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루야 내 동생이 되어 줄래? - 처음 키우는 반려동물 처음부터 제대로 16
김경희 지음, 김선진 그림 / 키위북스(어린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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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우리도 강아지 키우자, 응?"


아이는 자주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자고 말합니다. 지나가다 귀여운 강아지를 만났을 때, 강아지를 키우는 할머니 댁에 다녀왔을 때, 엄마 아빠가 조금 바빠 혼자 놀아야 했던 휴일- 강아지가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울 여건이 못됩니다. 반려동물이 집에 있다면, 아마 그 아이가 하루 종일 혼자 집에서 지내야 할 거예요. 산책을 자주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요. 그래서 아이를 앉혀두고 한참을 설명합니다. 강아지나 고양이가 예쁜 네 마음은 알겠지만, 동물 친구들이 우리 집에 와서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요. 그랬더니 자기가 잘 돌볼 수 있다며 이 책을 불쑥 내미네요.


이 책 <루루야 내 동생이 되어 줄래?>는 반려동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빈이도 우리 아이처럼 외동딸이에요. 친구들이 동생과 놀아야 한다고 할 때, 혼자 집에서 부모님을 기다릴 때- 반려동물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가 봐요. 빈이의 부모님은 (저랑 다르게) 강아지를 데리고 오기로 결정합니다. 빈이는 당연히 무척 신났겠지요 :)


하지만 강아지 루루를 키우는 일이 만만치만은 않습니다. 강아지를 산책시키고, 씻기고, 먹이고, 놀아주는 일이 만만치 않아요. "루루 키우니까 좋겠다!" 하는 친구들의 탄성 섞인 부러움도 금세 시들해졌어요. "강아지 목욕 좀 시켜라! 더러운 냄새나!" 하는 남자아이의 말은 빈이를 향한 질타처럼 느껴지기도 했고요. 급기야 빈이는 강아지가 귀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루루를 잃어버리는 경험을 하고서야 빈이는 루루가 자기에게 어떤 존재였던지를 깨달아요. 아마 그렇게 빈이는 한 뼘쯤 더 성장한 거겠죠?



반려동물은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동물이에요. 애완동물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반려동물이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강아지와 고양이는 애완동물에 다름 아닌 경우들이 많은 것 같아요. 함께 사는 존재가 아닌, 즐거움과 기쁨을 주기 위한 존재로 말이죠. 그렇게 귀엽기만 하던 애완동물은 그 귀여움이 다하면 버려지기 일쑤였어요. 동물은 우리와 다르다는 인식 때문이었겠죠.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동물 역시 소중한 생명이고, 반려동물을 입양한다는 건 한 생명을 끝까지 책임져야 함을 의미해요. 강아지나 고양이뿐만 아니라 햄스터나 열대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사이 우리 집엔 어항이 생겼어요. 고양이나 강아지 대신 열대어를 키워보기로 했습니다. 아이는 매일 열대어 밥을 챙겨주고, 다섯 마리의 열대어에게 이름을 붙여 차근차근 이름을 불러줘요.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아이와 뛰어놀지는 못하지만 언제나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소중한 반려동물입니다. 말을 하지 못한다고, 같이 놀아줄 수 없다고 아이가 투덜댈 즘에 다시 이 책을 같이 읽어보려고요. 늘 같은 자리에서 네 이야기를 들어주는 반려동물에게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시 이야기해 보기 좋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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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와 나는 일촌이래요 - 처음 배우는 촌수와 호칭 이야기 처음부터 제대로 1
한별이 지음, 김창희 그림 / 키위북스(어린이)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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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5월, 어린이날+어버이날 행사가 있기도 했지만- 양가 사촌동생들의 결혼식이 있던 달이기도 했어요. 아이에게는 낯선 얼굴들인데, 엄마 아빠가 너무 반갑게 인사하고, 처음 보는 어른들이 '니가 채니구나, 많이 컸네'하고 예뻐해 주시니 아이는 쑥스러워하다가도 으쓱해합니다. "엄마, 왜 이렇게 다들 나를 좋아해? 내 인기가 이렇게까지는 아니었는데" 하는 아이의 말에 다들 한바탕 웃기도 했답니다. ... 결혼식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이에게 낮에 만났던 이모 삼촌들이 누구였는지 차근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엄마와 아빠에게도 이모와 고모가 있고, 그들의 아들 딸들이 결혼하게 된 거라고요. 아이는 잠시 갸우뚱,했지만 본인의 사촌 언니, 오빠를 떠올리며 '아~'합니다. (어릴 때는 6촌이라고 하면 굉장히 멀게 느껴졌는데, 아이를 낳고 나서 6촌을 생각해 보니 그다지 멀지 않더라고요. 하핫)


