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전에 펠릭스 호프만이 그린 <늑대와 일곱마리 아기염소>의 리뷰를 쓰면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펠릭스 호프만이 그림을 그린 비룡소판 <그림동화집>이 세권짜리로 나온 게 있다. 가격으로 치면 4만원 돈이 넘는데 너무 사고 싶었다.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다가 다시 보관함으로 옮기고 말았는데, 이러면 안 되지 하는 심정이었다. 오늘도 벌써 세권이나 되는 책을 주문해놓았는데 또 책을 산다는 것은 과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읽는 것도 감당이 안 될 것 같다. 결국 책꽂이에 꽃혀서 나를 조롱하는 괴물 밖에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 전에 사 온 책도 아직 소화를 못 시키고 있는데 말이다. 더구나 우리 집에는 몇 년 전에 산 한길사판 <안데르센 동화>가 여섯권짜리나 있다. 그것도 드문드문 보았을 뿐이다. 살 때는 바로 읽어야지 하다가도 일 주일 안에 읽기를 포기하고 만다. 나머지 세월은 책을 볼 때 마다 후회와 빚독촉을 당하는 사람의 심정이 될 뿐이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은 다 못 읽고 가져다주면 그만이지만, 돈주고 산 책은 읽지 않고 소장만 하고 있을 때의 심정은 괴롭다못해 참담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내 스스로 방화벽 하나를 설치하기로 했다. <안데르센동화>를 다 읽고나면 <그림동화>세권짜리를 돈 주고 사는 것도 허용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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