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의 습격 - 먹거리에 대한 통념을 뒤엎는 놀라운 기록
유진규 지음 / 황금물고기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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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책에 대한 리뷰에 앞서 이 말부터 하고싶다.

충격적인 책이다. 내가 알고있던 먹거리에 대한 상식중에서도 잘못알고 있던 내용도

있고, 또 알고는 있었지만, 많은 이들에게 '불편한 진실'로 다가갈 내용도 꽤 된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해 본다.

 

 

이 책의 큰 주제는 먼저 오메가-3 지방산과 오메가-6 지방산에 대한 용어정리, 우리몸에 끼치는

영향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만병의 근원이자 재앙의 시작인 옥수수에 관한 이야기가 책의

시작부터 끝까지 펼쳐진다. 아~ 옥수수.. 이 책을 읽고나자 다시는 옥수수를 쳐다보고 싶지도

않을것 같다. 지금껏 옥수수가 몸에 좋은 식품인줄 알았다. 어린 아이들 간식으로도 과자보다

찐 옥수수 한토막이 더 좋을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고, 왜 몸에 좋은 옥수수씨눈으로 짠

옥수수 식용유가 안좋다고 하는건지 이해하기 힘들었었다. 아마도 옥수수기름의 주성분이 옥수수

만 있는게 아니라 첨가물이 많이 들어가서 안좋다는건가? 이정도로 생각했었지, 이렇게 옥수수가

우리몸에 해로운 곡물인지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너무 옥수수를 안좋게 본건가?

 

일단 복잡한 작용기제를 차치하고서 오메가-3는 좋은 기름, 오메가-6는 나쁜기름이라고 양분

해보자. 광합성을 하는 풀들에는 오메가-3가 풍부하고, 곡류에는 오메가-6가 풍부하다. 옥수수는

대표적으로 오메가-6가 많은 곡류다. 옥수수를 많이 먹는것 자체도 건강에 좋지않지만, 옥수수를

사료로 먹은 고기를 먹는것도 건강에 좋지않다. 즉, 풀을 먹고 자란 쇠고기는 우리몸에 건강이란

선물을 주지만 옥수수를 먹고 자란 소는 '불량식품'이다. 한국인 두사람의 머리카락을 샘플로

채취해 한국인들이 얼마나 많은 옥수수를 먹고있는지 분석해 보기로 했다. 두 명의 샘플은 아버지

와 딸이었는데 분석결과 아버지는 머리카락을 구성하는 탄소성분의 16%, 딸의 머리카락은

34%의 타소성분이 옥수수로부터 유래한 물질이었다. 다시말해 아버지는 먹는 음식의 1/6이,

딸은 먹는음식의 1/3이 옥수수 성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옥수수를 즐겨먹지 않았다.

1년에 3~4개 간식으로 옥수수를 삶아 먹은게 전부인데 도대체 어디서 몸에 안좋다는 옥수수

를 이렇게 간접섭취한것일까?

 

종이, 마분지, 텍스타일, 접착제, 배터리, 세제, 코팅재료, 물감, 잉크, 크레용, 분필, 염료,

화약, 플라스틱, 아세트산, 살충제, 성냥, 유기용제, 샴푸, 화장품, 1회용컵과 접시...

미국의 아이오와주 옥수수 생산자 협회가 홍보자료에서 열거하고 있는 옥수수의 쓰임새다.

식품으로만 따져도 맥주, 술, 탄산음료, 피자, 유아식, 캐러멜, 껌, 아이스크림, 햄, 식초,

치즈, 초콜릿, 사탕, 젤리, 잼, 땅콩버터, 케첩, 시리얼, 식빵, 팬케익, 과자, 콘플레이크 등등에

옥수수 성분이 들어간다. 가히 옥수수가 들어가지 않는 먹거리가 없는 정도다. 육류는 어떤가.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사료의 주성분이 옥수수다. 이쯤되니 우리가 직접 옥수수를 먹지

않아도 넘칠정도의 옥수수를 간접섭취하고 있는 중이다. 세포막을 구성하는 지방산중

오메가-6와 오메가-3의 비율이 6:1 을 넘기지 말것을 권장하고 있는데 한국인 10명의

비율을 측정해본 결과 최저 6:1 에서 최고 125:1 까지 나타났다. 과체중인 사람들의

평균비율은 50:1을 나타냈다.

