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향연 - 광우병의 비밀을 추적한 공포와 전율의 다큐멘터리 메디컬 사이언스 7
리처드 로즈 지음, 안정희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광우병은 먼 나라 이야기인줄만 알았다. 난데없이 우리 식탁에 광우병이 걸린 소고기가 오르게 생겼다. 이것을 가장 심각하게 느낀 것은 중고등학생들이었다. 최초의 집회를 조직한 것은 그들이었다. 4.19이후 최초로 고등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광장에 나와서 자기들의 목소리를 알린 경우라 한다. 나머지 세대들은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 그렇게 해서 촛불은 100만에 가까운 시민들을 광장으로 불러냈다. 나는 엉덩이가 무거운 편이라서 좀 늦게 촛불집회에 가보았다. 시위대에 섞여서 “고시철회 명박퇴진”을 외치면서 흥분을 느끼기도 했다.

광우병이 도대체 무슨 병인지를 모르겠더라. 신문이나 인터넷을 보아도 세밀한 이야기는 알기가 힘들었다. 인터넷서점을 뒤져보니 소고기 정국을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한 여러 가지 책들을 소개해놓았다. 10권 가까운 책들을 후보로 올려놓았더라. 그 가운데서 내가 처음으로 읽어본 책은 스티븐 로즈가 쓴 <죽음의 향연:Deadly Feast>다. 사고 나서 하루 저녁에 다 볼 정도로 흥미진진한 책이었다. 이 사람 글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원자폭탄 만들기>라는 책으로 퓰리처상까지 받았다는 글쟁이다. 과학을 대중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해설하는 저술가라고 보면 되겠다.

이 책은 한편의 공상과학소설처럼 읽힌다. 그렇게 흥미진진하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칼턱 가이듀섹 박사다. 파푸아 뉴기니의 포레족이 걸렸던 쿠루병의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수십년간의 연구를 진행한 사람이 바로 가이듀섹 박사다. 사실 난 이름을 외우기가 좀 어려웠다. 박사는 체코계 미국인이다. 어려서부터 천재로 소문난 사람이었다. 가이듀섹 박사는 쿠루병의 경과를 밝혀낸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다.

알고 보니 쿠루병은 포레족이 동족을 먹었기 때문에 생긴 병이었다. 그들의 뇌세포를 분석해 보니 크로이츠펠트 야콥병(CJD)과 비슷했다. 죽기 전에 심각한 정신의 퇴조를 보이다가 죽은 환자들을 분석해보니 뇌에 스펀지 같은 작은 구멍들이 뚫려있더란다. 그래서 붙인 이름이 ‘해면상 뇌증’이다. 문제는 크로이츠펠트 야콥병 같은 경우에는 100만명당 1명 정도의 발병을 보이는 희귀병인데 비해서, 쿠루병은 포레족의 1/10 가까운 사람들이 걸렸던 병이었다는 것이다. 그 정도면 대규모 전염병이라고 할 수 있다. 알고 보니 포레족들은 쿠루병에 걸려서 죽은 동족들도 먹었더란다. 남자들은 안 먹었고, 여자와 아이들만 먹다보니 그 병은 거의 대부분 여자와 아이들만이 걸리게 되었던 것이다.

이후에 여러 가지 다양한 종류의 해면성 뇌증 이야기가 나온다. 양과 밍크, 사슴, 소가 해면성 뇌증에 걸린 동물이 된다. 원인을 밝히다보니 박테리아도 바이러스도 아닌 특이한 물질이 나온다. 그것이 이른바 프리온(Prion)이다. 프리온이란 물질이 해면성 뇌증을 전파하는 주범이라고 나온다. 더 연구해보니 프리온은 정상 프리온이 있고, 변형 프리온도 있단다. 이른바 변형 프리온이 해면성 뇌증을 일으키는 원인 물질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미생물인지 단백질인지 정확히 모르겠다는 것이다. 지금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견해는 그것이 단백질이라는 것이다. 그 견해를 밝힌 사람이 프루시너 박사다. 그는 프리온을 발견한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다. 사실 이 부분에서 내 빈약한 생물학 지식이 바닥이 나서 책의 내용을 따라가기가 좀 힘들었다. 그래도 공부하면 재미있는 내용이 더 많이 나올 듯 했다.

영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고 난 뒤 10년간의 이야기를 따라 가노라면, 과연 국민경제와 국민의 건강을 놓고 저울질하라면 경제보다 건강을 선택할 위정자는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당시 보수당 정부는 끝까지 광우병의 인간전염을 부인했다. 결국에는 광우병이 인간에게 전염된다는 것을 시인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 기간이 10년이었다. 지금 미국의 축산업계 현황을 보면, 미국은 이제부터 광우병 드라마가 시작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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