손쉬운 방법 대신 근무조 개편을 단행했다. 대부분의 플라스틱 사출업체들이 하는 2조 주야 맞교대 방식을 버리고, 종업원들을 3개 조로 나눠 각각 4일 동안 12시간씩 근무하고 이틀간 쉬게 했다. 또 한달에 하루는 8시간 동안 인성·안전·품질관리·건강 교육을 받게 했다. 고가의 사출 장비가 휴일 없이 돌아가니 회사에도 이익이 됐다. 그리고 무뚝뚝하던 주부 사원들이 점심시간이면 수다스러워졌다.

교육시간에 아줌마 노동자들은 작업장에서 느끼는 불편과 개선 아이디어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쓸데없는 절차 등을 줄여 생산 효율을 높이는 효과가 쏠쏠했다.

예컨대 제품 포장을 맡는 생산2부 사원들은 크기가 다른 반제품을 색깔이 다른 비닐에 담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반제품은 표면에 흠이 생기지 않게 비닐을 씌우는데, 색깔별로 구분하니 손놀림이 전보다 빨라졌다. 또 플라스틱 사출기에서 나온 제품을 검사하고 마무리 공정을 하는 생산1부에서는 상자 받침대에 바퀴를 달아 힘든 일을 줄였다.

이런 노력 덕분에 평생학습 모델 도입 전인 2005년 1~6월 각각 143건과 56건이던 품질 불량과 소소한 안전사고 건수가 이듬해 같은 기간엔 59건과 16건으로 줄었다.



 

» 생산2부의 정희천 대리가 주부사원들의 아이디어를 반영해 크기별로 색깔을 달리한 반제품 보호용 비닐을 보여주고 있다.(왼쪽) 교육훈련일을 맞은 주부사원들이 전문강사의 지도 아래 ‘몸살림 체조’를 따라하고 있다.
 
물론 ‘혁신’에는 진통이 따른다. 2005년 7월 락앤락이 근무조 개편을 단행할 무렵, 회사가 벌인 설문조사에서 찬반 비율이 40% 대 33%로 팽팽하게 나왔다. 주부 사원 서너명이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충분한 휴식은 매력적이지만, 월급이 줄어든다는 걱정이 컸던 것이다. 2년 전 퇴사했다가 최근 재입사한 양순남(37)씨는 “아이 둘을 혼자 키우는 처지라 한달에 5만~10만원 월급이 줄어드는 게 큰 걱정이었다”며 “그러나 식당일 등을 하며 다른 공장들의 열악한 환경을 보니 회사로 돌아올 결심이 생겼다”고 털어놓았다. 기획본부의 최영철 부장은 “사출기를 맡는 생산1부 쪽은 전에는 한해 4분의 1 정도가 얼굴이 바뀌었는데, 지금은 무단결근이나 이직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교육훈련은 직장 분위기도 바꿨다. 유한킴벌리에서 3년 전 락앤락으로 옮겨온 윤조현 공장장은 “처음 왔을 때 사람들이 일에 찌들어 목석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연간 96시간씩 안전·품질관리는 물론 중국 문화 강좌 같은 교양 학습을 받다 보니 직원들끼리 화제도 풍성해졌고, 팀별 회식 자리도 활기를 띠게 됐다. 거래 은행의 지점장에게 듣는 재테크 강좌와 건강관리 프로그램도 큰 인기를 끌었다.

회사 경영진은 락앤락의 변화가 성공적이라고 평가한다. 기계가 일년 내내 돌아가고 종업원들의 애사심도 높아졌으니 일석이조라는 것이다. 김준일 회장은 “한국에서 제조업이 힘들다고 베트남이나 캄보디아로 간다고 하는데, 후진국들도 기피(3D)업종을 싫어하기는 마찬가지”라며 “한국에서 사양산업이다 샌드위치다 하는 제조업 분야도 ‘뉴 패러다임’으로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글·사진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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