 

오메가-6가 많다는건 그만큼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는 일이다. 어떤 학자들은 오메가-6를

가리켜 암세포가 오메가-6를 먹고 자란다고도 한다. 고지혈증, 동맥경화, 심장마비, 혈전,

염증, 심근경색, 뇌출혈, 당뇨병... 이 모든것의 원인이 되는것이 오메가-6고, 옥수수에는

오메가-6 함유량이 현저히 높다. 그렇다면 우리가 먹고살 음식이 없는것인가!

 

책의 말미에는 현명한 식생활에 대한 조언을 담고있다. 콩이나 옥수수로 만든 식용유 대신

올리브유를 사용하고, 고기를 먹을때도 가급적 옥수수 사료로 키운 소나 돼지, 닭고기 대신

방목해서 키운 육류를 섭취하라고 한다. 하지만 이 대목이 우리가 실제 실현하기 어려운

부분이 아닐수 없다. 어디가서 방목한 소와 돼지를 찾는단 말인가. 내 생각엔 이런 대안도

있겠다 싶다. 1등급 쇠고기등 품질이 좋은 쇠고기는 마블링이 좋은 고기이고, 이는 방목이

아니라 피드롯이라 불리는 사육장에서 옥수수사료로 사육된 쇠고기를 뜻한다. 쇠고기를

먹을때는 저등급, 저품질 고기를 찾는것도 한가지 방법이겠다. 그리고 패스트푸드, 햄등의

정크식품을 먹지않는것. 가급적 해산물이나 생선류를 먹는것. 오메가-3 영양제를 보조식품

으로 섭취하는것. 이런 방법들이 대안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또한 잘못된 상식으로 육류가

무조건 몸에 좋지않다는 속설도 바로잡아준다. 옥수수 사료로 사육된 육류가 좋지않다는

거지 풀을 먹고 자란 쇠고기는 오히려 보약처럼 작용한단다.

 

더 많은 이야기를 옮기기는 어렵고, 부디 이 책을 꼭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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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는 택시 드라이버
이마이 이즈미 지음, 서라미 옮김 / 북메이드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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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바꾸면 작은 일에도 감사하고, 행복을 느끼게 된다는걸 한번쯤은 들어봤을

테고, 혹은 스스로 깨달을 때도 있다. 모르는건 아니지만 다만 살다보면 그런 작은

여유마저 느끼기 힘들고, 경쟁속에서 뒤쳐질까 노심초사 하다보니 작은일에 행복을

느낄 겨를이 없을 뿐이다. 어쩌면 부모에게 효도하고, 자식들 잘 키우고, 남들에게

좋은 평판 들으면서 사는게 중요하고, 또 성공적인 삶이라고 할수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고 소중한건 나 자신이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삶일것이다. 가난해도,

혹은 병이 있어도, 혹은 남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나 자신이 중요한 거다.

나 스스로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게 가장 성공한 삶이 아닐까? 발상의 전환

이나 내면에서 우러나는 깨우침이 없이 외부적인 환경으로 그런 상황을 맞는 사람도

있다. <우리 아빠는 택시드라이버> 책의 저자인 이마이 이즈미씨가 그런 경우다.

 

 

제목은 <우리 아빠는~>으로 시작하지만 그렇다고 책의 화자가 아들이나 딸이 아니라 택시기사인

자신의 이야기다. 책의 내용은 택시 기사인 이마이 이즈미씨가 우연히 발견한 네잎클로버를 손님

에게 주면서부터 기뻐하는 승객들의 모습에서 뿌듯함을 느끼고 자기마저 행복해지더라~라는 틀에

박힌 <소소한 행복> 이야기다. 이마이씨는 지금 자신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커다란 행복도 아니다.

그저 승객들에게 기쁨을 줄수있는 자신이 행복하다는 것이다. 그럼 됐다. 그게 최고다.

