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로 사라지는 숲 이야기 - 종이, 자연 친화적일까? 세계를 누비며 밝혀 낸 우리가 알아야 할 종이의 비밀!
맨디 하기스 지음, 이경아 외 옮김 / 상상의숲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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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로 사라지는 숲 이야기>, 상상의숲, 맨디 하기스

이러면 안되지, 하면서도 생태환경 내의 관심분야가 넓어지고 있다.  

관심분야가 넓어지면, 실천해야 될 대상과 내용도 더 많아지는데 자신이 없어서 걱정이다.
그래도, 어쨌든 현실을 알아야 하지 않겠나. 해서 고마 읽었다.

사실 종이와 숲은 뗄래야 뗄 수 없는 키워드다. 종이는 나무로 만들어지며, 나무는 숲을 이루기 때문이다.

저자는 아한대림 보호운동을 펼치는 '타이가 레스큐 네트워크'의 기관지 편집장을 역임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열대우림의 나무에만 관심이 있었지, 러시아나 핀란드, 캐나다, 미국 등의 아한대림 나무들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종이의 생산량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아한대림 기후와 침엽수의 특성상 한번 파괴된 타이가의 숲이 초래하는 환경적 재앙은 실로 어마어마할 것이라는 점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저자는 초반에 정확하게 해결책을 제시한다. 종이를 덜 사용하자는 것. 

1장 종이의 과거와 현재
 

종이의 라이프 사이클 : 숲에서 쓰레기통까지
숲 - 벌목 - 원목 운반 - 껍질 벗기기 - 조각내기 - 펄프 만들기 - 표백하기 - 펄프를 종이 모양으로 만들기 - 말리기 - 절단하기 - 운송 - 소비자,기업에서 소비 - 재활용 혹은 매립

우리가 나무의 쓰임새를 생각하면 가구나 건축자재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제지산업은 생각보다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보통 지구의 숲이 파괴된다고 할 때, 아마존처럼 플란테이션 산업 등을 위해 사라진다고 생각했지만, 제지산업을 위한 숲파괴도 어마어마하다는 것이다. 산업 분야에서 사용하는 원목의 42%가 종이의 원료인 펄프가 된다고 한다. 그 중 3분의 2는 펄프를 얻기 위해 단일 수종만을 심은 '나무농장'의 나무들이라고 한다.
 

2장 얼마나 많은 종이를 쓰고 있는가?

역시 미국이 연간 9,200만 톤의 종이를 소비해 가장 많은 양을 소비한다. 중국은 4,300만 톤, 3위인 일본은 3,100만 톤, 독일은 1,900만 톤을 소비한다는 것이다. 2020년 경이 되면 2005년 수준의 2배 정도 소비할 것이라고 한다. 1인당 소비에 있어서는 핀란드가 324킬로그램으로 1위, 미국이 297킬로그램으로 2위를 차지했다. 
 

종이를 매립하면 썩으면서 이산화탄소보다 23배나 더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이 배출되기 때문에 매립해서는 안된다. 대신 재생펄프로 종이를 만들어야 한다. 그럴 경우 '버진 펄프'보다 훨씬 깨끗하고 안전하고 효율적이다. 
 

저자는 숲 파괴의 상징물로 휴지를 들고 있다. 휴지, 물티슈. 냅킨, 키친타월은 한번 쓰면 간단하게 버림에도 불구하고 '청결'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킴벌리-클라크는 원시림을 합법적으로 싹쓸이하고 폐지를 전혀 재활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UNEP(유엔환경계획) 한국위원회의 간행물 뒷편에는 문국현이 CEO로 있던 '유한 킴벌리'의 광고가 실려 있다. 이러한 식으로 이미지 메이킹을 하고 있지만 티슈 제지회사들 대부분이 '나무 펄프의 원산지를 밝히는 의무'에서 100점 만점에 20점 이하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http://www.unep.org/
 

저자는 버진펄프로 화장실 휴지를 만들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제정하자고 밝히고 있다. 
 

저자는 종이소비를 줄이는 데 있어서 기업의 이니셔티브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 중 휴렛팩커드의 사례를 하나 들고 있다. 매달 500만대씩 수송되는 프린터의 포장 방법을 바꿨다는 것이다. '포장을 덜 하면 손상을 줄일 수 있다'는 역발상으로 종이의 90%를 줄였고 파손율도 5% 줄였다는 것이다.

