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과 소통의 리더십이라는 단어를 자주 듣는다. 융합 관련 학회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나로서도 가장 설명하기 난해하면서 고통스러운 단어이다. 학문적 관점에서 다루는 융합도 그렇지만, 융합과 소통을 이끌어 내는 리더십이라는 설명은 더더욱 난해하다. 이 책이 내게 관심을 주는 가장 큰 부분이다. 융합과 소통이라는 단어를 대개 정확한 설명없이 최근에 유행하는 개념을 혼합하여 제시한다. 당연히 알 듯 모를 듯 한 것이 융합과 소통이라는 개념이다. 하지만 저자는 융합과 소통이라는 단어를 가장 적절한 논리적 설명으로 제시하고 있다. 더우기 융합과 소통을 개념적 수준에서 마무리한 것이 아닌, 서울대학교를 운영하는 총장이라는 직무를 수행하면서 어떻게 적용하였는 지 그 사례를 조목 조목 내세우고 있다. 대충 아는 융합과 소통이 아닌 융합과 소통의 철학을 현장에 적용한 산 증거인 셈이다. 특히 RT (Relation Technology) 라는 개념을 설명하고 서울대학교 내 RT를 적용한 다양한 학과와 연구 주제를 세팅한 부분은 진정한 현장 경영자임을 알게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융합과 소통만을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 작게는 저자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의 자리에 이르기까지 어떤 역경과 고난을 극복했는 지에 대한 자선전적 성격도 강하다. 크게는 서울대학교 총장으로 재직하면서 수행한 다양한 사업의 배경과 전개 과정, 결과를 조목 조목 내세우기도 한다. 서울대학교 졸업생이 아닌 독자의 입장에서는 썩 반가운 내용이 아닐 수 있으나, 서울대학교 총장이라는 관점보다 대학 교육의 현실과 대안이라는 큰 그림으로 받아들이면 의미있는 글로 새롭게 탈바꿈된다. 대학교육이라는 테두리의 큰 지도자가 쓴 글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 보자. 그 경우 다양한 독서를 통해 얻어 낸 저자의 지혜를 어려운 주제 속에서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융합과 소통을 이해하고 싶은 독자라면, 융합의 사례를 적용한 교육 현장을 보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한편 대학교육의 미래에 대한 혜안을 얻고 싶은 독자에게도 이 책은 일독이 적절하다. 봉사와 희망, 가진 자의 의무에 대한 대안을 찾는 독자에게도 이 책은 좋은 안내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