 

이마이씨가 처한 상황을 한번 들여다보자. 6년전 다니던 회사에서 구조조정으로 해고 통지를

받았다. 그 회사는 19년 동안 몸담았던 회사고, 젊은시절 자신의 모든것을 바쳐 일해왔던 곳이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고, 회사에서도 알아주리라 믿었지만 회사가 어려워지자 냉정하고 해고

당했다. 딱히 할수있는 일도 없었기에 막연하게 시작한 일이 택시 기사였다. 16년 전에는 아내와

사별했다. 아들 하나와 딸둘을 두고 오손도손 재밌게 살아왔지만 회사에서 받은 건강검진에서

암이 발견돼 멀쩡하던 사람이 6개월만에 세상을 떠났다. 그때 큰 딸이 22, 둘째 딸은 20, 아들은

18세였다. 아내 나이는 44세. 그로부터 16년간 이마이씨는 혼자 살면서 아이들을 돌보고, 결혼

시키고, 새롭게 택시기사 일을 시작했다. 누가봐도 남들이 부러워할 삶은 아니다. 그런데 이마이

씨는 정말로, 정말로, 지금의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행복하다고 느낀단다. 그런 마음이 부러울

뿐이다...

 

이마이씨는 '행운을 주는 택시 드라이버'로 유명인사다. 이미 일본에서는 신문에도 보도되고,

티비 출연도 여러번 했다고 한다. 처음 시작은 별것 아닌 일에서 시작됐다. 택시기사를 시작하고

며칠 안돼, 손님을 기다리기가 지루해 동료기사들과 함께 잔디밭에서 네잎 클로버를 찾다가

하나를 발견했다. 그날 우울한 표정의 여자손님을 태우고 얘길하다, 실연의 상처로 괴로워 하는

걸 알게되고, 낮에 발견했던 네잎클로버를 주게됐다. 그러자 우울한 표정의 손님이 뜻밖의

예기치 못한 선물에 잠시나마 웃음을 띠는걸 보고 잘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 이후로 시간나면

네잎 클로버를 찾아서 예쁘게 말렸다가 손님들에게 주곤 했는데, 그때마다 하나같이 반가워하고,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걸보고 좀더 전문적으로 네잎클로버를 만들기 위해 아예 마당에서 재배

하기까지 하게된다. 처음에는 소수의 여자손님들에게만 주기 시작하다가, 다음에는 남자손님

까지, 그 다음에는 손님의 지인이나 가족들에게까지 네잎클로버를 선물하게 됐다.

 

 

그런데 이마이씨가 선물한 네잎클로버는 단순한 선물이 아니었다. 택시를 타는 손님들은 각양각색,

천가지 사연과 만가지 인생을 살고있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어느날 낯선 택시기사에게서 받은

행운의 상징 '네잎클로버'로 인해 위안을 얻기도 하고, 한때 즐거움을 받기도 하고, 앞날에 희망을

품기도 했다. 수험생들은 자신감을 얻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행운을 불러준 네잎

클로버 덕에 하루는 낯선 이에게서 편지를 받게 됐는데 이마이씨로부터 받은 네잎클로버를 지갑에

두고 지갑을 열때마다 간절하게 딸의 고등학교 입시 합격을 기원했는데 정말 합격을 했다고,

이게 다 이마이씨가 행운을 가져다 준 덕분이라며 고맙다는 편지였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다 보니

이마이씨는 자신이 하고있는 일에 확신을 갖게 된다. 내가 하는 이 사소하고 작은일이 다른이들에게

커다란 용기와 희망을 가져다주는 좋은일이라고. 보잘것 없는 나도 이처럼 크고 중요한 일을 할수

있다고.

 

사실 네잎클로버를 가지고 있다고 나에게 행운이 찾아오는것은 아닐지언정 마음만은 부자가

되는건 사실이다. 왠지 발표하지 않은 로또복권을 갖고있는것 처럼 말이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나에게 좋은일이 생길것만 같은..

