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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남자 김철수 - 서른 네 살, 게이, 유튜버, 남친 없음
김철수 지음 / 브라이트(다산북스) / 2022년 2월
평점 :
<보통 남자 김철수>라는 제목 아래, 서른 네 살, 게이, 유튜버, 남친 없음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순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통 남자인 자신을 이야기하려는 거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내내- 왜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생각했던지 고민하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져야 했다.
세상에 성 소수자임을 밝힌 그는 본인의 성정체성만으로 '소수자'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얼핏 평범한 하루인 것 같지만, 그 안에서 그가 느끼는 감정의 파동은 우리의 것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그는 소수자이므로, 다수가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말과 행동 사이에서 시시 때때로 움츠러든다. 그들이 꼭 그에게 무엇을 해서가 아니다. 소수자라는 건, 그렇게 사람을 예민하게 만들고, 작아지게 한다.
어느 그룹에서나 다수자들은 당연한 것들에 대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 그건 이미 말하지 않아도 아는, 일종의 약속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틈바구니에 섞여 살아가는 소수자들은 그 당연한 것들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노력하지 않으면, 나는 오해받은 채로 왜곡되고 점점 사라져 갈 것이다. 누군가는 그 또한 흔쾌히 수락하는 것도 같다. 그러나 나는 나로서 존중받고 싶다. 문제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말하는 게 '위험'한 일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이제는 단순한 노력을 넘어 목숨을 걸 만큼의 용기가 필요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냥 '일반적인 이성애자'로 치환되어 사는 게 더 편하고 스스로도 그걸 원하게 됐을지도 모른다. (본문 중에서, 170쪽)
그가 자신의 성정체성을 숨긴 채 이성애자인척 하며 살아가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을 리 없다. 동성애자라는 건 스스로 말하기 전에는 드러나지 않는 편이니까. 실로 그는 여자친구를 사귄 적도 있었다. 애써 야한 동영상을 보며 흥분하려 노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잘 되지 않았다. 마음의 문제란, 노력만으로 되지 않으니까. 그래서 그는 '노력'의 종류를 바꾸기로 했다. 자신을 숨기려는 노력 대신,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기 위한 노력'이다.
난 내가 평범한 사람이라는 걸 내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이 저 아득한 심연처럼 막막하고 위험천만해 보였다. 옆집 이웃에게 나는 여자가 아니라 남자를 꿈꾸고 있으며 자식 대신 고양이를 키울 거라 말하는 것, 내가 다닐 직장 동료들에게 내가 게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세상이 나를 속이지 않도록 하는 것. 그건 불가능에 가까운, 끝이 보이지 않는 버거운 일이었다. (본문 중에서, 83쪽)
그러면서도 그는 '내가 게이라는 사실은 나를 계속 도망치게 만드는 나태의 도구일지도 모른다'고도 썼다. 그게 진짜 슬펐다. 세상 그 누구도 돌봄과 관심이 필요하지 않은 자 없겠지만- '누가 나를 봐주겠어...'하는 자들을 더 많이 돌아보고 살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건 법의 영역이 아니라, 정치의 영역이라고도. 정치가 소수자들을 외면하지 않도록, 국민된 우리가 그들에게 관심을 더 많이 보내야 할 때다. 누구라도 나를 속이지 않고, 그저 나인채로 '안전하게' 이 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