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살리는 윤리적 소비, 철수맨이 나타났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생명을 살리는 윤리적 소비 - 내가 물건을 잘 사야 지구가 건강해요,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세종도서) 상수리 호기심 도서관 14
정원곽 외 지음, 이상미 그림 / 상수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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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는 밤새 취객이 뱉아놓은 밥알들을 향해 달려들고, 길고양이들은 힘이 빠진 비둘기와 까치들을 향해 달려든다. 모두가 밥과 먹이를 향한 생존을 위한 몸부림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사람도 눈앞의 먹이, 즉 돈을 위해서 비둘기나 길고양이처럼 헤덤빌 수는 없는 노릇이다. 왜냐하면 사람은 짐승과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다.

'생명을 살리는 윤리적 소비'라는 책은 짐승과 다른 사람이 자기의 품격과 존엄을 지키면서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을 제시해 주고 있다. 

이 책이 의도하였던 주 독자층은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의 학생들인 것 같지만, 어머니와 아버지들이 먼저 읽어보고 아이들에게 권해 주는 게 좋을 것 같은 책이다.

이 책을 한 마디로 딱 표현한다면 윤리적 소비에 관한 초등 '교과서'일 것이다. 내용은 윤리적 소비의 역사적 기원과 경험 및 먹을 거리와 제3세계의 소년노동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균형잡히게 잘 망라되어 있다. 그렇지만 재미있는 요정 이야기나 애니매이션에 길들여져 있는 아이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나가기에는 다소 어렵거나 덜 재미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이 중간에 책을 손에서 놓아버리지 않도록 부모나 보호자가 옆에서 같이 생각해주고 물어봐주고 그럴 필요가 있다.

조금 아쉬운 점은 매 단원마다 2~4 페이지 정도의 만화로 이야기를 시작했으면 하는 점이다. 그랬으면 아이들이 보다 더 친숙하고 쉽게 책에 몰입되어 나갔을 것 같다라는 느낌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집도 우리밀 살리기 운동이나 국내의 협동조합 운동에 참여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러한 참여방법에 대해서는 책에 소개된 내용이 없었다. 그런 '참여방법'에 대한 안내도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한편, 페이지 중간중간의 삽화나 '무슨 뜻이에요?'나 박스로 정리된 보충설명 등은 적절했고 유익했다.

오바이트한 밥알을 주워먹는 비둘기가 더러워보이고, 병들고 힘빠진 새들을 사냥하는 길고양이들이 잔인해 보여도, 이들은 자기들의 동족을 삼키거나 사냥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사람은 보들보들한 고급 옷감으로 몸을 감싸고 온갖 휘황찬란한 식기세트들을 이용하여 식사를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자연과 환경, 이웃과 다른 나라 어린이들의 노동을 쥐어짜서 우려낸 슬픔과 절망의 열매들을 즐기고 있다. 연대하고 나눌 것인지, 짓밟고 쥐어짜서 나만 즐거웁고 내 배만 부르게 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 가능하기에 사람들은 더욱 자신의 생각과 행동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볼 필요와 의무가 있다.

비둘기 보다 더 더럽고 지저분하게 먹어댈 것인가, 길고양이보다 더 잔인하고 무자비하게 누군가의 목을 조르면서 소비해 나갈 것인가? 그 선택의 갈림길에서 이 책을 한 번쯤 펴본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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