3장 세계의 종이산업
 

환경운동가들은 기업에 돈을 대는 금융권을 자기 편으로 끌여들이려고 노력을 한다.
 

이를 통해 적도 원칙(Equator Principles)이 만들어졌다.
2003년 6월부터 시작되었는데, 1,000만 달러 이상의 개발 프로젝트가 환경 파괴를 일으키거나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인권을 침해할 경우 자금을 대지 않겠다는 금융회사들의 자발적 협약이다. 2006년 개정된 원칙은 더욱 강화되었다. 즉, 자문활동 단계부터 적도 원칙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2009년 현재 세계 68개 금융기관이 참여했다고 한다.
(불행히도 한국 은행은 하나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제일은행을 소유하고 있는 스탠다드 차터스는 포함되어 있다.)
http://equator-principles.com/index.shtml

4장 얼마나 많은 나무로 종이를 만드나?

전 세계가 단 하루 동안 사용하는 종이를 생산하려면 1,200만 그루 이상의 나무가 필요하다고 한다. 제지산업은 북반구와 남반구의 열대림과 온대림은 물론이고 아한대 지역에도 손길을 뻗치고 있다. 러시아,캐나다,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아한대림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러시아와 캐나다의 숲은 전 세계 숲의 26%,25%에 이른다고 한다. 이 숲이 종이 생산을 위한 벌목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아한대림의 숲은, 연중 8개월 동안 땅이 얼기 때문에 생장 속도가 대단히 느리다고 한다. 이 점이 중요하다. 이러한 아한대림의 숲을 깨끗하게 벌목할 경우, 이 숲이 자연적으로 회복되려면 자연히 열대림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상 자연적으로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숲의 가치를 말할 때 경제적 가치가 높은 숲의 부산물을 포함시키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고사리나, 버섯, 또는 벌 양봉과 같은 다양한 부산물들,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하는 생물종의 다양성이 발휘하는 시너지 효과를 숲의 경제적 가치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92년 UNEP가 '산림 원칙'을 채택한 후 세계자연보호기금, 그린피스, 지구의 친구 등이 93년에 산림관리협의회(FSC)를 만들었다. 10개의 원칙 등을 만들고 엄격한 심사를 통해 산림관리인증서를 발급한다. 이 산림의 임산물에 FSC 로고를 부착할 수 있다고 한다.

5장 벌목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소비자들은 어느 숲에서 벤 나무를 사용해 어떤 종이를 만들었는지 모른다. 중요한 것은 '원시림으로 종이를 만들지 못하게' 해야 하는 것. 제지산업은 그동안 원시림을 모두베기하고, 원주민의 전통적 땅을 인정하지 않고 생태학적 가치가 없는 나무농장을 세웠다. 그럼에도 지속가능한 산림관리가 이루어진 것을 공표하는 인증마크를 제품에 부착해 왔다. 한마디로 경제학에서 말하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너무나 심해서 문제다.

사람들은 상품을 소비하면서 종이도 동시에 소비하게 된다. 말하자면 간접적으로 원시림을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는 상품을 선택하지 상품의 원료를 선택하지 않는다. 따라서 기업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Markets Initiative가 바로 이러한 기업의 역할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출판사들은 환경단체와 이해관계를 동일시하기도 한다. 그만큼 진보적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MI는 출판사들과 인쇄소들에게 원시림에 친화적인 종이 소비를 위해 , 재생지 사용, FSC 인증한 종이, 종이사용의 효율성을 높일 것, 염소 화합물로 표백하지 않은 종이 사용을 권장한다고 한다.

FSC는 경제회의와 삼림보호운동을 대표하는 환경회의, 원주민과 노동자를 대표하는 사회회의로 구성되어 있다. 아직 한계를 많이 가지고 있지만, 딱히 대안은 없다.

캐나다에서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을 재생지로 찍기로 결정했다. 캐나다 출판사인 레인코스트 북스사는 MI의 권고를 받아들였다. 저자들을 모아 벌목현장을 보여주는 것도 괜찮은 캠페인이라고 할 수 있다. 재생지 사용을 독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6장 나무농장은 숲이 아니다.

나무농장은 생물다양성을 파괴한다. 또한 '타감작용'을 통해 다른 종의 생장을 가로막는다. 또한 단일수종이기 때문에 비료와 제초제 등을 다량 사용하고, 주변 지역이 오염된다.

