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과학사 이야기 1>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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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과학사 이야기 1 - 카이스트 신동원 교수님이 들려주는 하늘과 땅의 과학 ㅣ 한국 과학사 이야기 1
신동원 지음, 임익종 그림 / 책과함께어린이 / 2010년 8월
평점 :
내 남편의 어릴 적 꿈은 천문학자였다고 한다. 중학생때 옥상에다 망원경을 설치하고 밤마다 하늘의 별을 보는 것을 좋아했는데 이웃 사람이 수상하다고 신고해서 하늘의 별보기는 끝이 나버렸고, 대학 입시에서 부모님이 원하는 학과를 지원하라고 해서 결국 천문학에 대한 바램은 가슴 속에 접어두어야 했다고 한다. 그 후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다시 한번 천문학을 공부할 기회를 만들었지만 육아에 힘들어하는 내 모습에 결국 원하는 만큼 공부하지 못한 채 졸업을 하고 말았다. 지금 남편의 꿈은 아이와 함께 다시 천문학을 공부하는 것이다.
<한국 과학사 이야기>를 보는 순간 반가웠고, 바로 얼마전에 책과함께어린이 출판사에서 나온 <한국사 편지>를 읽은 덕에 내용이 알차리라는 것을 확신했다. 어릴 적에 과학이라면 교과서를 통해 배운 것이 전부인지라 늦은 나이에 이런 책을 대하니 어릴적에 이런 책을 만났다면 참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든다.
카이스트에서 한국 과학사를 가르치고 있는 저자는 6학년인 딸아이와 친구들이 ’한국 과학사’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조차 없다는 것이 무척 안타까워 이 책을 썼다고 한다. 하늘의 과학, 땅의 과학, 생물의 과학, 몸의 과학인 의학, 위대한 기술과 발명들, 현대 과학 100년 등 한국 과학사의 온 영역을 다 다뤘다는 한국 과학사 이야기 시리즈는 총 3권이며 그 중 첫 권인 이 책은 하늘과 땅의 과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1부 ’하늘’편에서는 우리가 한번쯤 들었거나 사진을 통해 보았을만한 고인돌, 첨성대, 천상열차분야지도, 측우기, 앙부일구, 자격루, 칠정산 등 바로 우리의 유물들을 통해 해와 달, 지구의 운행과 별자리 등 옛사람들이 하늘의 규칙성을 알아내고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지루하게 여겨질 수도 있을 내용을 문답식으로 답하듯이 풀어내고 있고, 사진과 일러스트, 중간 중간에 본문의 내용을 따로 박스로 꾸며서 좀 더 알차고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또 ’비밀 노트’라는 코너를 통해 미처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을 보여주며 흥미를 자극한다.

2부 ’땅’편에서는 지리, 지리지, 광물질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옛날 문헌을 살펴보면 삼국시대 때 모두 지도를 그렸다는 기록이 있다. 지도를 그리려면 당연히 과학지식이 필요한데 과학이 발달할수록 지도도 점점 정확해졌다고 한다. 땅에 대한 정보는 지도 그리는데 뿐만 아니라 각 지역의 특산물을 비롯해 주요시설 등을 다 모아서 책을 펴내기도 하는데 이것이 지리지다.
풍수지리란 말이 있듯이 풍수는 바람과 물이란 뜻인데 좋은 땅을 찾아내는 핵심원리가 바람과 물과 관련되어 있다고 한다. 좋은 땅이란 농사지을 때는 물이 적절하고 기름진 땅을 뜻하고, 도읍의 자리를 정하면 나라가 천년만년 망하지 않는 땅, 그 땅에 산소를 쓰면 후손 대대로 무병장수하고 벼슬하고 떵떵거리며 사는 그런 땅을 말한다고 한다. 그리고 땅을 이루고 있는 물질인 광물질은 금, 은, 동을 비롯해 철, 납, 아연, 주석 등 많은 물질이 있는데 이런 물질은 인간의 생활에도 꼭 필요하고, 또한 문화와 예술이 기본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하늘을 머리 위에 두고, 땅에 발 딛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지만 그것에 대해 잊고 살 때가 많다. 하루 하루 주어지는 일과 속에서 아이들은 다람쥐처럼 주어지는 틀 속에서 하루를 지내며, 어른 역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대학입시와 평생 어떻게하면 편히 밥벌이를 할 것인가이다. 옛사람들의 삶도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것은 일용할 양식뿐만 아니다. 지진이나 해일 등 갈수록 자연의 재해는 그 위협의 정도가 커지고 있으며, 그 재해는 고스란히 인간의 몫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을 예측하고 극복하기 위한 과학의 성과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느껴진다.
이 책을 보면서 우리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이제껏 남의 나라 발명가나 별명품 등을 더 많이 알고 있었고, 우리 것에 대해선 홀대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우리 선조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질 것 같다. 우리에게도 이렇게 뛰어난 선조들이 있었고, 뛰어난 발명품들이 있었다는 것에 감탄 할 것도 같다. 박물관이나 우리의 문화유산을 대하기 전에 먼저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마도 이 책을 읽은 후에 만난 유물들은 박제되어 있는 전시물이 아니라 그 누군가의 생생한 손길과 숨결로 만들어진 것임을 깨닫게 될 것 같다. 그리고 교과서를 대하면 억지로 해야되는 공부가 아니라 즐거움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학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