 

우리도 이마이씨가 될수 있다. 남들이 보기에 좋은 환경에 처해있진 않더라도 자신이 뭔가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로인해 자존감을 높히면서 스스로 행복을 느낄수 있다면 그게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일이 아닐까싶다. 물론 나도 그런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 스스로 노력해서 마인드

컨트롤 할수 있으면 다행인거고, 그렇지 않다면 어느날 갑자기 외부의 힘으로 그렇게 생각이

바뀔수도 있지 않을까? 그럼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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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브레이크 호텔
서진 지음 / 예담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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풉~ 재밌다. 책이 재밌다기 보다 작가의말을 읽다가 풉~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시종일관 소설을 읽으면서 명쾌하다거나, 몰입된다거나, 재밌다거나, 긴박감이 느껴지지

않고 어렵다, 난해하다, 무슨말을 하고싶은 걸까, 등장인물들은 왜 이럴까만 되뇌이다가

책의 맨 뒤에 있는 작가의 말을 읽게되자 나도모르게 웃음이 나온 것이다.

바로 이 대목이다.

 

"이 책은 단순한 소설집도 아니고, 그렇다고 연작소설도 아니고, 장편소설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하다. 과학소설도 아니고, 로맨스나 스릴러도 아니다. 그냥 야한(야하고 싶었던) 소설

이라고 해두자. 혹은 입구는 있지만 출구는 없는 소설...(후략)"

 

독자들의 불편한 심정을 눈치채버렸다. 작가가..

어찌보면 별개의 일곱가지 이야기가 옴니버스 식으로 묶여있어서 단편집이라고 생각될수도

있지만 이 모든 이야기들이 결국 전세계에 같은 장소 '하트 브레이크 호텔'을 공간적인 배경

으로 삼고있어 완전히 다른 별개의 이야기라고 볼수도 없다. 몽환적인 분위기가 시종일관

흐르면서 각각의 단편들이 난해한 메시지를 남긴다. 작가는 이 소설을 야하게 쓰고싶다고

말했다. 에로스적으로 야한게 아니라 작가가 생각하는 야함은 가슴을 파헤치고 지지직, 심장을

긁어내릴수 있는 소설이 야한소설이다.

 

작가가 2005년 자비로 출판했던 소설 '하트 모텔'을 리메이크 한 작품이 이 '하트브레이크 호텔'

이다. 처음에 네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있던 소설이 일곱개의 단편으로 늘어났고, 제목도

모텔에서 호텔로 승격됐다. 소설속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세상의 모든 하트브레이크 호텔은

연결되어 있다" 어쩌면 이 소설의 핵심 문구가 아닌가 싶다. 서로 다른 도시에서,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각각의 사연을 가지고 모여드는 곳이 하트 브레이크 호텔이었다. 그리고 이 책도

각각의 다른 일곱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하트브레이크 호텔이 등장한다. 서로 다른

이들 일곱이야기는 연결되어 있다. 그 점을 보여주려 첫번째 에피소드였던 '황령산 드라이브'

가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다시 나오는거 아닐까? 마치 사회생활 하면서 전혀 모르는 사람을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면 가깝게는 두어다리, 멀게는 서너 다리 연결하면 전부 아는

사람을 공통분모로 삼고 있는것이 밝혀지듯 우리가 살아가며 만나는 사람들, 사건들, 고민,

걱정, 기쁨, 행복이 모두 모르는듯 보이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허무하게 보여주는 소설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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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아와 새튼이 - 한국 최초 법의학자 문국진이 들려주는 사건 현장 이야기
문국진 지음 / 알마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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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법의학자인 문국진 박사가 쓴 사건사례집이다.

원래 1985년과 1986년 각각 <새튼이> 와 <지상아>란 제목으로 단행본

출간했던 것을 약 25년 지난 지금 다시 각색하고, 간추려서 <지상아와 새튼이>

란 제목의 단행본으로 리메이크 한 셈이다.