집으로 돌아와 함께 읽은 이 책은 가족관계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있어 좋았습니다. 부제가 '처음 배우는 촌수와 호칭 이야기'인데요. 할아버지의 회갑연을 맞아 보스턴에서 한국으로 잠시 다니러 온 안토니가 사촌, 오촌, 육촌들을 만나게 되는 이야기예요. 그렇지 않아도 핵가족 중심인 현대사회에서 가족의 확장은 아이에게 낯선 개념일 수 있는데, 외국에서 태어난 안토니의 경우라면 더욱 그럴 테죠. 놀이 중에 사촌 형이 '우리 토니'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약간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는 안토니가 충분히 이해됩니다. 그 안에는 이상한 기분 좋음과 따뜻함도 녹아있을 거예요.



아이들은 그렇게 엄마, 아빠보다 더 큰 개념의 가족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 가운데 당숙, 당고모라는 호칭이나 촌수, 항렬의 개념도 등장해요. 이 책의 제목 역시 <할아버지와 나는 일촌이래요>로 촌수 개념을 설명하고 있는데요. 할아버지와 나는 2촌일 거라고 생각했던 저는 책에 수록된 촌수 이야기를 읽으며 나와 부모와의 관계가 1촌이듯, 할아버지와의 관계도 1촌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많이 흐릿해지기는 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촌수에 따라 지켜야 할 예절이 있으므로 촌수를 아는 것은 중요하죠. 항렬이나 족보도 그렇고요.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건-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묶인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따뜻한 어떤 마음일 거예요. 코끝이 찡해지고, 괜히 마음이 뭉클해지는 건 가족이기 때문일 테니까요. (이렇게 또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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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는 오브제 - 사물의 이면에는 저마다의 사연과 궁리가 있다
이재경 지음 / 갈매나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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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랜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생일을 맞아 용돈을 보내왔다. 덧붙여 따라붙은 말은 "평소에 살까 말까 했던 거, 아니 그러니까 사치품 사, 사치품!"이었다. 사치품을 사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 이걸로 뭘 어떻게? 했더니 아니, 거기에 니 돈 보태서ㅎㅎㅎ라는 농담이 돌아왔다. (특히, '책'은 사지 말라고 강조하면서!)(ㅎㅎㅎㅎ) 뭘 사지, 뭘 사면 좋을까!하고 한참을 고민했다. (아직 아무것도 못 샀다. 아마도 책을 사게 될 것 같다. 평소에는 덥석 집어 들지 않았던 화집을, 아마도)

