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객의 맛있는 인생>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맛객의 맛있는 인생 - 소소한 맛을 따라 세상을 유랑하는
김용철 글 사진 / 청림출판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우리 어머님은 만두와 부침개를 참 좋아하신다. 당뇨때문에 주위 사람들이 만류하면 "아! 왜 그렇게 몰라. 이건 그냥 음식이 아냐. 추억을 먹는 거라구." 하신다. 어머님은 중국에서 태어나셨다. 그래선지 어린 시절 드셨던 중국 음식에 대한 열망이 있으신 것 같다. 그에 비해 생선회와 초밥을 즐기시는 아버님은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것은 쳐다보지도 않으신다.

음식에 대한 선호도는 다분히 주관적이다. 자라난 환경과도 관련이 깊은 것 같다. 예전에 직장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나눴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때 충청도가 고향인 분은 구운 생선말고는 별로 즐기지도 않았고, 갈치로 국을 끓여 먹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셨다. 그에 비해 전라도가 고향인 나와 다른 분은 갈치국에 호박 송송 썰어 넣은 국이 얼마나 맛있는지를 이야기 했던 것 같다. 칼국수는 또 어떤가. 내 고향에선 칼국수하면 팥죽이라고 불리우는 팥칼국수가 최고다. 조개를 넣은 칼국수는 별로 취급하지도 않았다. 오랜 세월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자취를 하면서 식성도 많이 변해가는 것을 느낀다. 정성이 담긴 음식 보다는 그저 끼니를 떼우는 식으로...  그러다가 아이를 가지고 입덧을 하게 되면서 잊고 있었던 어린시절 엄마가 해주시던 음식이 어찌나 먹고 싶던지... 

<맛있는 인생>이라는 책을 보면서 '그리움'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요즘에 쏟아지는 음식에 관한 책은 기름기 좔좔 흐르는 사진들로 도배가 되곤 하는데 그것과는 거리가 있다. 음식에 관한 정보는 과히 홍수의 시대이다. 텔레비젼을 켜면 매일매일 맛집에 관한 정보가 철철철 넘치고, 인터넷만 해도 굳이 맛집이 아니더라도 '나 이런 곳에서 밥먹었다"라는 사진이 자랑처럼 올라와 있다. 사실 먹지도 않고 사진부터 찍어대는 것도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이 책은 음식점에 대한 홍보가 아니라 맛에 대해 그리고 그 맛에는 반드시 사람에 대한 이야기와 추억이 빠지질 않는 것 같다.  투박한 느낌의 크라프트지 표지를 보면서 내용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첫 부분에 소개된 '옛집'이라는 국수집에 관한 글을 읽고는 울음이 왈칵 나왔다. 저자님! 왜 이렇게 감성을 건드리시나. 금방이라도 달려가서 국수 한 그릇 시켜먹고 싶은 심정을 참지 못해 바로 국수를 삶았다. 국멸치와 다시마와 표고버섯으로 국물을 만들면서 '옛집'에 누구와 같이 갈 것인지 떠올려도 보았다. 아무래도 가장 친숙한 사람들과 찾고 싶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친정 엄마는 음식에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편이다. 조미료를 범벅으로 사용하는 바깥의 음식을 되도록이면 피하려고 한다. 그래선지 이렇게 소박한 음식에도 정성을 담은 모습을 보면 감동하고 만다.

군산의 별미는 아니지만 소개한 무국을 보면서 역시 어린시절이 떠올랐다. 유난히 약해서 병치레가 잦았던 내게 부모님은 밥을 먹이려고 참 노력을 많이도 하셨다. 없는 형편에 쇠고기를 사다가 무국을 끊여주시곤 했는데 사진을 보니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과 고마움이 밀려왔다.  

 

  

                                                                        <고향 완도에서 전복 양식을 하고 계신 용궁공주의 부모님>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음식 중에서 내 눈빛을 반짝거리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니라 내가 먹어본 것들, 즉 경험한 것들과 관련이 있는 것이었다. 저자가 전라도 분이라서 그런지 내게는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그 중에서도 저자를 깨물어주고 싶게 만든 부분은 완도에 관한 부분이었다. 내 고향이 완도다. 부모님은 아직도 고향에서 전복양식을 하시고 계신다. 전국 생산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전복은 바다에서 가두리 양식을 하기 때문에 정말 자연산과 별 차이가 없다. 전복에 굴이 달라붙어 있고, 물고기들이 들어와 살기도 한다. 전복 하나를 키우기 위해선 최소 3년에서 5년의 시간이 걸린다. 원래 종자값이 비싸서 키워서도 오히려 손해를 본 해도 있었다. 태풍이라도 불라치면 새벽에 잠을 이룰 수도 없다. 한순간 물거품이 될지도 모르니까. 이렇게 정성들여 키운 전복을 자식들이 내려가면 양껏 먹으라고 내어주신다.  내용 중에 나온 톳을 고향에선 나물로 먹는다. 톳나물. 섬이 고향이 아닌 사람들은 톳 구경하기 쉽지 않으리라.   

책을 읽으면서 많은 이야기들이 내 속에 꿈틀거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내게도 추억어린 음식이 있으며, 그 추억 속에는 소중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지금은 어디 사는지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사람은 먹어야 사니까 또 살아갈 날들 앞에 수많은 추억을 만들어 가겠지 하는 생각들...  

음식이 사람과의 만남이고, 정(情)이구나. 그리고 인생이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해 준 이 책을 나만 알고 있는 것은 너무나 아까워서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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