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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선 아이브 - 위대한 디자인 기업 애플을 만든 또 한 명의 천재
리앤더 카니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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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났다가 극적인 순간 다시 돌아와서 모든 개인과 조직의 잘못을 바로 잡고 세계에서 어떤 분야로든 열 손가락 안에 들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 놓고 극적으로 영원의 시간에 들어간 사람의 이야기는 마치 하나의 영움담과 같다. 실화인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는 윌터 아이작슨이 쓴 전기를 읽지 않더라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직간접적으로 다양한 소스를 통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돌아온 잡스가 애플을 되살렸을 때 일등 공신 중에서 물류 분야의 팀 쿡 현 CEO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큰 기여를 한 매력적인 인물이 있다. 바로 영국 출신의 조나단 아이브, 애칭 조니 Jony Ive이다. 조니가 애플에 공헌한 바는 애플 부활의 시초가 된 아이맥부터, 애플 대중화의 출발점인 아이팟, 그리고 최근에는 하드웨어 뿐 아니라 애플의 소프트웨어에 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어 실로 방대하다고 할 수 있다. 조니의 성장에 관한, 그리고 조니의 관점에서 말하는 애플과 잡스에 관한 이야기가 실린 것이 바로 이 책<조너선 아이브> 이다.

 

약 350페이지에 달하는 책인데, 읽고 난 첫 소감은 '슬픔'이었다. 조니의 인생이 슬퍼서가 아니다. 더 이상 '그'의 이름을 논하는 것은 '혁신'을 논하는 것만큼이나 지루하고 평범하기 짝이 없어서 망설이게 되지만, 바로 스티브 잡스를 더 이상 세상에서 볼 수 없다는 생각이 슬픔을 불러 일으킨 것이다. 조니가 말하는 잡스는 결코 항상 좋거나 완벽한 상사는 아니었다. 오히려 변덕스럽고 탐욕스러우면서 까탈스러운 사람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단점에도 불구하고 잡스는 본인만의 디자인 원칙과 사용자 경험 원칙을 지니고 있었고, 그런 면에서 본인의 가치를 가장 잘 이해해주는 조니를 만났다는 것은 잡스에게 있어 행운이었을 것이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조니 입장에서는 본인을 철썩같이 믿어주고 지지해준 상사를 만났다는 것이 일생의 가장 큰 행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잡스 입장에서건, 조니 입장에서건 두 사람의 미학은 '축소와 단순성'이라는 공통 관심사로 수렴했고 그 덕분에 애플은 지금의 애플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윗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일생에 있어서 얼마나 큰 기쁨이며 행운이 될 것인가? '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본인의 능력 여부가 사실 더 중요하지만) 살면서 그런 파트너를 만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점이 사실 가장 큰 '슬픔'이었다.

 

 

이 책은 크게 세 파트로 나눌 수 있다.

조니 아이브의 성장 과정, 직업 디자이너로서의 초창기 시절, 애플에 합류한 이후의 꿈같은 시절.

 

처음 두 파트는 솔직히 지겹다. 지루하기 짝이 없다 .이런 책의 특성 상 연대기적 구성이 불가피했으리라고는 짐작할 수 있지만, 아직 살아 있을 뿐더러 그리 나이도 많지 않은 인물의 삶을 순차적으로 나열하는 구성은 독자에게는 가장 최악의 진술이 되지 않을까 싶다. 심지어 축소, 단순성, 흰색, 미니멀리즘 등에 대한 조니 아이브의 순수한 집착을 보여주는 것은, 애플에서의 성공 방정식에 대한 사후적인 해석이자 지나친 용비어천가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윌터 아이작슨의 전기가 재미있는 것은, 잡스가 사실 얼마나 xxx한 사람인지를 보여주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마지막 1/3 부분에서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실 오늘의 조니 아이브를 있게 한 것도 애플에 들어가고 잡스를 만나서이기 때문이리라. 애플에서 아이맥, 파워맥, 맥북,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일련의 성공작들을 줄줄이 만들어 내면서 애플을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디자인 회사로 변모시킨 조니의 활약상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조니의 가장 큰 기여는, 애플이라는 회사의 히트작을 통해서 일반인들에게 디자인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한 것이 아닐까?

잡스라는 영혼의 파트너를 떠나 보낸 조니가, 팀 쿡이라는 관리형 CEO와 함께 얼마나 애플을 잘 유지하면서 계속 혁신적인 기업으로 이끌어 나갈지 흥미롭게 지켜보고자 한다.

 


이 책은 세 분류의 사람에게 특히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첫째는 순수하게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사람, 특히 산업 디자이너로서의 미학에 관심 있는 사람이다. 두 번째는 기업 경영에 관심 있는 사람이 그 대상이다. 최근 들어 분야를 막론하고 디자인이 사용자 경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 시작하면서 디자인 경영이 주요한 화두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조니 아이브가 애플에 끼친 영향을 보는 것은 경영에서 디자인이 어떤 위상을 차지해야 할 것인지를 설명해줄 것이다. 마지막 대상은, 마지막으로 잡스를 좋아하거나 혹은 싫어하는 사람 모두이다. 만약 잡스를 좋아한다면 조니 아이브의 일대기를 보면서 마치 잡스의 페르소나같은 느낌을 받을 것이다. 반면 잡스를 싫어한다면, 잡스가 애플에 끼친 영향의 오리지널리티가 누구에게서 나왔는지 다시 한번 의심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이 책은 조니 아이브를 직접 인터뷰한 것이 아니라, 주변 인물의 인터뷰와 조사, 녹취록, 관련 2차 자료 등을 통해 조니 아이비의 이력과 영향력 이면의 진실을 담아낸 책이다. 윌터 아이작슨이 쓴 스티브 잡스 전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부분이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 중간에 그야말로 간담을 서늘하게 하면서 웃음을 절로 나오게 하는 부분이 있다. 돌아온 잡스는 신제품 컴퓨터의 이름으로 '맥맨'이라 부르고 싶어했다고 한다. 만약 iMac 대신 '맥맨'이 세상이 나왔으면, 지금쯤 아이폰, 아이패드는 전혀 다른 이름으로 세상에 존재하고 있거나 혹은 … 애플이라는 회사가 이미 10년 전에 문을 닫았거나 둘 중의 하나가 아닐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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