숲보호 운동가 사이에서는 나무농장에 대해 근본적인 반대파와 불가피성을 인정하는 온건파간 대립이 이어졌다. 그러나 나무농장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FSC는 유전자조작, 유전자공학 나무를 배제한다. 이러한 나무를 '프랑켄트리'라고 부른다. 환경보호 단체들은 유칼리나무 농장을 '녹색 사막'이라고 부른다. 농장들이 주변에서 엄청난 양의 물을 끌어다 쓰기 때문이다. 
 

1990년에서 2005년 사이에 지구에서 나무농장의 면적은 5배나 증가했다. 그 면적은 인도네시아보다 넓다.

7장 종이는 기후 변화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가?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에 따르면, 기후 변화가 일어나는 요인 가운데 첫 번째는 화석연료이고, 그 다음이 벌목으로 인한 산림 훼손이다. 숲의 벌목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전체 발생량에서 17%를 차지. 이는 전 세계의 이동수단들이 내뿜는 양보다 많고, 식량 생산으로 발생하는 양과 비슷하다. 이중 절반은 제지산업의 책임이다.(205-206쪽)
 

제지산업은 지구에서 탄소를 가장 많이 저장하고 있고, 기후 안정에 중대한 역할을 하고 있는 북반구의 아한대림을 열심히 벌목해 왔다.

숲에서 탄소를 저장하고 있는 것은 나무 뿐 아니라 흙도 저장고 역할을 한다. 그런데 숲을 밀어내고 나무농장을 세우는 것은 재앙이나 다름없다.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나라에 속한다. 연간 배출량이 30억 톤에 달하며 이중의 80퍼센트는 산림 훼손 때문이다. 
 

제지산업은 벌목 뿐만 아니라 펄프와 종이를 생산하면서도 탄소를 배출한다. 제지산업은 중공업계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축에 속한다. 
 

뿐만 아니라 종이 쓰레기를 처리할 때도 다량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소각하면 종이에 함유되어 있는 이산화탄소가 전량배출되고, 썩을 경우 메탄이 발생한다.

복사지 한 장이 배출하는 탄소 양은 40와트 백열등이 한 시간 동안 배출하는 양과 같다. 한 사람이 평균적으로 1년 동안 소비하는 종이에서 배출되는 탄소 양은 대서양을 비행기로 왕복할 때 발생하는 양과 같다.

종이 1톤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로 강철 1톤을 만들 수 있다... 화학, 정유, 제철을 제외하면 제지산업이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208쪽)
 

펄프를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다. 기계적 방법과 화학적 방법이다. 화학적 방법은 펄프 1톤을 생산하려면 원목 3톤이 필요하다. 화학적 작업으로 생긴 찌꺼기는 소각하는데, 이 양이 워낙 많아 소각 에너지로 공장의 기계를 충분히 돌릴 수 있다. 나무 3그루 중 2그루는 펄프 생산 과정에서 에너지를 제공하기 위해 벌목되는 셈. (209쪽)
 

처녀지가 생산되어 매릴될 때까지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은 재활용 종이에 비해 최대2.3배나 많다. 재활용 종이 1톤을 만들기 위해서는 폐지가 1.1톤 필요하다. 하지만 처녀지 1톤을 만들려면 나무 3톤이 필요하다. 또한 종이를 잘 다루면 아홉번도 더 재활용할 수 있다. 보수적 보고서조차 다섯 번은 재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8장 종이는 천연 제품이 아니다?

종이는 화학공학의 산물이다. 크라프트 종이를 만들 때 어마어마한 악취가 난다.

처녀지 1톤을 생산하려면 4만 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종이 한 장에 머그컵 한 장, 책 한 권에 욕조 하나를 가득 채운 물이 필요하다. 펄프 제조과정에 화학약품과 첨가제가 들어가 사용한 물은 심각하게 오염된다.
 

하얀 종이를 만들 때 펄프를 표백하는데 염소로 보통 표백한다. 염소와 염소 화합물은 환경을 심각하게 오염시킨다. 염소 화합물 중 하나는 다이옥신이다. 북미와 서유럽 국가들의 제지회사는 '무염소표백(ECF)를 홍보하지만, 염소 대신 과산화염소로 표백하는 것이다. 염소보다는 훨씬 안전하지만 여전히 우려할 만하다.
 

따라서 염소나 과산화염소가 아니라, 과산화수소로 염색하는 표백 기법(PCF, TCF)이 필요하다.

