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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로빈 슬리밍 레시피 - 먹어도 살찌지 않는 요리 54
닥터로빈 지음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11년 10월
평점 :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은 것과 같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만큼 건강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인데, 어리거나 젊고 건강했을 때는 그 얘기가 와닿지 않지만 나이가 들고, 가까운 누군가가 건강을 잃어 고통을 받는 모습을 보면 새삼스레 절실하게 깨닫게 된다.
내게도 그런 일이 있다. 시어머님이 중풍으로 장애를 갖게 된지 벌써 7년이다. 어머님은 스스로 '대한민국 최고의 두뇌'라고 생각할만큼 명석하신 분으로 중풍이 오기 전까지 잘나가는 교수셨다. 결혼 전에 친정 아버지께선 배우자를 고를때 반드시 집안에 당뇨를 앓는 환자가 있는지 알아봐야 된다고 하셨었다. 당뇨는 유전될 수 있다시며... 그냥 흘러들었는데 결혼을 앞두고 어머님이 쓰러지신 거다. 그때 친정 아버지께서 "어, 어쩌지" 하셨던 말씀이 떠오른다. 어머님은 후유증으로 왼쪽 편마비가 와서 생활하시는데 대단히 불편해 하신다. 당뇨로 인한 합병증으로 중풍이 온거다. 처음 몇 년간은 가족들이 어머님의 몸무게에 대단히 신경을 썼었다. 야채위주의 식단을 짰고, 어머님이 그 이상을 원하셔도 단호하게 대응했었다. 어머님이 선호하시는 먹거리는 튀김, 전, 고기, 떡볶이, 과자, 초콜릿, 면류, 햄버거 등으로 보통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식성을 가지셨다. 그런데 나물이나 야채 위주의 반찬만 먹으라니 '죽을 맛'이라고 늘상 투정하셨다.
"나는 늘 배가 고파. 아무도 내게 더 먹으라고 권하질 않으니 사는 맛이 있어야지"
7년이 지난 지금은 긴장이 느슨해진 탓인지 쓰러지기 전의 몸무게로 다시 돌아가 있다. 그에 반해 내 친정 부모님은 참 건강하시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운동하고, 채소와 해산물 위주의 식단에 일년에 두어번 정기검진을 하시고, 여느 젊은이 못지 않게 일을 하고 계신다. 생각하시는 거나 몸의 움직임이 너무도 활기가 넘쳐서 부모님을 만나면 오히려 내가 더 늙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번에 만난 <닥터로빈 슬리밍 레시피>를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닥터로빈은 레스토랑의 이름이다. "모든 질병은 입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로빈 박사의 철학을 바탕으로 설립되었다고 한다. 책제목의 '슬리밍'이란 단어에서 연상되듯 다이어트와 관련된 내용과 샐러드, 수프, 피자, 파스타, 디저트, 주스 등 칼로리가 쏙 빠진 음식 레시피를 선보이고 있다. 설탕 대신 제로 칼로리 천연 감미료로 맛을 내고, 버터 대신 지방 흡수율이 낮은 오일을 사용해 조리하며, 지방 함량을 낮춘 식물성 저지방 생크림, 콜레스테롤이 없는 마요네즈를 사용해 칼로리 부담을 낮춘 것이 특징이란다. 한마디로 재료와 조리 방법에 변화를 주어 고칼로리 음식도 가볍게 먹을 수 있다는 말이다. 맛있는 레스토랑의 음식들도 책에서대로 레시피를 따라하면 집에서도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간결한 편집과, 자꾸만 눈길이 가게 만드는 사진들을 보니 저절로 침이 꼴깍 넘어간다.
다이어트라고 해서 무조건 굶고, 먹고 싶은 것도 못먹는 것이 아니라 칼로리를 줄이고, 기름에 볶기 보다는 데치거나 다른 채소와 곁들여 먹고, 저지방 재료를 선택하고, 혈당지수가 낮은 채소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이런 방법으로 만든 피자와 닭가슴살 샐러드를 어머님이 드신다면 얼마나 좋아하실까.
고구마 라테와 과일 주스는 당장이라도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사실 이 책이 고마운 점은 다름 아니라 내 아이들의 먹거리도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을 일깨워 준 점이다. 당뇨가 유전이라는 설이 있지만 사실 잘은 모르겠다. 하지만 어머님께서 주말마다 아이에게 당신이 좋아하시는 음식들 - 과자와 초콜릿, 생크림 케잌 등 - 을 단단히 준비하고 계시다가 끼니 전에 내놓으셔서 아이가 밥을 먹지 않게 하신다. 당신이 좋아하는 거지만 눈치를 보면서 먹었던 것들을 아이에게 준다는 핑계로 당신도 실컷 드신다. 언제부터인지 과자맛을 알게 된 아이가 밥을 먹지 않겠다고 해서 밥상실랑이가 이어지고 있다. 아마도 계속 이런식이 된다면 아이의 식성이 어찌될지 몹시 걱정이 된다.
<닥터로빈 슬리밍 레시피>에서 제시한 요리법을 따라해 어머님과 아이들을 모두 즐겁게 만든다면 어떨까. 그게 가능하길 꿈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