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전철에서 읽으면서 밑줄을 그은 대목입니다. (<신년의 인사>, 본문 88쪽 중에서)
인용부분은 예이츠의 '아일랜드 비행사가 죽음을 예견한다'라는 시입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김선일 씨가 생각났습니다.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어린이담당 류화선(yukineco@aladin.co.kr)
"사랑과 감동의 메디컬 드라마 E.R."
누구에게나 인생의 드라마, 영화 하나쯤은 있는 법이다. 나에게는 E.R이 그렇다. 물론 엑스파일도 열심히 봤고 현재는 CSI와 SVU, 몽크에 열광하지만, 그래도 E.R만은 조금 특별하다.(공중파에서 3시즌을 안해줘서 한맺힌 탓일 수도 있다. -_-;)
Emergency Room. 병원 응급실을 배경으로 의사와 간호사, 환자들이 엮어가는 다양한 이야기. 시리즈들이 대개 그렇듯, 시즌이 지날수록 캐릭터들은 스스로 성장하고 진화한다. 배우들 자체에도 그 캐릭터가 묻어난다. 의도했든 아니든. 닥터 그린, 닥터 루이스, 닥터 로스, 닥터 벤튼, 캐롤과 케리, 의대생으로 등장해 응급실장이 되는 카터...(그리하여 난 그야말로 '느끼한 남자' 캐릭터 조지 클루니에게서 닥터 로스의 여리고 섬세한 구석을 발견한다. 아, 난 E.R.때문에 그의 팬이 되었다.)
숨가쁜 병원의 일상에서 때로 실수도 하고 감정에 휘둘리기도 하고 잘못된 판단을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건 매순간 최선을 다하는 모습 때문이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이에게 당연한 미덕이라 말할 수도 있으나, 이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매회 여러 개의 에피소드와 새로운 인물들을 솜씨있게 엮어가는 줄거리 전개, 한 회 전부를 노컷 롱테이크로 찍기도 하는 과감한 시도와 자기 몫을 제대로 하는 배우들.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시리즈를. 1994년에 시작, 미국에서 현재 10시즌 방영 중이다. (지난주 DCN에서 5시즌 방영 시작)
* 덧붙여, 나의 6월을 행복하게 해준 책들
<다 빈치 코드>, <살인자의 건강법>, <나의 피투성이 연인>, <달의 제단>,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문학담당 박하영(zooey@aladin.co.kr)
"나는 엄마가 좋아!"
유독 '재미있는' 그리고 '기다렸던' 책들을 많이 읽은 한 달이었다. <다 빈치 코드>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몰랐고, <노다메 칸타빌레 8>의 치아키 님 때문에 사경을 헤매였으며, <사랑해야 하는 딸들>도 다시 읽어보았다. <20세기 소년>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16권을 읽고나니 더욱 오리무중이다.
하지만 그 모든 책들보다 (사실 그들을 모두 합친만큼!) "좋아, 빨래라면 나에게 맡겨!" 이 한 마디를 얼마나 애타게 기다려왔던가. 다시 돌아온 엄마가 마술 같은 이 한 마디를 다시 뱉자, 정말 요술처럼 재미있는 일들이 쓱쓱 생겨난다. 엄마의 이 한 마디는 열 번을 읽어도 백 번을 읽어도 읽을 때마다 힘이 난다. 다시 돌아온 엄마, 엄마는 너무 멋지고 재미나다!
인문.예술담당 이예린(yerin@aladin.co.kr)
"농사는 아무나 짓나, 그 누가 쉽다고 했나"
삶이 지치고 고단할 때 "에이, 다 때려치고 시골가서 농사나 지으면서 살면 좋겠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하십니까. 그렇다면 다시 한 번 진중하게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삽 한자루 달랑 들고>, <무논에 개구리 울고> 두 권으로 나온 책을 펴낸 저자는 스스로를 '건달농부'라 칭합니다. 자식들에게 고향을 만들어주자는 훌륭한 취지 아래, 삽 한 자루 짊어지고 가족들과 강화도로 간 그에게 무슨 일들이 일어났을까요.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에피소드입니다. 농사법을 전혀 몰라 아까운 깨를 다 죽이고, 흑돼지를 키우겠다고 했다가 허약한 축사에서 뛰쳐나간 흑돼지 때문에 결국 축산을 포기하고, 트랙터를 몰지 않고 맨손으로 밭을 일구다가 몇날 며칠을 힘쓰기도 합니다.
그런 일들만 일어나면 어디, 시골가서 살고 싶겠습니까. 또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시골의 따뜻함도 문득문득 엿보입니다. 길가던 옆집아저씨를 모아 구수한 새참을 들기도 하고, 하루하루 커가는 아이들이 시골에 동화되어 가는 모습에 흐뭇해하기도 합니다. 자식들이 바쁜 추수철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일제히 세상을 뜨시는 부모님들 이야기에서는 가슴이 찡해집니다.
한 해의 절반이 지나간 7월, 다시 고단한 심신을 추스리고 힘내자는 마음으로 이 책을 선뜻 권해봅니다.
외국어.실용담당 김세진(sarah2002@aladin.co.kr)
"인간이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웃겨도 되는가?"
<멍청한 백인들>을 읽고는 "거 참 재미있는 사람일세 허허허" 했지만 '볼링 포 콜롬바인'을 보고는 "천재다!"라고 생각했다. 특히 미국총기협회 회장인 찰톤 헤스톤을 직접 인터뷰하는 장면에 이르러서는 쉴새없이 낄낄대던 내 눈꼬리로 슬며시 눈물이 맺혔다.
그래서 글로 씌어진 <이봐, 내 나라를 돌려줘!>보다는 곧 개봉할 'Fahrenheit 9.11' 다큐멘터리가 더 기대된다. 그러나 기다리는 중에 읽길 잘했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에 대해서 내부자며 외부자며 기자며 석학이며 많은 자들이 분석을 시도했지만, 개중 마이클 무어만큼 웃기는 사람은 없으리라는 것을, 내 한달 월급을 걸고 맹세하노니!
이번 달엔 <살인자의 건강법>과 [Music for Paul Auster]도 즐기질 않았느냐고, 주위 사람들이 상기시켜 주었다. "왜 데뷔작은 번역이 안된대? 재미가 없나?"라는 루머가 파다했던 문제의 책, <살인자의 건강법>, 재미가 없다니? '음반이든 책이든 아티스트의 데뷔작을 선택하면 실패할 확률이 거의 없다'는 쇼핑의 금과옥조를 본때좋게 보여주었다. [Music for Paul Auster], 폴 오스터도 좋고 실린 음악도 좋지만 과연 이 음반이 폴 오스터의 작품 분위기와 찰떡궁합이냐 하면 글쎄요(뒤통수 긁적), 인데, 하여간, CD2의 Pedro the Lion 때문에라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편집팀장 김명남(starla@ala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