갈색 빵이 건강에 더 좋다는 사실을 우리가 알게 된 것처럼 소비자들도 하얀 종이를 꼭 써야 할 필요가 없으며, 표백을 하지 않을수록 종이가 훨씬 더 안전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
 

폐지 재활용. 버진펄프로 골판지를 만들면 1톤당 독성 가스가 2킬로그램 이상 생성되지만, 재생펄프를 사용하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재활용하면 폐지를 매립하거나 소각할 때 발생하는 오염물질도 줄일 수 있다.

9장 종이의 미래, 희망적인가?

종이 소비가 전 세계에서 계속 증가하고 있다. / 나무농장의 수가 더 늘어나고 규모도 커지고 있다 / 제지산업이 대기업화되면서 업계의 연대도 강화되고 있고 노동자들이 대거 해고되고 있다.

'종이 절약'을 사회적 담론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

-이면지 사용하기 / 꼭 필요한 것만 출력하기 

-종이 서류 파일을 만드는 습관에서 벗어나기
-종이 한 페이지에 글이 더 많이 들어가도록 크기와, 여백, 행간을 줄이자
-서류 복사할 때 정확히 몇 장이 필요한지 계산하고 출력
-한 번 쓴 봉투를 다시 쓰자
-온라인 뉴스를 보자
-포스트잇보다는 사용한 종이의 빈 여백이나 봉투를 오려 사용하자.
-뜯어보지 않고 버리는 우편물은 보내지 말라고 알리자
-티슈 대신 손수건을 사용하고 키친타월 대신 행주를 사용하며, 냅킨을 사용하지 않는다.
-휴지는 이전보다 적게 쓰자.

한국의 종이 회수율은 75%이고 폐지 사용률은 74%로 매우 높다. 하지만 재생종이의 생산량 자체가 적고 종류도 다양하지 못하다. 분리수거를 열심히 해도 중간 과정에서 선별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판지류나 화장지류로만 쓰인다고 한다.

복사지나 종이팩 같은 고급종이를 다른 종이와 별도로 분리수거하면 고급 재생종이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식목일 전날인 4월4일은 '종이 안 쓰는 날 No Paper day' 

녹색연합-해리포터 7권 한국판 재생종이 출판. 복사지나 인쇄용지를 재생종이로 바꿈.

교과서를 재생종이로 바꾸자는 캠페인 

마침내 교과부는 2010년부터 중고등학교의 새 교과서와 지도서를 재생펄프를 30% 사용한 재생종이로 제작하고 공급하겠다고 결정을 내렸다. (과연 그렇게 하고 있는지 감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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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 : 정재승 + 진중권 - 무한상상력을 위한 생각의 합체 크로스 1
정재승, 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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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진중권 / <크로스> / 웅진지식하우스

 

정재승과 진중권이 쓴 <크로스>를 봤다.
필자들의 명성을 생각할 때 많은 독자들이 존재할 것 같은 책.
따라서 나는 간단하게 '생략'해도 될 법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읽었다.
 

'스타벅스','스티브 잡스','구글','제프리 쇼','헬로 키티','셀카','프라다' 등
나와는 별로 상관없을 것 같은 21개의 주제들이 나열되어 있고.
게다가 정과 진이 따로 나눠 썼기 때문에 독립된 유닛은 42개로 늘어난다. 

<스타벅스>편에서 이러한 말이 나온다.  

스타벅스는 식품산업을 문화산업으로 변화시켰다...애플 사용자들은 컴퓨터의 성능이 아니라 디자인으로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을 연출하는 데 민감하다...미래의 경제학은 점점 더 미학을 닮아간다.(18쪽) 

스타벅스는 '긍정의 심리학'을 십분 활용...가장 싼 것을 시키면서도 '톨tall'이라고 주문해야 한다. 더 큰 것들은 '그란데grande','벤티Venti' 같은 이탈리아어 이름으로 사용함으로써 사람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지 않고...(24쪽)
 

그런데 이러한 경제학의 '미학화', '심리학의 이용'은 스타벅스 뿐만 아니라, 생수의 판매전략에서도 나타난다. 