 

나도 그랬지만 아마 많은 독자들이 문국진 박사가 누군지, 한국의 법의학은

어느정도 수준에 올라있는지 관심을 갖지 않았을거다. 그러다 법의학이란 용어가

세인들의 관심을 받고, 자주 입에 오르내리게 된건 의심할 여지없이 미드 CSI가

히트친 덕이다. 그때까지 용의자 잡아놓고 자백할때까지 족치던지, 혹은 지문

감식 정도가 과학수사의 전부인줄로만 알던 한국인들에게 미드 CSI는 그야말로

충격을 안겨줬다. 사건현장에 남겨진 실오라기 한털로, 또는 발자국에 남은 흙

알갱이 몇알로도 범인을 유추하고 검거하는 과학수사 기법이랄지, 죽은 사람은

말이 없어도 사체는 범인을 지목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법의학 기법들에

매료되면서 시청자들은 드라마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다음

수순은 '그럼 우리나라는?' 이다. 우리나라의 법의학 수준은 어디까지 와있는걸까?

또 그러다가 문국진이라는 이름이 회자되기 시작했다. 한국의 최초 법의학자.

지금은 과학수사연구소에서 강의하고, 후진을 양성하고, 책을 집필하는 한국

법의학의 산 증인이라고...

 

나 역시 일전에 <법의관이 도끼에 맞아 죽을뻔했디> 라는 책을 통해 처음 문국진

박사를 알게됐다. 당시에는 인터뷰어와 인터뷰이로서 대담형식을 빌려 책이 씌여

졌었는데 그 책에서 계속 등장했던 이름이 <지상아>와 <새튼이> 였다. 문국진 박사가

현장에서 만났던 기이한 사건들, 법의학의 힘으로 해결했던 사건들, 자칫 미궁에

빠져 미결로 남을뻔한 사건들이 법의학을 통해 해결되는 통쾌한 경험들을 책으로

펴낸것이 바로 <지상아>와 <새튼이>였던 것이다. 이제 그 책들의 엑기스만을 뽑아

단행본으로 나왔고, 오늘 그 책을 읽게 됐다.



그런데 책 제목으로 쓰인 지상아와 새튼이는 무슨 뜻일까?

뜻을 알기전에 미리 알아둘것이 있다. 죽은 시신으로부터 사인을 찾고, 살해당한 방법,

시간, 범행도구등을 찾는 분야가 법의학인 관계로 이 책에 나온 모든 에피소드들은 죽음

에 관한 것이다. 그것도 평범한 죽음이 아니라 잔인하고, 억울한 죽음들이다. 그렇다면?

지상아와 새튼이란 단어도 역시 그런쪽이겠지...

먼저 책의 사례중에 '지상아'란 꼭지의 에피소드가 있다. 거기 글을 잠깐 인용해본다.

분만이 시작되었다. 진통끝에 태아의 머리가 보였다. S박사는 숙달된 솜씨로

태아의 머리를 잡아당기면서 분만을 시도했다. 그런데 난데없이 태아의 머리가

툭 떨어져버리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중략)...개업 30년 동안에 수많은

아기를 받았지만 목이 떨어진 이른바 단두아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위 사례에 나온 산모와 그 가족들은 분만시 의사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태아의 머리를

너무 세게 잡아당기는 바람에 목이 떨어져 태아가 죽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고 한다.

그리고 저자는 경찰에서 의뢰한 태아의 머리와 몸통을 보고 '지상아'라고 소견을 밝혔다.

지상아란 산모의 자궁안에서 사망한채 오랜 시간이 지난 태아를 말한다. 자궁안에서 태아가

죽으면 양수가 태아에게 스며들어 몸이 물러진다. 그런다음 석회가 침착되고, 탈수되고,

위축되면 조금만 힘을 가해도 부서져 나가는 상태가 되는것이다. 그러면 이 의사는 죄가

없을까? 아니다. 지상아는 자궁안에서 죽은지 오래된 태아임에도 이 산모는 이 의사에게

정기적인 검진을 받아왔고, 의사는 진료차트에 태아가 정상이라고 기록해왔다고 한다.

심지어 박동도 정상이라고 했다하니, 형식적인 진료를 했음이 틀림없다.

새튼이란 용어도 생소하다. 이 역시 '새튼이'란 제목의 꼭지로 에피소드가 있으니 그 글을

발췌해 본다.

