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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은 싸우는가? - 행복한 사회 재건의 원칙
버트런드 러셀 지음, 이순희 옮김 / 비아북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1916년 영국 캑스턴 홀에서 진행한 버트런드 러셀의 강연을 옮긴 책이다. 강연의 주제는 <사회 재건의 원칙>이었지만 미국에서는 어찌된 영문인지 <왜 사람들은 싸우는가? (Why Men Fight)>로 바뀌어 출판되었다.
 얼마 전에 읽었던 <행복의 정복>이 행복을 위한 개개인의 철학을 강조했다면 이 책에서는 행복을 국가나 사회와 같은 공적인 영역으로 확장해서 살펴본다. 개인의 욕구나 충동을 사회적 측면에서 살펴봄으로써 우리의 나아갈 방향을 확인해본다.

 일단 개인의 욕구와 충동에 대한 러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맹목적인 충동은 파멸과 죽음을 낳기도 하지만 세계 최고의 것을 낳기도 한다. 맹목적인 충동은 전쟁의 원천이지만 과학, 예술, 사랑의 원천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 일은 충동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충동이 죽음과 퇴보를 향하지 않고 생명과 성장을 향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p30)
 보다나은 삶을 위해 개인적 충동을 조절해야 한다지만 사회라는 집단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는 작은 정부를 통해 '사회 재건'의 시작을 찾고자 했다.
 또한 "교육은 순종과 규율 대신 독립성과 충동을 보존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며 교육을 중요성을 강조했다. 여성문제에 대해서도 결혼이나 순종, 출산, 육아와 같은 사회적 관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사회의 인식변화와 지원을 역설한다.

 특히 전쟁을 사회적 충동의 산물로 보고 세계 연방을 통해 전쟁의 공포를 벗어나자고 이야기한다.
 "전쟁을 영원히 종식시킬 유일한 방안은 세계 연방이다. 수많은 주권국가가 각각 군대를 보유하는 한,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있을 수 없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세계에 군대가 단 하나 뿐이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국가의 군사적 기능에 관한 한, 전 세계를 통틀어서 단 하나의 국가만이 존재해야 한다." (p106)
 세계대전 이후 설립된 국제연맹(1920년)과 국제연합(UN, 1945년)을 통해 러셀의 생각이 구현되는 듯 보였지만 각국의 군대까지 하나로 합치지는 못했다. 아니 하나의 군대라는 개념 자체가 모순된 주장인지도 모르겠다. 개인이나 집단의 소유권 개념이 강해진 현대사회에서 국가 권력의 최고 권위와 힘을 상징하는 군대를 없애거나 통합한다는 것은 실효성이 없어 보였다. 어쩌면 우리의 세상이 이런 무리한 생각이 나올 만큼 개인 행복을 보장하지 못했다는 반증은 아닐는지.

 사실 책이 쉽지는 않다. 자유와 같은 개인의 문제부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그리고 국가 간의 문제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내용 때문에 읽기가 만만치 않았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10년대의 세계정세, 특히 유럽 각국의 이해관계에 어두운 나에게는 글 속의 논리가 명확하게 와 닿지 못했다.
 아울러 주어와 서술어가 호응되지 못하는 긴 문장,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다."와 같이 부정에 부정이 덧칠된 모호한 문장들은 책읽기를 방해했다. 러셀의 언어 습관인지 모르겠지만 번역 과정의 세심함만 있었어도 충분히 해결될 수 있었지 싶다.
 하지만 그 속을 조금 관심 있게 들여다보면 러셀의 인류애를 절감하게 된다. 어떤 문제든 인간 내부에서 시작된 문제기에 그 해답도 우리가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의 각성을 촉구했다.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말고 넓은 시야를 통해 그의 책을 바라본다면 더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지 싶다.

 오래전에 출간된 책이지만 전혀 낡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는 세월의 바뀌어도 인간이 살아가는 근본 원리에는 변화가 없었다는 증거가 아닐까. 이 책의 핵심 키워드였던 '충동'을 사랑이나 열정이라는 단어로 해석해보면 어떨까.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을 가치를 통해 개인과 사회의 행복을 키워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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