아마도 21세기 '생수'는 이제 '패션 아이콘'이 아닐까 싶다. ...의 세련된 디자인을 보라. 어쩜 그렇게 마시고 싶게 만들어 놓을 수 있을까?...생수는 이제 휴대전화처럼 '패션 액세서리'가 됐으며, 상류사회에 대한 '대리체험'이자 '자기과시 소비'의 아이템으로 '21세기의 필수품'이 되어버렸다.(193쪽) 

사실, 볼빅이냐, 에비앙이냐 하는 서구의 말도 안되는 생수의 선택 갈등은 이제 서구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자연스러운 광경이 되고 있다. 롯데나 동원에서 나오는 생수보다는 삼다수나 석수가 더 나아 보이게 하는 효과.  

더 나아가 볼까? 

렘 콜하스는 뉴욕의 프라다 스토어의 천장에 유리 새장들을 설치..."특정한 브랜드가 새로운 소비의 종교로서 획득하게 된 기능"...세속적인 자본주의적 매장을 성 유물을 보관하던 중세의 성당과 비슷한 곳으로 바꾸어 놓았다. 중세의 신도들이 성당에서 천국을 미리 맛보았듯이, 현대의 신도들은 프라다 매장을 지상의 파라다이스로 느낀다. (175쪽) 

하지만, 이러한 '상품미학'은 21세기에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자본주의 초기부터 상품미학은 고유한 자본순환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될 수밖에 없는 메카니즘 중 하나였다.
그런데, 진정 새롭거나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변화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현실과 가상, 실재와 이미지, 대상에의 동일성, 이러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변화일 것이다. 

정재승과 진중권은 '세컨드 라이프'와 '제프리 쇼', '마이너리티 리포트','파울 클레', '구글'에서 이를 설명한다.
예술과 과학의 경계를 허무는 것을 제프리 쇼가 보여준다면, 과학과 기술이 미학을 통합하기도 한다.

인터랙티브 아트가 이전에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이미지에 대한 몰입감이 엄청나게 높아져 '인식 확장' 수준이 됐다...과학자가 예술가가 되어가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가 과학자가 되어간다는 사실.(84쪽,87쪽) 

학생들에게 나는 늘 영감을 일으키는 '기계적 절차'가 있다고 가르친다...검색창에 낱말을 타이핑하고 엔터키를 치라...이제까지 생각지도 못했던 수많은 텍스트가 화면에 나타날 것이다. 바로 그것이 디지털 시대의 기계적 영감이다...무작위로 돌아가는 검색엔진의 멍청함이 외려 인간의 상상력을 확장해 줄 수 있다.(48-49쪽)
 

유럽 베낭여행을 갔을 때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뽕삐두 센터에서 열린 특별전 '소니 프로세스'였다. 즉 제프리 쇼와 같은 인터랙티브 아트였는데, 이러한 것을 처음 접했던 나는 어떤 나의 감각과 인식의 공간이 확장되는 점을 느꼈다. 

두 저자가 서로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기본적인 지식은 공유하지만 여러가지 차이점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정재승은 미래 사회에 대한 여러가지 전망을 내놓는다. 과학계의 이슈들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해서 말이다. 예를 들자면, 과학자들의 최대 화두는 카메라에 담긴 영상을 통해 인간의 행동, 언어적/비언적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자동적으로 정량화할까 하는 점. 이는 '셀카' 편에서도 언급되는데, 바로 야후 등이 기획하고 있는 거대한 '라이프로그 시스템Life log system의 개발이 문화기술학의 중요한 화두라는 점이다.

또한 정재승은 빅뱅이론에 맞서는 '초끈 이론superstring theory'을 설명한다. 초끈이론은 우주를 영원히 성장과 수축을 반복하는 세계로 파악하는데, 21세기는 과학자들이 이 초끈 이론의 가설을 간접적으로나마 증명하고자 애쓰는 100년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는 것이다. 

진중권은 서양과 우리 사회를 비교하면서 자주 '구술문화'(한국)와 '문자문화'(서구)에 대한 적응성과 강조점의 차이가 서로 다른 사회의 모습을 형상화했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자면, '위키피디아' 편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문자문화의 합리성을 강화해야 할 시기에 인터넷이라는 막강한 구술매체가 등장함으로써, 감성과 정서가 과잉한 상태가 그대로 지속되는 상황. 그 결과 중 하나가 바로 한국에서 위키피디아가 그다지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위키피디아가...대중지성의 가장 강력한 발현 형태...(이러한) 부진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299쪽) 

(구글과 네이버를 비교하면서) 가장 큰 원인은 서구 네티즌들의 인터넷 사용이 정보적이라면, 한국 네티즌들의 인터넷 사용은 친교적,오락적이라는 데 있을 것이다.(그 대신 생활 밀착적 정보는 역시 네이버가 제일이다. 한국은 여전히 구술문화다.)(49쪽)


