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신화전설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
위앤커 지음, 전인초.김선자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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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젼을 보고 있었다. 도올의 노자 강의였는데, 중국신화를 인용하고 있었다. 세상의 처음을 설명하는 중국의 신화가 서양기독교의 천지창조와 어떻게 다른지 무슨 의미인지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인용된 신화는 혼돈이란 신에게 융숭한 대접을 받은 두 명의 신이 혼돈에게 답례로 세상과 소통할 일곱개의 구멍을 일곱낮밤동안 만들어주는 얘기였다. 일곱개의 구멍이 완성되는 날 혼돈은 죽어버리는데, 도올은 이것이 동서양의 차이라고 혼돈은 정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질서를 부여하는 순간 생명력을 잃게 되는 거라고 설명하고 있었다. 이미 이 신화를 알고 있던 나는 그 신화를 다른 느낌으로 기억하는 내 자신을 알아차리고 조금 웃고 조금은 부끄러워했다.

그 신화를 안 건 이 책을 통해서였는데, 나는 이 신화를 읽으면서 의도와 달리 상처를 입히는 두 명의 신에게 감정이입한 다음 슬픈 정조가 되었었다. 중국인 사유의 바탕을 신화를 통해 알아보겠다고 포부도 당당하게 선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늘 나와 관련하여만 느낄 수 있었다. 그 때 난 내 의도와 다르게 상처입혔던 사람들이 떠올랐었다.

의도가 어땠고, 결과가 어땠든 간에 옛날 사람들이 세상을 설명하는 방법을 따라가는 건 즐거웠다. 능력밖의 것들을 설명하려고 이런 저런 것들을 이어붙이고, 종국에는 두 갈래 세갈래되는 이야기들. 신화나 전설이란 것이 완결된 이야기 구조를 갖기가 힘든 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빛내며 단숨에 읽었노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때때로 우습거나 슬퍼서 다 읽은 후에는 좋은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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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갈릴레오 총서 3
사이먼 싱 지음, 박병철 옮김 / 영림카디널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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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유명한 사람을 보게 되면 나 조금 주눅이 들게 돼.
무언가 오래 이루지 못한 것들을 이루어낸 사람을 만나게 되고 또 그 사람이 얼마나 오랜동안 매진했었는지, 그것이 얼마나 오랜 세대에 걸친 노력의 결실이었는지를 깨달아도 그렇고.

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 내내 즐거웠던 건 나를 주눅들게 한 그사람이 '퀴즈광'처럼 묘사되었다는 거야. 나조차도 느낀 적 있는 그 짧은 기쁨을 위해 열정들에 자신을 휘둘리는 존재란 거 말야. 내가 수학을 한때나마 좋아한 적 있었고, 지금도 문제 푸는 걸 즐길 수 있다는 걸 상기시켜 주더라.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 비길 바는 아니지만, 어려운 문제를 만나서 제 힘으로 풀어낸 그 저릿한 기쁨을 느껴본 적이 있다면 이해할 거야. 그 문제를 손에 쥔 순간 바라는 건 아무것도 없어지고, 그저 풀 수 있다면 뭐든 할 거라고 거짓된 계약을 일삼고 막상 풀어내고는 거만하게 으스대게 되잖아.

내가 풀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게 하는 '수학'의 그 결벽적인 완결성을 내가 얼마나 사랑했었는지 잊었었어.

수학자가 질문에 대답하는 방법을 묘사할 때, '수학'을 하는 공통점 때문에 같아져버린 사람들의 성품에 웃음이 났어. 이해할 수 없는 증명을 경멸하는 조금은 촌스러운 것까지 기뻤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천재들을 구경하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취미처럼 수학문제를 다시 풀고 싶어지니, 나도 참 악취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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