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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손뜨개 시간 - 18인 손뜨개 전문가에게 차근차근 배운다
뜨개나무 엮음 / 스타일북스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어릴 적, 늦가을이 되면 서울에 사는 고모로부터 손뜨개 옷과 여러가지 과자가 든 소포를 항상 받았었다. 조끼와 셔츠, 가디건과 바지, 판쵸와 모자, 목도리와 장갑 등 몸에 걸칠 수 있는 것은 팬티만 빼고 그 종류가 다양하기도 했다. 여러가지 색색깔의 손뜨개 옷을 입으면 행복한 느낌이 절로 들었었다. 그리고 중학교 3학년이 되어 가사시간을 통해 뜨개질을 배우면서 처음 셔츠에 도전했는데 뜨개질이란게 중노동의 결과물이란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손과 목이 얼마나 아프던지...

 

재작년 겨울에 어머님께서 똑같은 조끼가 두벌 있다며 그 중 한 벌을 주셨다. 어머님의 친정어머님께서 어머님이 미국에 유학가셨을 때 떠주신 거란다. 세련되지도 않고 내 몸에 맞지도 않아서 그냥 옷장 속에 넣어 두었다가 둘째를 임신하게 되었을 때 헐렁한 옷이 필요해서 이 옷을 꺼내 입게 되었다. 거의 27년 정도 된 이 옷은 지금은 내 아이가 놀이 옷으로 상당히 좋아한다. 다섯살이 된 아이가 이 옷을 입으면 바닥에 끌리게 되는데 아이는 원피스같다며 아주 좋아한다.

 

남편에게도 외할머니가 떠주신 조끼가 있는데 그 옷은 20년이 더 된 옷이다. 남편은 잘 입지도 않은 그 옷을 결코 버릴 수는 없다고 한다. 그 옷은 그냥 옷이 아니라 외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이며, 추억이기에 아이들이 자라면 아이들에게 물려줄 거라고 한다. 남편의 이야기를 들으니 몇 년 전 친구에게서 받은 아이 옷이 생각난다. 친구의 올케언니가 아이에게 떠준 여름 뜨개 옷인데 너무 아까워서 버릴 수가 없었다고 한다. 내게 주면서 내 아이가 입고 나면 정말 주고 싶은 사람에게 주던지 아니면 자신에게 다시 돌려달라고 했다. 아마도 나는 친구의 뜻을 따를 것 같다.

 

오랜만에 손뜨개의 감흥을 일으키게 만든 주인공은 바로 <따뜻한 손뜨개 시간>이다. 뜨개나무라는 손뜨개 전문가들로 구성된 사람들이 그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책으로 모델들이 입어선지 정말 세련되어 보이고, 나도 뜨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뒷쪽엔 책에 소개한 작품을 뜨기 위한 도안과 상세한 설명을 담은 페이지가 있는데, 전문가가 아닌 초보자도 처음 배우면서 가장 궁금해 하는 기본 테크닉들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코 잡기부터 옷과 소품 뜨기에 이용하는 필수 기법들까지 기초편만 잘 이해하고 익히면 소개한 작품을 누구나 바로 따라 할 수 있도록 핵심부분만 골라 알기 쉽게 정리해 놓기도 했다.

 

나는 이 중에서 '여밈 벨트 장식 & 포인트 단추 장식 망토'가 가장 쉽기도 하고, 세련되어 보이기도 해서 도전해 볼 계획이다. 아이옷과 내 옷을 각각 한 벌씩 떠서 작은 모임에라도 같이 입고 간다면 정말 멋스러울 것 같다. 그리고 내 옷은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물려줄 생각이다. 값으로 매길 수 없는 옷! 멋진 작품으로 탄생할 옷을 기대하며, 어떤 색깔로 할까 즐거운 고민에 빠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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