그 외에도 크로스는 관심없던 분야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전달해준다. 예를 들자면, 프라다의 부상에 창업자의 손녀인 미우치아 프라다가 많은 영향을 미쳤으며 그가 좌파 페미니스트로서 프라다의 경영에 이러한 이념의 흔적을 남겼다는 설명. 또는 구글 23andMe와 같이 구글이 바이오정보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점. 야후의 라이프 로그 시스템 역시 마찬가지. 정보통신회사들의 새로운 시장의 창출이 바로 자본주의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주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미래가 결코 희망차지는 않을 거라는 사실. 

굿나잇 앤 굿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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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라인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권미선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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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세풀베다의 <핫라인>/ (2002, 열린책들) 

아주 짧은 세풀베다의 소설, <핫라인>(2002)은 민주화 이후에도
칠레의 비극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 준다.
 

주인공 조지 워싱턴 카우카만 형사는 마푸체 인디오이다.
그는 장군의 아들을 총으로 쏴 부상을 입힌다. 가축을 훔친 현장에 출동했다가
우연히 부상을 입힌 것이다.
이후, 권력을 쥔 장군의 압력으로 카우카만 형사는 산티아고에 발령을 받는다.
거기서 그는 성범죄와 관련한 부서를 맡게 되었다.
73년 아옌데 인민정부에 대한 미국 CIA 와 칠레군부가 벌인 쿠데타로 인해
망명할 수밖에 없었던 부부는 민주화 이후 칠레로 돌아오지만 막막했다.
그래서 벌인 사업이 폰섹스 사업. 이를 상징하는 용어가 바로 핫라인.
그러나, 이 핫라인에 장군의 부하들이 나타나 카우카만을 다시 노린다.
 
카우카만은 지략을 발휘해 장군의 부하들과 장군의 발언을 라디오로 생중계하고
체포에 성공한다. 마치 이 짧은 소설은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쓴 것처럼
매우 시각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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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중간중간에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칠레의 민중가수 빅토르 하라, 아옌데 대통령, 또는 독재자 피노체트에 대한
구술이 나타나 있다. 

루이스 세풀베다는 49년생으로 73년 24살에 피노체트 군사쿠데타 이후 수감되었다가 77년 석방후 망명길에 올랐다. 83년부터 88년까지 그린피스 특파원으로 활동했고 마흔살인 89년에 <연애 소설 읽는 노인>으로 유명세를 얻게 된다. 

세풀베다는 서문에서 뒤마의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격언을 인용한다. "잊지도 말고 용서하지도 말자." 독재에 대한 그의 시각을 잘 나타내준다. 

땡전뉴스에도 많이 나왔듯이 소설은 칠레의 허튼 여론조작의 현장을 다음과 같이 고발한다.


"아나운서는 칠레가 아주 잘 나가고 있다고, 너무나도 잘 나가고 있다고, 지금보다 더 잘 나갈 수는 없다며 확신에 차 말하고 있었다. 수출이 극에 다다라 모두에게 풍요로운 미래가 열릴 거라고 말했다. 이제 곧 낙관주의를 몇 톤씩 수출할 판이었다."(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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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중지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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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한 명상, 삶에 대한 명상, <죽음의 중지> (주제 사라마구, 해냄, 2009)

 

http://blog.naver.com/dohwasun

 



 

주제 사라마구가 2005년에 쓴 책이 번역되어 나왔다. 한국 최고의 번역가 정영목이 맡았다.(중역이긴 하지만.)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다음 날, 아무도 죽지 않았다. (11쪽) 

그리고 마지막 문장 역시  

다음 날, 아무도 죽지 않았다. (279쪽)

로 끝맺는다. 

줄거리는 짧게 요약해야 한다. 왜냐하면 세세한 긴 이야기는 철학적 성찰을 제공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에서 죽음이 멈추었다. 죽음이 중지하자, 장의사들, 보험업자들, 병원 등이 타격을 입는다.
어느 누구도 죽지 않기에 혼란은 가중된다.
꼭 죽어야만 하는 사람들, 예를 들어 죽음 직전의 가족을 둔 빈민층들은 곤란에 빠진다.