2. 이 책 <설레는 오브제>를 읽으면서 그날 아침의 고민이 떠올랐던 것은, 이 책이 전하는 '설레는 오브제'가 랑그와 빠롤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소쉬르의 개념인 랑그와 빠롤은 언어의 두 가지 특징을 설명한다. 랑그langue는 언어의 보편적이고 고정적인 구조이고, 빠롤parole은 언어의 개별적, 구체적 발화다. 언어는 랑그와 빠롤을 모두 품은 채 언어권과 문화권을 넘으며 모양과 뜻을 변주한다. 설령 모양과 뜻이 유지된다 해도 거기 따르는 심상은 어느 정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응접실을 상징하던 팔러 체어가 우리에게 빈티지나 앤티크와 동의어인 것처럼. 그렇게 사물은 문화적 맥락과 만나 새로운 빠롤을 생성해낸다. 사물에 붙은 이름과 그것이 일으키는 심상은 역시 맥락들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니 우리가 읽는 텍스트는 거기 등장하는 사물들 뒤의 사연들까지 모두 합쳐서 완성되는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게 어떻게 가능한가, 도리도리, 불가능의 세계다)

3. 번역 노동의 많은 부분이 '검색'이라는 저자의 말은 흥미로웠다. 저자는 랑그와 빠롤의 세계 사이에서, 보다 정확한 언어를 구사하기 위해 숱한 검색을 했더랬다. 이 책 <설레는 오브제>는 그 과정에서 길어올린 일종의 부산물이다. 해서 책에 소개된 설레는 오브제들이란 해외 문학에 자주 등장할 법한 것들이 많다. 팔러 체어가 그랬고, 뱅커스 램프, 목수연필, 페이퍼백, 갈색 봉지, 꿀뜨개, 트래블러 태그, 텀블러, 깅엄체크, 나팔 축음기, 사주 침대, 차 통, 컴퍼스로 드 등등이 모두 그렇다. 이런 책들의 특징은 꼭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좋다는 점. 목차를 훑어보고 끌리는 것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짧은 글 안에 담긴 지식이 흥미롭고 저자의 시선도 재미있어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읽게 되었다.

4. 책을 덮고 나자,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된다. 오늘, 나의 오브제들 가운데 특별하다 할 문화적 맥락을 지닌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2022년 한국이라서, 혹은 서른일곱의 나라서 특별한 맥락을 떠안게 된 것들. 잘 찾아내서 그것들을 추앙하는 에세이를 써봐도 재미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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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반장과 지렁이 박사 - 지구를 지키는 환경 이야기 처음부터 제대로 8
신기해 지음, 김이랑 그림 / 키위북스(어린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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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남편이 친구의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7-8쯤 되어 보이는 동네 꼬마가 길에 쓰레기를 너무 많이 버려 훈육을 했다는 거였어요.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남편 친구는 동네 꼬마들의 반복된 행동에 화가 무척 많이 났나 봅니다. 같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이는 "어휴, 그러면 안 되는데!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려야지! 쓰레기통이 보이지 않으면 주머니에 넣었다가 집에 가져와서 버리던가!"합니다. 그러면서 이 책을 가져와 보여주네요. 그 친구들에게 선물하고 싶다면서요. 


아이가 가져온 책은 <쓰레기 반장과 지렁이 박사>였습니다. 주인공 유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샤워를 하고, 뭔가 조금이라도 손에 묻는 것을 싫어하는 깔끔쟁이에요. 그런 유나가 학교에서 분리수거 담당이 되었습니다. 손에 휴지를 둘둘 말고 겨우겨우 쓰레기를 분리하는 유나를 지렁이 박사 동구가 척척 도와주네요. 그것을 계기로 유나는 동구의 집에 놀러 가게 되었습니다. 


심심찮게 학교에 지렁이를 데려와 친구들을 놀래키곤 했던 동구네 집에는 지렁이가 훨씬 더 많았습니다. 집에 왜 지렁이가 많냐고요? 동구네 집에서는 지렁이로 음식물을 처리하고 있었거든요. 지렁이들에게 음식물 쓰레기를 주면, 지렁이가 맛있게 먹고 흙을 기름지게 만들어줍니다. 그럼 동구 엄마는 그 흙으로 텃밭에 비료를 주었어요. 신기한 게 어디 그뿐인가요. 빗물을 지하창고에 모아 쓰는 동구네는 그 물로 변기물도 내리고, 빨래도 했어요. 빗물에 포함된 먼지도 상당할 텐데 그게 될까? 싶었는데, 이틀 정도 모아두면 침전물들은 자연스럽게 가라앉아 깨끗한 물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아래 그림에서 태양광 패널도 찾을 수 있으실까요? 네, 동구네는 태양광도 활용하고 있었어요! 정말 자연친화적인 집이죠!)