사람이 죽은뒤 건조하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 시체를 두면 수분증발이 빠르게

일어난다. 그래서 세균의 발육보다 수분증발의 속도가 빠르면 미라가 된다.

인체의 수분 50퍼센트가 급속히 증발되면 세균의 번식이 정지되기 때문에

썩지 않는다..(후략)

갓 태어난 갓난아기를 버리고 엄마가 도망가는 경우가 있었다. 옛날에는 지금처럼 분유가

없었기에 젖동냥으로 키우든지, 아니면 아기는 굶어죽게 되었단다. 혼자 남아 아기를 살리

려다 결국 아기가 죽는것을 지켜본 아빠는 엄마를 찾기로 한다. 하지만 어디있는지 모를

아기엄마를 찾기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려 소금장수가 되었고, 아기의 시체를 소금통 밑에

지고 다녔다. 소금이 죽은 아기의 몸에서 수분을 흡수하고, 통풍이 잘되다보니 아기 시신은

미라가 되었다. 그러다 결국 아기엄마를 찾은 아빠는 아기의 죽음을 알리고 엄마품에 미라를

던졌다. 도망쳐온 남편이 자기를 찾아온것만해도 놀라 자빠질 일인데 하물며 갓난아기 시체

를 품에 안고 너무놀라 아기엄마는 급사해 버렸다. 이 이야기가 전해지자 사람들은 갓난아기

귀신이 한을 품고, 영험해서 벌인 일이라 하여 모두들 새튼이를 무서워 했다고 한다.

 

이 책은 1부. 완전범죄는 가능한가?, 2부. 성범죄 사건, 3부.지능적인 사건의 결말,

4부. 어처구니없는 사건, 5부. 기이한 사건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단원별로 소개된 에피소드

들은 흔히 볼수있는 단순한 사망사건들이 아니다. 그리고 법의학이 없었다면 미제로 분류

됐거나 죽은 영혼이 한을 풀지 못할 사건들이다. 다행히 못잡을것만 같던 범인을 잡게된

사연들을 읽다보면, 이러한 끔찍한 일들이 있어서는 안되겠지만 이왕 일어난 일이라면

어떻게든 망자의 한을 풀어줘야 할테니 앞으로 법의학이 더 발전해 완전범죄가 없어져야

할거라는 응원을 하게된다. 다만 아쉬운 점은 많은 사례들을 소개하고 나열할 것이 아니라

좀더 법의학과 관련된 자세한 정보나 설명들이 부족해서 아쉽다. 이 책에 소개된 사례들은

일요신문 같은 주간지에 가십으로 실리거나, 신문의 기획기사 수준에 머물러 있다보니,

그저 재미로 읽기엔 좋지만, 법의학에 관심을 가지고 정보를 얻으려는 이들에겐 너무 부족

해 보이겠다. 아마도 많은 대중들을 상대로 쉽게 법의학을 소개하기 위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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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 두 번째 이야기 - 마음이 외로운 당신을 위한 따뜻한 위로
A.G 로엠메르스 지음, 김경집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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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60개국에서 출판되어 8천만부가 판매된 셍텍쥐베리의 '어린왕자'.

셍텍쥐베리는 1943년 어린왕자를 세상에 내보였고, 이듬해 1944년 공군 조종사로

정찰비행에 나섰다가 독일군 전투기에 격추되어 세상을 떠나게 된다. 일평생 하늘을

사랑했고, 하늘을 날며 상상의 나래를 펴다, 하늘에서 죽은 비운의 작가다.

그의 사후부터 지금까지 세계 곳곳에서 '어린왕자'는 책 좀 읽는다는 사람들에겐

최고의 찬사를 받는 명작이 되었고, 독서를 시작하는 어린 아이들에게는 항상 추천

도서 목록에서 빠지지 않는 입문서가 되고있다. 어린왕자란 이름을 사용한 아류작들도

넘쳐나지만, 그 어떤 책이 정말로 '어린왕자'란 이름을 떳떳하게 사용하며 원작과 어깨를

나란히 할수 있었겠는가. 그런데 이번에 신간 '어린왕자 두번째 이야기'가 출간됐다.

