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책을 만나긴 쉽지 않다. 이 책은 1993년 9월 21일 구입했다. 20년정도 전이다. 분도출판사라는 가톨릭전문 출판사에서 나온 200쪽 정도의 작은 책이다. 그 때는 모든 것이 불확실했다. 대학도 가지 못한 상태였고, 다일공동체에 있다가 나와 다시 입시준비를 하던시기였다. 고교졸업후 6년이 지나 늦은 나이 이기도 했다. 실연의 아픔도 있었고, 삶은 나에게 도무지 기회란 걸 주지 않았다. 주변과의 관계들도 원만하지 않았고, 그저 침묵과 함께한 세월이었다. 그 시절 나에게 마음의 힘을 준 책 중 하나이다.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은 바로 타인과 더블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인간 존재의 본질은 다른 인간과의 관계성에 그 뿌리를 둔다."
"그런데 정작 우리가 더 우려해야 할 바는, 우리들의 관계가 진정한 의미에서 아예 시작되지도 않았거나 시작되었다 하더러도 아직 성숙되지 못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아마도 우리는 한편으로는 갈등을 느끼고 좋은 해결을 바라면서도, 주어진 현실에 너무 쉽게 안주해 버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실제의 대화가 중단된 곳에는 으레 상상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이 책을 읽고 묵상하며, 사람들을 만나면 조금이라도 마음에서 나오는 대화를 하려고 하고, 상대의 마음을 가늠하고자 노력하곤 했다. 마음이 지칠때면 자주 들여다보는 책이다.
아쉽게도 지금은 절판되어 구할 수 없는 책이다. 그 당시 선물할 일이 있으면 몇 번 이 책을 선물하곤 했다.
분도출판사에서 나온 책들 중에 유명한 건 이해인수녀님의 책들이다. 그 당시 이해인수녀님의 책도 자주 보았는데, 참 마음이 맑아진다.
방황의 시기가 지나고 다음 해인 1994년 서울예전 광고창작과에 입학했다. 그 과의 교수님 중 한분이 이인구교수님이셨는데, 바로 이해인 수녀님의 오빠셨다. 사람의 인연이란 알 수 없고, 어떻게 관계맺고 살아갈 지 그 분만 아시는 것 아닐까. 그러기에 현재에 충실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