이들은 국경 너머로 데려가 죽음으로 '인도'한다. 이를 두고 살인이냐 아니냐 논란이 벌어진다.
또한 '죽음으로의 인도'가 마피아와 국경수비대의 비호와 짝짝꿍 아래 이권사업이 된다. 

이러한 비즈니스 말고도 국가는 일대 혼란이 벌어진다. 죽어야만 하는 모후는 죽지 않는다.
인구는 급속하게 늘어난다. 죽지 않는 사람들을 먹여 살려야만 한다.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 

전하, 우리가 다시 죽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습니다...무슨 일이 일어나 주어야겠군. 그렇습니다. 전하. 무슨 일이 일어나 주어야 합니다. (116쪽)

 
그러다 다시 죽음이 시작된다. 기다리던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다.
여기서부터 주제 사라마구는 '죽음'을 의인화 한다.
'죽음'씨는 죽음 일주일 전 편지로 통보하는 형식으로 다시 죽음을 재개하겠다고 선언한다.
그러자 또다시 혼란이 벌어진다. 

대학살보다 훨씬 심각했다. 죽음의 일방적 휴전이 지속되던 일곱 달 동안 죽음 직전에 이른 대기자 명단은 육만 명이 넘었다.(143쪽)
 

그렇지만 만족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는 세워지지 않는다.  

죽음은 어느날 '죽음 통보 우편'이 반송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49세의 첼리스트.
그러자 죽음은 '여성'으로 변장하여 그를 찾아간다. 그리고 '죽음' 자체는 그와 함께 잠자리에 들며 소멸한다.
'죽음'이 잠들자 다음날 '죽음'은 또다시 중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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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죽음을 맞이했을 때 모두가 경건하게 죽음을 애도하고 삶을 돌아볼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의 죽음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다가오지는 않는 법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세력들, 즉 마피아, 병원, 정부, 언론, 성직자, 장의사협회, 빈민층, 외국 등은 모두가 죽음의 중지에 똑같이 반응하지는 않는다. 사업의 손익계산이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죽음은 하나의 계기이다. 그런데 그 죽음이 계속 되다가 '중지' '재개' '재중지'의 과정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사회적 세력들의 수만큼 복잡했던 죽음에 대한 자세는 또다시 일대 혼란의 혼란을 거듭하게 되는 것이다.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일대 혼란이 벌어진다. 사람들에게 어쩌면 이루어질 수 없는 소원과 같은 것. 바로 '죽음의 중지'가 이러한 혼란을 일으킨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하다.
불로초는 진시황만이 먹어야 하는 것이지 중생들이 먹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죽음이 첼리스트를 '사랑하는 것'인지는 분명히 묘사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죽음은 첼리스트에게 집착한다. 그 집착은 결국 죽음 자체의 소멸을 불러온다. 죽음씨가 마지막에 '잠이 드는 것인지, 죽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어쨌든 죽음은 멈추었다. 

주제 사라마구의 전작들처럼 그는 불특정 다수들에게 어마어마한 사건을 짊어지운다. <-자들의 도시> 시리즈 외에도 <돌뗏목>과 같은 책도 익명의 사람들에게 어떤 사건을 부여하고 이에 대한 대응을 세세하게 그려 나간다.

주제 사라마구는 마르케스(백년동안의고독), 보르헤스와 더불어 세계3대 작가이자 환상적 리얼리즘을 대표한다.
그의 명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읽는 이로 하여금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어떤 충격이다.

우리가 살면서 그 사람의 인생이나 방향을 잡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책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예를 들면,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 맑스의 <공산당 선언> 등. 어떤 이들에게는 주제 사라마구의 책들이 매우 큰 영향을 미칠 것임에 틀림 없다.   

<죽음의 중지>는 주제 사라마구의 비교적 최근의 책이다. 

거의 20년동안 포르투갈 공산당 활동만 하다가 다시 문필을 시작한 주제 사라마구는 아흔이 다 되어감에도 불구하고 생생하고 녹슬지 않는 필력을 가지고 있다.(칠레의 소설가 루이스 세풀베다 역시 좌파활동을 꾸준히 해 온 사람이다. 남미 및 이베리아 문학의 힘이다.)

지금 나는 그의 저서 <돌뗏목>도 읽고 있다. 2008년작 <코끼리의 여행>의 번역본 출간도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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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남자
폴 오스터 지음, 이종인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도서관에 반납해야 되기 때문에 먼저 읽지는 않았지만

기록을 해두어야겠다.

