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식 선생은 예술과 역사의 접점에 서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주 썼습니다. 최근에 나온 <고뇌의 원근법>도 양차대전 사이의 독일계 미술가들의 삶을 그리고 있죠. 인류 역사상 가장 암울한 순간들 중 하나를, 그것도 나치의 영향력 하에서 보낸 '예술'은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었을까요.
창작열과 나치 시대라는 두 가지의 상반된 숙명에 휩쓸려 격랑의 세월을 보낸 이들의 삶을 다시 비추어 봅니다. 여기 소개드린 책들이 <고뇌의 원근법>과 함께, 서로가 한 권일 때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거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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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지 않았던 시대를 그리는 미술은 아름다워야 하는가? 보기에 좋아야 좋은 미술일거라는 일반적인 관념에 대해 던지는 질문입니다. 어두운 역사를 어둡게 그려낸 불편한 작품들과 그 작가들을 통해 예술의 의미를 다시 짚어 봅니다. |
 | 주기율표
프리모 레비 지음, 이현경 옮김 / 돌베개 / 2007년 1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양탄자배송 4월 7일 (월)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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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직접적이고 강렬한 책은 <이것이 인간인가>겠지요. 그러나 <주기율표>는 쉽게 정의할 수 없는 기묘한 아름다움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프리모 레비의 성찰은 전쟁의 비참함과 유대인이라는 비극에 멈추지 않고, 일상의 스케치부터 형이상학적인 단상까지 드넓게 펼쳐집니다. 각 단편은 거울 같은데, 그 거울들이 모여 어느새 만화경이 되어 있습니다. 종잡을수도 쉽게 분류할 수도 없는 놀라운 '문학'입니다. |
 | 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
서경식 지음, 박광현 옮김 / 창비 / 2006년 12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50원(1% 적립)
양탄자배송 4월 7일 (월)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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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한 프리모(쁘리모) 레비의 발자취를 서경식 선생이 짚어 봅니다. 절망을 떨쳐낸 줄 알았던 과학자 겸 작가가 어떻게 다시 절망 속으로 빠져들었는지의 미스테리. 살아남았지만 영혼이 유배된, 강제된 '디아스포라'에 대한 슬픈 이야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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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근대 역사 속에서 상징적인 '추방'을 당한 자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예술가도 있고 정치가/혁명가도 있습니다. 대개 비극적인 결말에 다다릅니다. 부조리함에 자신의 방법으로 맞선 자들은 장렬히 산화하고, 살아남기 위해 많은 것들을 포기한 자들은 그 안에서 시들어 갑니다. 탈출할 수 없는 운명에 갇힌 자들의 슬픔, 어디로도 도망갈 수 없었던 사람들의 삶이 펼쳐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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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독일군 병사의 종군기입니다. 묘사에 거침이 없고 표현에 주저함이 없는 아마추어 회고록의 특성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그래서 전쟁은 더 잔인하고 황폐하며, 어느새 아무 이유도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정치적 약점이나 다소의 미화까지 '오히려 그래서 더 진실해보이는' 처절한 2차대전의 기록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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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종군기자들의 머리 위에 떠 있는 가장 큰 별, 로버트 카파가 가장 빛났던 2차대전 종군기입니다. 다분히 연합군스러웠던(?) 남자, 하드보일드 소설에나 나올법한 인생을 그대로 걸어간 그의 삶과 사진들이 빛납니다. 절망과 희망을 끝없이 맞바꾸었던 풍운아의 기록은 몇 안되는 '확신에 찬' 의지의 결정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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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 괴링, 괴벨스, 아이히만.. 권력의 외면만을 바라보는 것은 위험한 태도죠. 이 책은 집단 최면이라고도 일컬어졌던 나치 휘하의 독일인들이 어떻게 살아갔는지를 살펴보는 소중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의외로 무덤덤했고, 평범한 일상이 계속되었으며, 좀 더 자부심 넘치는 국가의 구성원이었던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은 도리어 섬짓함을 느끼게 합니다. 아마도 이게 로자 룩셈부르크가 얘기하던 '그것'일지도 모르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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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식민지 조선에서 제작된 전쟁미술을 살펴보는 책입니다. 민족문제연구소의 책이어서 매우 비판적인 시선으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논쟁적인 책이라기보다는 자료집으로서의 가치가 더 빛납니다만, 이 가장 저급한 부류의 프로파간다 미술이 과연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는지 구경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