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니아의 작은 집]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타니아의 작은 집 - 작은 집도 넓게 쓰는 독일식 정리.수납 생활
가도쿠라 타니아 지음, 조우리 옮김 / 홍시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우리집은 15평이다. 남들이 전세나 대출을 받아서 20평 30평으로 들어갈 때 우리는 있는 돈 박박 털어서 15평으로 들어왔다.
나는 집이 작은 것에 대해서 불만이 많았지만, 남편은 일본은 우리보다 더 작게 산다고 하면서 전혀 불만족 스러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작은집이고, 평생 이렇게 작은집에서 살 것도 아니란 생각에 집에다가 전혀 돈을 쓰지 않았다. 벽지도 새로 바르지 않았고, 목욕탕이나 싱크대도 10년 이상씩 낡은 것을 그대로 쓰고 살았다.

이 작은 집에서 7년의 세월이 흘러 아이들 셋이 태어났고, 그러면서 이제는 좀더 큰 집으로 옮길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좀더 큰집으로 옮기려고 하니 지금 살고 있는 집은 남에게 세를 주거나 팔아야 할 텐데, 그러자니 낡은 싱크대며 욕실 등을 새로 고치거나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작은 집이었지만, 올해 가을에 욕실의 욕조를 뜯어내고 낡은 싱크대도 새 것으로 바꾸고 하얀 싱크대에 맞춰서 책장도 하얀 것으로 새로 들여놓으니 온 집안이 다 다시 보이는 것이었다.
주방일을 하는 것도 즐겁고 욕실에서 아이들을 씻길 때도 이렇게 편하고 좋을 수가 없었다.
왜 진작 이렇게 고치고 바꾸고 살지를 못했을까? 나의 사고방식에 어떤 문제점이 있었기에 이렇게 뒤늦게야 집을 고치고 살게 되었을까?
 
나의 남편은 '작은 집이라서 어쩔 수 없다'라는 체념의식이 모든 것의 문제였다고 말한다.
좋은 농사꾼이 좋은 밭과 나쁜 밭을 따지지 않는 것처럼, 집이 작아도 넓고 편하게 쓸 수 있는 것이고, 집이 넓어도 공간을 낭비하며 불편하게 살 수도 있는 것이라고 한다.  

사실 사람이 하루의 일상생활을 하면서 움직여야 하는 공간, 필요로 하는 공간은 그렇게 크거나 넓지 않다.
객관적으로 주어져 있는 공간을 어떻게 잘 배치하고 꾸며서 나의 생활을 얼마나 편리하고 쾌적하게 틀어쥐는가 하는 것은 결국 내가 어떻게 하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지, 그 역할과 책임이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의 평수에 달려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이런 마음가짐은 더 나아가서 나의 인생을 둘러싼 모든 조건에도 적용될 수 있는 것이고,
(부모의 재산이 적어서, 나의 학벌이 안좋아서, 인맥이 없어서, 외모가 떨어져서, 소득이 적어서 어쩔 수 없으니 나의 인생은 그저 그럴 수밖에 없다라는 등등의 인생철학)
더 크게는 한 나라의 앞길을 좌우할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 나라는 국토가 좁고 자원이 빈약하니 강대국의 눈치를 보면서 기댈 수밖에 없다라는 등등의 국정철학)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의 크기나 공간의 조건은 그야말로 객관조건에 불과하며, 그 객관조건을 어떻게 나의 이해와 요구에 맞게 끌어잡아 당기고 휘두르며 올라탈 것인가는 전적으로 나의 의지와 노력에 달려 있는 것이다. 




 
올 가을 작은 집을 고치고 집보다 더 커다란 삶의 지혜를 깨닫고 난 후 '타니아의 작은 집'이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을 때,
책에 소개된 내용들이 남의 얘기 같지 않았다.
특히 타니아의 어머니의 집과 인생 여정이 인상적이었다.  

저녁 7시에 아이들을 재우고 대학원 박사공부를 하였다는 것이나, 튀어나온 대들보에 맞추어 책장 뒷판을 잘라고 문틀 위에는 거울을 비추어 공간을 넓혀나갔던 타니아의 어머니의 이야기.
가구를 잘라내고 거울에 비추어진 깊이만큼 벽을 넓힌 것 처럼 타니아의 모친은 자신의 인생의 곁가지를 잘라내고 깊이을 넓혀나갔으리라 믿겨진다. 
 
나 역시 이 책을 두고두고 간직하며 세 딸들에게도 인테리어 참고서로뿐만 아니라 인생의 교과서로서 읽힐 생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