 

 

따뜻한 노인의 시선, 폴 오스터 <어둠 속의 남자>

 



폴 오스터가 쓴 <어둠 속의 남자>(2008)는 불행과 고단한 삶, 심지어 고통의 역사를 담고 있지만

생각보다는 매우 따뜻한 메세지를 담고 있다.

 

전체적인 구조는 역자가 말하듯이 <아라비안나이트>를 닮아 있었다.

틀 속의 틀, 그림 속의 그림과 같은 구조. 즉 액자구조의 형식.

 

주인공 '오거스트 브릴'은 가공인물 '오언 브릭'을 통해 하나의 픽션을 완성해 나간다.

작자 폴 오스터까지 합치면 삼중 구조인 셈이다.

 

이러한 삼중 구조가 나타내는 것은 바로 철학자 '조르다노 브루노'의 다중 리얼리티(multi reality) 개념이다.

 

현실이라는 것은 단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는 얘기야. 많은 현실이 있는 거야. 단 하나의 세상만 있는 게

아니라 여러 세상이 있는데 그것들이 서로 평행하게 달리고 있어...각 세상은 다른 나라에 가 있는 누군가가

꿈꾸고 상상하고 저술하는 바 그대로의 세상이라고. 각각의 꿈꾸고 상상하고 저술하는 바 그대로의 세상이라고.

 

즉, 이러저러한 아픔을 간직하고, 사별한 노인 '오거스트 브릴'은

잠이 안올 때마다 이야기를 상상하곤 한다.

그 이야기 속 주인공이 '오언 브릭'이며 주인공은 미국의 2차 내전 상황에 빠져든다.

그리고 '오언 브릭'은 이 전쟁을 창시한 작자, 즉 '오거스트 브릴'을 살해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왜 주인공 브릴은 가공 인물 브릭에게 이러한 기괴한 임무를 부여한 것일까?

 

그는 이 세상을 발명하지 않았어. 오직 이 전쟁하고 브릭 자네만을 발명했지. 이걸 이해하지 못하겠나?

이건 자네의 이야기지. 우리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그 노인은 말이야. 자기 자신을 죽이려고 자네를 발명한 거야.

(98쪽)

 

 

'임꺽정'에게 홍명희를, '장길산'에게 황석영을 살해하라는 명령과 같다.

 

2차 내전 상황을 그린다는 점에서 이 책은 <에코토피아>와 닮아 있다.

<에코토피아>에서 연방에서 탈퇴하고 독립한 주들이 세로 생태적인 나라를 건설한다. 

마찬가지다. 연방주에서 분리한 주들은 내각제로 운영되고, 연방주의 대통령은 조지 W.부시이다.

분리 독립주들은 뉴욕 주, 뉴햄프셔, 버몬트, 매사추세츠, 코네티컷, 뉴저지, 펜실베니아 주 등이다.

 

폴 오스터는 이러한 2차 내전 상황을 바로 '이라크 전쟁'에 비유하고 있다.

 

바로 주인공 '오거스트 브릴'의 불쌍한 손녀 카티아의 애인인 타이터스가 이라크 전쟁에 전쟁용역업체 직원으로

참전하면서 발생하게 되는 비극적 결말은 이 책의 전제가 되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계속 굴러가기만 한 '괴상한 세상'에 대해

폴 오스터는 오거스트 브릴을 통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오거스트 브릴을 입을 통해 폴 오스터가 말해주고자 하는 것은

단지 참혹함 만이 아니며, 통제불가능한 불행만은 아니다.

폴 오스터가 말해주는 바는 소설 속 소개된 것처럼, 또 영화 도쿄이야기의 시아버지의 말처럼 ,

"행복해지기를 바래"(109쪽)라는 축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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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다리로 가자면.

 

할아버지 브릴이 첫번째 부인 소니아와 이혼 후 다시 재결합하는 과정에서

소니아가 브릴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살림을 합치기를 원하지 않았다는 부분이 나온다. 

 

KBS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배종옥과 김갑수를 닮아 있다.

배종옥도 김갑수의 집요한 설득에도 불구, 이전의 관계를 완전하게 회복하지는 않는다.

 

나(브릴)는 매해 그녀의 생일 때면 그녀에게 청혼을 했어. 하지만 그것은 일종의 암호문, 혹은 그녀가 다음 생일까지 나를 믿어도 좋다는 징표 같은 거였어.(219쪽)

 

곧이곧대로 말을 들으면 안된다. 관계는 말에 우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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