 

유나는 유난히 물과 휴지를 많이 썼던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고, 반성합니다. 아, 이 휴지는 나무로 만든 것이었지. 이렇게 휴지를 많이 쓰면 나무를 하나 더 베어야 할 거야. 그럼 지구가 또 얼마나 아플까. 하는 생각의 연쇄작용이 유나의 행동을 멈칫하게 합니다.  


책을 읽은 아이는 불현듯 지구를 그리겠다고 해요. 아이가 그린 지구는 더없이 맑고 푸릅니다. 지구가 너무 예뻐서 무지개까지 떴다고요. (ㅎㅎㅎㅎ) 환경 오염은 날로 심각해져 가고, 기후 위기가 우리 사회의 중요한 키워드로 대두되었지만 우리의 행동은 그다지 크게 바뀌지 않은 것 같아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면서도 행동하지 않는 것은 이미 우리에게 베인 생활양식이 우리를 너무나도 편하게 하기 때문이겠죠. 그러니 행동이 변하기 위해서는 의식의 '의식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의식하지 않으면 우리의 생활은 바뀌지 않을 테고, 그러면 더 이상 아이가 그린 깨끗한 지구는 만날 수 없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


아이와 함께 '그래, 이렇게!'와 '우리도 이렇게 해보자'를 많이 말했던 날. 

이야기했던 많은 것들이 실천될 수 있도록 '의식하는' 나날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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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적우적 먹으면 아주 맛있겠다
미야니시 타츠야 지음, 김수정 옮김 / 키위북스(어린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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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야니치 타츠야의 신간이 나왔다. 그의 그림책은 단순하고 명료하다. 하지만 특유의 유쾌함에 들떠서 깔깔대며 읽다보면 어느 순간 처음에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이 책 <우적우적 먹으면 아주 맛있겠다>를 읽으면서는 욕망과 멈춤에 대해 생각했다. 배고팠던 세 마리의 늑대는 무엇으로 말미암아 멈추었으며, 그리하여 식욕이라는 본능을 지나치게 되었을까.



2. 늘 악역만을 맡아왔던 늑대들의 대화를 엿보면서 그들의 인간성(이걸 이렇게 표현해도 되나 모르겠다만)을 확인한다. 약자라 생각했던 수탉의 강인함과 전복성 역시 좋았고!(수탉이라 알을 낳지 못한다니ㅎㅎㅎㅎ 텍스트를 읽고서야 ‘아하!’하게 되던 것!)



3. 아이와 나는 우리가 좋아하는 닭요리를 이야기 하다가, (압도적으로 치킨을 좋아하고, 안동찜닭, 삼계죽 등등이 줄줄이 생각나는 걸 보니- 우리가 진짜 닭을 좋아하는구나, 싶었다) 닭요리를 하려면 저 닭을 죽여야함을 깨닫고 달걀을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러다 나중에는 닭은 어떤 음식을 좋아할까? 생각해보기도 했는데 닭이 좋아할 것 같은 옥수수를 우리가 함께 나누어 먹으면 우리 모두 행복한 것 아닌가 그런 생각도 했더랬다. (늑대야, 우리 옥수수 같이 먹어볼까아?)



많은 순간, 욕망 앞에 속절없이 무너진다. 배고프다고, 하필 눈 앞에 맛있는 것이 보였다고 무작정 달려들 것이 아니라 서로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누는 늑대들의 모습에서 나의 욕망과, 그것에 '일시정지'를 외칠 수 있는 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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