어린왕자의 이름을 빌려쓴 아류작이 아니다. 정식으로 셍텍쥐베리 재단으로부터 어린

왕자란 이름의 사용을 승인받고, 재단 회장이자 셍텍쥐베리의 손자인 프레데릭 다게

로부터 책의 추천서까지 받은 제대로 된 '어린왕자'가 출간된 것이다. 그 두번째 이야기

라는 이름으로...

 

 

 

 

작가는 알레한드로 길레르모 로엠메르스다. 이름 참 길기도 하다. 셍텍쥐베리란 이름은

한번 들으면 절대 잊혀지지 않을 이름인데 알레한드로길레르모로엠메르스는 절대 외울래야

외워지지 않을 이름같다. ^^;

 

어린왕자가 자기 별로 돌아간 이후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지구를 찾아오고 마침, 고속도로를

달리던 '나'와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작가가 아르헨티나인이어서인지

이야기의 공간적 배경은 아르헨티나 남부 파타고니아 지방이다. 어른인 '나'는 우연히 만난

정체모를 소년과 벗삼이 이야기 상대를 하며 지루하기 짝이없는 고속도로 운전을 하게된다.

대화를 하면 할수록 순진하다 못해,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소년이 답답하기도 하지만, 나는

최대한 친절하게 세상 살아가는 방법,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는 법, 문제가 닥치면 해결하는법

등을 가르친다. 좋은 얘기를 들려줄때마다 고개를 끄덕거리며 뭔가를 생각하는 소년을 보고,

나는 신이나서 떠들어 댄다. 문제가 생기면 피하려고 하지말고, 문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슬기롭게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살면서 영혼이 죽은듯이 침묵해서는 안되고, 기계

보다 살아있는 동,식물에 대해 애정을 느껴야 한다고, 그리고 과거와 미래를 돌아보는데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지금 현재에 최선을 다하라고. 이따금씩 돌아오는 질문과 대답은 소년이 너무

순수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아이라는 것만 알려주는 말들일뿐. 그렇게 삼일동안 어른과 소년은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으며 목적지를 향해 운전해 가는데 나중에야 어른은 이 정체모를 소년이

그 옛날 '어린왕자'임을 알아 차리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하자, 어린왕자는 또 우연히 만난 술주정뱅이 부랑자와 대화를

하고, 그를 따라 가기로 결심한다. 어린왕자와 헤어지는 순간 두사람은 진심으로 서로를 위하는

마음에 가슴아파 하고 그제서야 어른은 깨닫게 된다. 아니, 이 책의 독서를 마치는 순간 '나'는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이다. 뭘?

 

(부랑자와 어린왕자) 두 사람이 걸어가는 모습을 보니 그들이 아직 잠들어 있는 거리를

새로운 빛으로 비추는 듯 했어. 갑자기 모든게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어. 어쩌면 지금까지

어린왕자가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질문을 던져서 나를 이끌어 왔다는 생각이 들었어.

문제에 압도되지 않으려고 바둥거린건 바로 나였고, 기계보다 동물에 대해 더 애정을

느껴야 하는 사람도 나였으며, 과거와 미래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에 살아가는 사람도,

뭘 갖느냐 하는것 보다는 지금의 모습에 충실한 사람, 수단 보다도 목표에 자신의 방향을

설정해야 하는 사람, 그리고 행복해지기 위해서 사랑속에서 성장해야 하는 사람도 바로

나였던 거야. 어린왕자는 내안에 있는 최고의 것을 찾아낼수 있게 해주었어...

 

아마 다들 '어린왕자'란 책은 한번씩 읽어본 기억이 있을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하도 오래전

읽었던 책이라 그때 느꼈던 감정이 남아있지 않을 터. 그건 어쩌면 나이가 들면서, 살아오면서

어릴때 읽었던 어린왕자의 순수한 마음이 퇴색되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어린왕자는 그런 우리들

을 만나기 위해 다시 지구로 돌아왔다. 이제 우리가 그의 얘기를 들어주고, 내 얘기를 그에게

해주는 일만 남았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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