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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의미 있는 사물들
셰리 터클 엮음, 정나리아.이은경 옮김 / 예담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시민 케인>을 아는가? 최고의 영화를 뽑는 리스트에서 1위를 놓친 적이 거의 없는 영화로 신문계의 거물 케인이 죽으면서 남긴 "로즈버드"라는 말의 의미를 찾아 그의 생을 되짚어간다. 과연 로즈버드가 무엇이기에 부러울 것 없는 백만장자마저도 그토록 찾아 헤맸단 말인가? 진귀하고 값진 무엇을 기대했던 관객들은 케인이 어릴 때 타고 놀던 썰매가 로즈버드였다는 사실을 알고 적잖이 충격을 받는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저 낡고 오래된 썰매 하나였지만 누구에게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시켜줄 최고의 보물이었다. 대상의 희소성이나 금전적 가치를 떠나 그 속에 깃든 기억이 최고의 가치인 샘이다. 어린왕자가 말했던 것처럼 익숙함과 길들여짐을 통해 자신만의 보물이 되었다.
<내 인생의 의미 있는 사물들>은 사물에 대한 인식을 통해 심오한 철학을 논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저 자신의 기억 속에, 추억 속에 깃든 의미 있는 물건을 찾아보고 우리의 삶과 인생에 어떤 영향이 있었는지 편한 마음으로 훑어본다. 첼로, 매듭, 배트맨, 여행가방, 발레 슈즈, 노트북, 라디오, 자동차 등과 같이 우리 주변에서 마주칠 수 있는 것들이지만 저자 자신의 기억과 의미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부여받았다. 세상의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물론 의미 있는 사물이라 해서 반드시 좋은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혈당측정기, 우울증치료제와 같이 자신의 아픔과 맞닿아있던 물건도 있다. 이런 사물들은 시간이라는 만병통치약과 함께 고통마저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또한 노트북 같은 기계장치에 느끼는 애착은 약간의 씁쓸함도 갖게 한다. 우리 마음을 사로잡는 것들이 무수한데도 불구하고 구부정한 허리로 자판을 두드리는 모습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한다는 것은 너무 갑갑하게 느껴졌다.
그럼 나에게 의미있는 것은 무엇이던가? 우선 프리즘(www.freeism.net)이 떠오른다. 주목받지 못하는 조그만 홈페이지, 인터넷 상에 떠도는 0과 1의 디지털 조합일 뿐이지만 여기에는 내 젊은 날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있기에 남다르다.
아마도 1998년이지 싶다. 표현의 자유(Freedom Of Expression)라는 이름으로 홈페이지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01421번으로 천리안에 접속해 인터넷에 접근하던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라 당시에는 블로그나 카페 같은 미디어가 존재하지 않았다. 남들보다는 앞서 개인미디어를 운영했다는 점만 빼고는 딱히 전문적이거나 심도 깊은 내용으로 채워진 것도 아니었다. 그저 읽은 책이나 여행 후의 느낌을 정리해 볼 요량으로 시작한 것이 오늘날의 프리즘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아무튼 이곳은 10년 이상 꾸준하게 나의 대변인이 되어왔다. 말주변이 부족한 나는 이 홈피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을 시작할 수 있었고, 나를 뒷조사(?)하던 집사람과도 돈독한 인연으로 발전할 수 있었으니 이것만 놓고 보더라도 내 인생 최고의 보물인 샘이다.
문득 나는 누구에게 의미를 부여받고 있을지 되짚게 된다. '나'라는 존재의 의미를 생각해줄 대상은 과연 몇이던가. 결국 세상 사물에 대한 의미 역시 나를 향한 관계로 귀결되는 것 같다. 내가 어떤 사물에 의미를 부여한 것처럼 나 역시도 누구에게 의미를 부여받고 싶다.
( www.freeis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