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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 Just Stories
박칼린 지음 / 달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솔직히 고백한다. 

남자의 자격 '하모니'편에서 그녀를 처음 만나기 전까지 나는 박칼린이라는 뮤지컬 음악감독을 

알지 못했다. 누구나 다 그러하듯이... 

그걸 고백하겠다는게 아니다. 프로그램이 계속되는 몇개월동안 때론 감동적으로, 때론 재밌게  

남자의 자격을 봐왔고, '하모니' 이후 일약 최고의 음악감독으로 화제가 된 그녀를 멋있다고만  

생각했다. 그러다 작년 11월 박칼린이 첫 에세이집 '그냥'을 펴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남자의 자격 출연이후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일약 인기스타가 된 그녀가 티비 프로그램의 

인기를 바탕으로, 남자의 자격을 든든한 빽으로 삼아 자신의 이야기를 펴낸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인간 '박칼린'이 궁금했고, 어떤 과정으로 남자의 자격을 만들어오고 감동을 선사했는지 

확인하고자 이 책 '그냥'을 읽게됐다. 그리고..  내 짧은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깨닫게 됐다. 

 

솔직히 고백한다. 나는 박칼린이 남자의 자격의 인기를 바탕으로 책을 급조해서 펴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내생각은 멋지게 틀렸다. 수많은 에피소드들을 통해 이 책을 쓰기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열정을 불살랐는지 알게되었다. 정작 내가 예측했던 '남자의 자격' 이야기는 이 책 어디에도 

찾을수가 없었는데 마치 예의상 언급해준다는 듯이 45개 이야기중에 맨 마지막 45번째에 간략하게 

소개해 놓고 있다. 그 앞선 44개 이야기 보따리 속에서는 남자의 자격 냄새조차 나지 않는 순전히 

박칼린의 이야기로만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보나마나 자기자랑하려고 쓴 책일거라고 섣불리 예측하면서 봤지만 읽을수록 이야기 속에 빠져 

들어가 공감하고, 긴장하고, 동정하고, 부러워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박칼린이 참여한 뮤지컬 '아이다'의 한장면. 

 

한국인 아버지와 리투아니아 어머니 사이에서 세 딸중 막내로 태어난 박칼린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어린시절을 보냈고, 이십대때 한국에 들어와 이십년 이상을 국악, 번역, 판소리, 노래, 연기, 감독등의 

일을 해오며 오늘날에 이르렀다. 지금이야 성공한 음악감독, 이국적인 용모와 세련된 매너, 출중한 

능력과 일을 향한 열정, 유머감각을 두루두루 갖춘 정말 멋진 여자로 살고있지만 혼혈이라는 이유로 

멸시받고, 모욕을 당하던 부산의 어린시절이 있었고, 일평생 가족과 떨어져 살아가는 아픔도 가진 

사람이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자신의 꿈, 열정, 추억, 사람들을 이야기 하지만 막상 기대했던 

사랑과 연인의 이야기는 고백하지 않는다. 다만 책을 펼치면 첫 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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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함 

               샹, 재림, 해태, 민영, 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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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는 문구만 남겨놓고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러다 이들이 가족같은, 사랑하는 사이라고 하면서  

한명, 한명 해명을 해놓는데 샹은 뮤지컬 작가 지망생 전수양, 민영은 음악감독 오민영,  

재림은 노래를 잘하는 아끼는 애제자 란다. 그런데 해태는? 키우고있는 삽살개다. 승현은..누구더라? 

글쓰는 지금 기억나지 않는다.. 항간에 제자 최재림과 사랑하는 사이라는 루머가 돌았기에 혹시나 

그에 관한 언급이 있을까 기대했는데 더도덜도 말고 그냥 무척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이란다. 

혹시나 나처럼 그부분을 궁금해 하실 분들을 위해 그부분을 가져와 봤다. 

   
 

내게 처음 그는 목소리로 다가왔다. 그 전에는 남자 제자를 가르쳐본 적이 없는데, 끈기가 

있고, 무엇보다 머리가 좋다는 첫 느낌이 기억난다. 그는 한국에서 보기 드물게 무대에서의 

당당함을 가졌고 말을 잘했다. 그 어떤 누구보다도 우린 빠르게 서로를 받아들였고, 또 그만큼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예술이나 삶, 둘 다에서 말이다.

 
   

 

 

 

어린 시절의 박칼린. 열다섯살때 엄마랑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이다. 풋풋하고 예쁜 소녀의 모습. 

이 책의 주제는 뮤지컬과 열정, 가족, 그리고 박칼린이 만난 사람들이다.  

거창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시시하지도 않다. 1부, 2부, 3부, 4부로 나뉘어져 있지만 특별히 주제가 

다르지도 않는것 같다. 그리고 각 부로 넘어갈때마다  'just stories' 를 강조한다.  

그냥 이야기일 뿐이다. 무슨 목적이 있는것도, 내 자신을 자랑하는 것도, 독자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것도 없다. 그냥 이야기를 하고싶을뿐.. 그래서 책 제목도 '그냥' 이고, 책속에서도 just stories 임을 

반복하나 보다. 책을 다 읽고 덮었더니 뒷표지에 또 이런 문구가 보인다. 

그냥 살았다. 

그냥 여기에 있다. 

그냥 사랑한다. 

 

 

가족사진 속엔 아빠가 없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넘어올때 찍은 사진이다. 엄마와 세 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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