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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남자
폴 오스터 지음, 이종인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도서관에 반납해야 되기 때문에 먼저 읽지는 않았지만
기록을 해두어야겠다.
따뜻한 노인의 시선, 폴 오스터 <어둠 속의 남자>
폴 오스터가 쓴 <어둠 속의 남자>(2008)는 불행과 고단한 삶, 심지어 고통의 역사를 담고 있지만
생각보다는 매우 따뜻한 메세지를 담고 있다.
전체적인 구조는 역자가 말하듯이 <아라비안나이트>를 닮아 있었다.
틀 속의 틀, 그림 속의 그림과 같은 구조. 즉 액자구조의 형식.
주인공 '오거스트 브릴'은 가공인물 '오언 브릭'을 통해 하나의 픽션을 완성해 나간다.
작자 폴 오스터까지 합치면 삼중 구조인 셈이다.
이러한 삼중 구조가 나타내는 것은 바로 철학자 '조르다노 브루노'의 다중 리얼리티(multi reality) 개념이다.
현실이라는 것은 단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는 얘기야. 많은 현실이 있는 거야. 단 하나의 세상만 있는 게
아니라 여러 세상이 있는데 그것들이 서로 평행하게 달리고 있어...각 세상은 다른 나라에 가 있는 누군가가
꿈꾸고 상상하고 저술하는 바 그대로의 세상이라고. 각각의 꿈꾸고 상상하고 저술하는 바 그대로의 세상이라고.
즉, 이러저러한 아픔을 간직하고, 사별한 노인 '오거스트 브릴'은
잠이 안올 때마다 이야기를 상상하곤 한다.
그 이야기 속 주인공이 '오언 브릭'이며 주인공은 미국의 2차 내전 상황에 빠져든다.
그리고 '오언 브릭'은 이 전쟁을 창시한 작자, 즉 '오거스트 브릴'을 살해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왜 주인공 브릴은 가공 인물 브릭에게 이러한 기괴한 임무를 부여한 것일까?
그는 이 세상을 발명하지 않았어. 오직 이 전쟁하고 브릭 자네만을 발명했지. 이걸 이해하지 못하겠나?
이건 자네의 이야기지. 우리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그 노인은 말이야. 자기 자신을 죽이려고 자네를 발명한 거야.
(98쪽)
'임꺽정'에게 홍명희를, '장길산'에게 황석영을 살해하라는 명령과 같다.
2차 내전 상황을 그린다는 점에서 이 책은 <에코토피아>와 닮아 있다.
<에코토피아>에서 연방에서 탈퇴하고 독립한 주들이 세로 생태적인 나라를 건설한다.
마찬가지다. 연방주에서 분리한 주들은 내각제로 운영되고, 연방주의 대통령은 조지 W.부시이다.
분리 독립주들은 뉴욕 주, 뉴햄프셔, 버몬트, 매사추세츠, 코네티컷, 뉴저지, 펜실베니아 주 등이다.
폴 오스터는 이러한 2차 내전 상황을 바로 '이라크 전쟁'에 비유하고 있다.
바로 주인공 '오거스트 브릴'의 불쌍한 손녀 카티아의 애인인 타이터스가 이라크 전쟁에 전쟁용역업체 직원으로
참전하면서 발생하게 되는 비극적 결말은 이 책의 전제가 되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계속 굴러가기만 한 '괴상한 세상'에 대해
폴 오스터는 오거스트 브릴을 통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오거스트 브릴을 입을 통해 폴 오스터가 말해주고자 하는 것은
단지 참혹함 만이 아니며, 통제불가능한 불행만은 아니다.
폴 오스터가 말해주는 바는 소설 속 소개된 것처럼, 또 영화 도쿄이야기의 시아버지의 말처럼 ,
"행복해지기를 바래"(109쪽)라는 축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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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다리로 가자면.
할아버지 브릴이 첫번째 부인 소니아와 이혼 후 다시 재결합하는 과정에서
소니아가 브릴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살림을 합치기를 원하지 않았다는 부분이 나온다.
KBS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배종옥과 김갑수를 닮아 있다.
배종옥도 김갑수의 집요한 설득에도 불구, 이전의 관계를 완전하게 회복하지는 않는다.
나(브릴)는 매해 그녀의 생일 때면 그녀에게 청혼을 했어. 하지만 그것은 일종의 암호문, 혹은 그녀가 다음 생일까지 나를 믿어도 좋다는 징표 같은 거였어.(219쪽)
곧이곧대로 말을 들으면 안된다. 관계는 말에 우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