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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10년 - 불황이라는 거대한 사막을 건너는 당신을 위한 생활경제 안내서
우석훈 지음 / 새로운현재(메가스터디북스)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정치적 프레임에 담겨 있긴 하지만 세간에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말이 돈 적이 있다. 진위 여부를 차치하고, 그 표현에는 지난 10년이 손실의 시간이었다면 앞으로 ( )년은 이를 회복하고 발전하는 시간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어쨌거나 과거형이다. ‘잃어버린’ 지난 날인것이다.
우석훈 교수의 <불황 10년>을 손에 쥐었을 때, 떠오른 의문은 바로 그 ‘잃어버린 10년’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우석훈 교수가 지향하는 바를 생각해보면 보수 진영에서 말하는 것과 같은 시간 또 같은 의미는 아닐 것이라는 대답이 바로 나왔다. 그건 매우 불길한 의미를 뜻한다. 보수냐 진보냐를 떠나서 우석훈 교수가 말하는 10년은 아직 오지도 않은, 즉 “잃어버릴 10년”일 것이기 때문이다.
책은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두가 개인 차원에 집중되어 있고 기업이나 사회의 구조적인 이야기는 제외되어 있지만, 세상을 이끌어 가는 최소한이자 강력한 구성 단위를 개인이라고 본다면 4개의 장은 결국 ‘한국경제 또는 한국사회’라는 불특정한 집단에게 적용되는 처방일 것이다.
1장은 30대에게 가장 큰 고민이 될 부동산이라는 주제하에 집을 살지 전세를 살지, 월세를 살지 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2장은 개개인의 재무구조 이야기를 하면서 소설과 영화로 유명한 ‘머니볼’을 예로 든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가난하지만 영리한 구단의 이야기를 담은 ‘머니볼’ 일화를 통해 개개인도 불황의 시기에는 -영화 속 브래드 피트처럼- 머니볼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3장은 고용과 창업에 관한, 어찌보면 1장과 2장의 근간이 될 수 있는 - 소득이 있어야 집을 사든 저축을 하든! - 이야기를 펼친다. 마지막 4장은 나에게는 조금 생경하지만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육아와 교육에 관한 이야기이다. 본인이 프랑스 경제학 박사이자 가까운 집안 식구 대부분이 긴 가방끈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교육철학은 철저하게 아이 중심적으로 맞춰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사교육이라는 공공연한 비밀 집단을 통해서 점수 상승, 대학 상승, 나아가 신분 상승을 꿈꾸는 한국 사회에 10년의 불황이 다가온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를 적나라하지만 날카롭게 집어내고 있다. 위기는 기회라고 한다.
저자에 따르면 “불황 10년이 어쩌면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우리의 마지막 단계”일수도 있는 것이다. 불황으로 인한 경제 메커니즘을 재구성하는 시기가 되면 비정상적인 사교육 시장 등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고, 그것이 선진국으로 가는 방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석훈 씨의 책을 처음 읽었다. 아니 인간 우석훈을 처음 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나’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으며, 내가 어떻게 행동할 떄 ‘우리’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가에 관해서 숨가쁘게 이야기를 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왜냐하면 <불황 10년>은 결국 나와 같은 30대, 정확히는 90년대 학번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386세대 또는 88만원 세대와는 또 다른 세대인, 70년대 중반-80년대 중반에 태어난 이들에게 ‘어떻게든 버텨봐라’라는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저자가 바라보는 앞으로의 약 10여 년은 버블이 무너진 직후인 일본보다도 더 암울한 시기가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 시기를 지났을 때 한국(경제)가 다시 뻗어나기기 위해서는 바로 지금 30대가 방어의 자세로 버텨줘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마지막 4장 육아와 교육에서는 아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은연중에 이 책은 ‘30대 남성(아빠)가 가장 먼저 읽어야 할 책’이라고 포지셔닝하고 있다. 물론, 20대 여성도 혹은 50대 아주머니가 읽어도 해롭긴 커녕 삶을 재구성하고자 하는 동기를 부여받게 될 것이다.
무섭거나 짜릿한 이야기들
p.36 오히려 지금이 자신의 삶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행복한 시기일지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재무구조를 건전하게 유지...
p.71 (주택을 이야기하면서) 수고스러움을 낭만으로, 불편함을 자존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문화가 우리나라에도 곧 생겨날 것이다.
p.83 사람들이 집에 삶을 저당 잡히지 않고 자신의 행복을 찾아 나설 수 있게 된다.
p.132 싸게 사는 게 남는 게 아니라 덜 사는 게 남는다는 것이다.
p.180 좋은 기술이 좋은 사람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좋은 사람이 좋은 기술을 만드는 새로운 흐름이 이미 눈앞에 와 있는 걸.
p.199 10년 정도라고 길게 보면, 시리즈 후에 단기간에 펼쳐지는 포스트 시즌보다는 게임이 매일매일 이어지는 정규 시즌에 집중하는 게 더 맞다. 소박한 쪽이 장기적으로 승률이 높다. 긴 시즌에서는 공격보다 방어가 우선이라는 게 기본원칙이다.
p.223 한국의 교육과정에서 아직 우리가 사용하지 않은 자원으로 남은 것이 아빠의 역할이다.
p.251 호황과 불황, 그걸 가르는 키워드 한마디가 있다. 오빠의 시대인가, 아빠의 시대인가.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