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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스 하이에크 - 세계 경제와 정치 지형을 바꾼 세기의 대격돌
니컬러스 웝숏 지음, 김홍식 옮김 / 부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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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스와 하에에크, 하이에크와 케인스.
경제학을 조금이라도 공부했던 사람이라면 들어봤음직한 80년 이상 묵은 이름들.

오래된 이름들이지만 두 사람의 논쟁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유효하고, 앞으로도 쉽게 어느 한 쪽이 우세하지 않은 채 영원한 평행선을 걸을 두 이름, 케인스와 하이에크. 두 상반된, 그러나 때로는 공유의 시간을 나누기도 했던, 일생에 걸친 학자적 신념과 논쟁을 다룬 이 책 <케인스 하이에크>는, 거장들의 삶에 직접 바칠만한 값어치가 있는 책이다.


총 18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책은, 마치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는 소설 속 남자와 여자 주인공 이야기처럼 두 인물 사이를 끊임없이 왔다 갔다 하면서 긴장의 끈을 한시도 놓지 못하게 만든다. 1919년부터 2008년 이후까지, 혹은 2030년 내지는 2050년까지도 다루고 있는 이 책은 600 페이지가 넘는 양을 자랑하고 있다. 

다소 나이 차이가 있고, (출발 시기가 다르기에) 명성의 차이가 있고, 무엇보다 영어냐 독어권이냐의 차이가 있던 두 사람의 논쟁은 마치 속편에 속편을 거듭하는 영화와도 같은 흥미진진한 이야기거리로 가득차 있다. 어찌보면 지루하기 짝이 없는 한낯 경제학사에 불과한 이야기를 이처럼 몰입감 있게 재구성한 덕분에 이 책은 600페이지 짜리 소설을 읽는 기분이다.

물론, 2인분에 해당하기에 산술적으로는 1명당 (보통 책 분량인) 300페이지 정도에 불과하고, 두 사람의 공통 분모를 제외하면 아마도 250페이지에 해당하는 지극히 '준수한' 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의 가치는 페이지의 수량에 달려 있지 않다.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은 20세기 정치, 경제에서 가장 무게감 있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수반된 100페이지에 달하는 참고문헌, 인명 및 용어 사전은 20세기 우리 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두 거장에게 바치는 저자 니콜라스 웝숏의 지극한 정성이 드러난 보너스라고 할 수 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서로 앙숙인 2명의 주인공은 다음과 같다.

- 케인스: 동성애자, 198cm 의 거한, 등이 굽은 콧수염 남자라는 비현실적이지만 누구보다 현실을 걱정하는 사나이.




- 하이에크: 짧은 영어를 구사하지만, 자신의 신념을 바탕으로 호랑이굴로 직접 쳐들어 간 괴짜같은 사나이.



- 그 외: 두 사람을 위해 싸우는 용병들, 평생의 지지자, 배신자 또는 배신 당하는 인물(여인) 등등


두 등장 인물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 하이에크: 경제는 거시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상호 작용을 고려해야만 하며 그것조차 일부만 이해 가능
- 케인스: 경제는 전체를 파악할 때 가장 효과적으로 이해할 수 있음. 경제의 작동을 바라보는 '거시경제학' 입장

하이에크는 경제 이론 자체에 몰입하고 정치와는 거리를 두었지만, 케인스는 경제학을 통해 타인의 삶에 직접 관여하고자 하였다. 뉴딜정책으로 대표되는 케인스의 방침은, 돈을 쓰는 것 자체가 중요하며 따라서 낭비를 할지언정 일단 쓰는 것이 중요하며, 소비가 발생하면 자산이 증가한다는 주의였다. 만약 돈을 쓸 수 있는 여력이 민간에 부족하다면 정부가 도로와 통신 등 공공사업을 통해서 직접 수요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두 사람의 논쟁이 너무나 상반되었기에 책을 읽는 내내 걱정이 되었다. 
저자가 어느 한편의 입장에 치우쳐 버리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 3자적 입장에서 저자는 최대한 중립을 지키려고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중요한 것은 책에서 누가 더 비중있고, 의미있고, 가치있게 다루어 졌는가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것보다는 결국 중요한 것은 그때 그때 시대가 요구는 철학에 따라 두 사람의 희비가 끊임 없이 교차해 왔다는 사실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묘사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케인스와 하이에크 중에서 과연 누가 옳고 누가 그른 것인지에 대해서 명확하게 판가름 내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봐야 할 것이다. 2차 대전 직후부터 케네디 시대를 겪으면서는 그야말로 케인스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오일 쇼크와 함께 물가상승과 실업이 동시에 찾아오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시대가 접어들면서 수많은 케인스 지지자들이 사라진 대신 그 빈자리를 하이에크가 대처와 레이건의 입을 빌려 부활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케인스가 완전 사망한 것은 또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를 지나면서 헬리콥터로 돈을 쏟아 붓는 양적 완화가 본격화되면서 케인스가 다시 부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1년에는 또…


밀튼 프리드먼이 1966년에 했다는 말이 책을 덮고 나서도 오랫 동안 머리 속에 머물었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지금 우리는 모두 케인스주의자들이고, 다른 의미에서 보면 이상 케인스주의자인 사람은 아무도 없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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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2 11: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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