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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성장하면 우리는 정말로 행복해질까 - 나와 당신은 과연 성장의 과실을 공정하게 분배받고 있는가
데이비드 C. 코튼 지음, 김경숙 옮김 / 사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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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개 소리가 있다. 물가를 포함해서 세상 모든 게 다 올랐는데 딱 두 가지만 안 올랐다고.
하나는 자녀의 성적이며, 다른 하나는 내 월급이라고.


이상하다. 물가는 분명 올랐는데 내 월급은 안 올랐다고? 그럼 물가 인상분은 누구의 월급 인상분에 반영이 되어 어떤 사람이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걸까? 그런데 더 이상하다. 주변 사람들 모두가 자기 월급은 안올랐노라고, 심지어 삭감되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더 이해할 수가 없다. 물가 인상분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화폐가 흐름이고, 일종의 제로섬이라면 분명 누군가의 주머니는 더 두툼해졌을 것이다. 그러나 단언컨대 나는 아니다. 그렇다면 과연 누구를 위한 인상이며, 나는 정녕 행복해질 수 없는 것일까? 바로 이런 궁금증 혹은 불합리함을 놓고 스탠퍼드에서 국제 경영과 조직 이론으로 학위를 취득한 한 인물이 질문을 던진다. <경제가 성장하면 우리는 정말로 행복해질까>라고.

저자 데이비드 C. 코튼은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보수적인 중상류층 백인 집단에서 태어났고, 명문 대학에서 경제와 경영학 학위를 받았으며, 전세계에서 가장 (대)기업가 정신을 잘 설파하는 곳인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교수로 지도했던 경력이 있다. 그러나, 개발과 성장 위주의 가치만으로는 아시아와 같은 제3세계 뿐 아니라 모국 미국의 중산층 이하에게조차 진정한 행복을 줄 수 없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고 가치관과 노선을 180도 수정하기에 이른다. 그 결과물 중 하나가 바로 이 책이다.

약 400페이지에 달하는 두툼한 책에서 다양한 문제를 제기한다. 저자의 경제적 자유와 정치적 진보로 대립되는 이력은 두툼한 문제제기에 대한 자격을 간접적으로 허용해주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두렵다. 400페이지가 끝난 뒤에 어떤 솔루션이 제시가 될지. 두서 없는 문제제기는 어렵지 않다. 그보다는, 실현 가능성 있고 통찰력 넘치는 대안 제시가 우리에게 정말 절실한 것이 아닐까? 책을 읽는 내내 마치 본인의 과거를 송두리째 부인하고 싶었던 것마냥 엄청나게 시니컬하고 비판적인 시각이 느껴졌다. 마지막에서는 관련 이론을 전개한 사람들의 제안에 덧붙여 저자 본인의 생활 민주주의 운동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책의 형식과 내용에서 두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하나는 국내판 제목 <경제가 성장하면 우리는 정말로 행복해질까>와 달리, 실제 원제는 <기업이 세계를 지배할 때 When Corporations Rule the World>이다. '우리'라는 감성적 집단의 미래 행복을 논하는 듯한 한글 제목과, '기업' 지배라는 암담한 현재를 논하는 원제와의 차이는 분명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의 의의와 가치, 부조리함을 논하는 것은 어쩌면 한국 사회에서는 더욱 어렵고 멀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돈의 가치보다는 문화의 가치에 무게를 두고 우리 모두의 행복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 책의 결론이지만, 무언가 (좋은 싫든) 다이내믹한 느낌이 드는 것이 한글 제목의 느낌이다.

두 번째는, 이 책의 원저가 나온 것이 2001년이라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뒤늦게 번역되었지만 책의 소개에 따르자면 이미 전세계 많은 대학에서 널리 읽히는 책이라고 한다. <When Corporations Rule the World>라는 책이 말이다. 문제는, 모두가 알다시피 2001년의 한국,미국,세계와 2014년의 그것들은 매우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구글과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전세계적인 정보통신혁명(이라 쓰고 지배라 읽는)이 세계화와 정보화는 너무나 과거의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한편으로는 10여년 전에 쓰여진 걸 감안한다면 매우 통찰력 있는 비판적, 제언적 견해가 담겨 있기도 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저자가 제시한 수많은 해법과 지향점이 지난 10여년 동안 실천되기 보다는 오히려 더 퇴보했다는 걸 감안해보면, 결국 책의  관점이나 방향이 과연 타당한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여전히 월마트(이마트)는 세상을 지배하고, 나이키는 더욱 큰 기업이 되었으며, 로컬 운동과 협동조합 운동은 아직도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기업의 지배력이 더 강해서 그런 것인지 혹은 대안이 대안으로서의 힘이 애시당초 없어서였는지는 좀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한줄 핵심
기업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심어주는 기업자유의지론 보다는 생활 민주주의 운동을 통한 현실 타파와 행복 추구

읽어보면 좋을 사람
협동조합, 공유 경제, 지역 경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
촘스키의 책들, <로커베스팅>에 관심 있는 사람들, <21세기 자본론> 피케티에 관심 있는 사람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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