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베스 미국과 맞짱뜨다 - 제국주의와 신자유주의의 굴레를 벗고 자주의 새 역사를 여는 베네수엘라
베네수엘라 혁명 연구모임 지음 / 시대의창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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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는 다분히 우리에게 낯선 곳이다. 남미하면 제일 먼저 축구를 떠올릴 따름이다. 좀 더 나간다면 브라질의 삼바나 아마존 정도 되겠다. 중미 지역이야 더 말할 것도 없이, 단순히 우리에게 여행지 그 이상은 아니다. 결국 우리에게 중남미 지역은 다분히 오리엔탈리즘적 인식에 쌓여있다. 어느 TV프로그램의 오지탐험 코너의 단골 무대가 아프리카이거나 중남미 지역이라는 사실이 잘 말해주고 있듯이 말이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볼리비아, 페루 정도 남미 지역 국가들이 떠오르는 건 축구와 상관된다. 그 밖에 멕시코나 코스타리카 정도가 떠오르지만, 축구이거나 휴양지이거나 오지이거나다. 또는 고대 문명의 발상지로서의 오랜 옛날에 갇혀있을 따름이다.

중남미는 우리 인식가운데 매우 '흥분된' 상태로 놓여 있다. 헐리우드 영화에 쇄뇌된 영향 탓이기도 하겠지만, 우리와는 지역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매우 먼 나라이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그만큼 우리는 중남미를 잘 모른다. 이 정열의 대륙에는 지금까지 끊임없는 혁명의 연속으로 발전해 왔다. 그 중심에 우리에겐 체 게바라가 상징적으로 떠오른다. 흥분과 혼란과 정열과 혁명의 대륙 중남미에 또 하나 새로운 혁명이 진행되고 있으니, 그 주역은 베네수엘라의 체베스란 인물이다.

자칭 '볼리바리안 혁명'이란 기치아래 베네수엘라는 온갖 혼란과 어려움 끝에 혁명의 기초를 닦았다. 차베스가 집권하면서 민중들의 거의 일방적 지지아래 '급진적' 혁명이 진행중이다. 미국 중심의 신자유주의에 맞서 21세기 신사회주의를 표방하며 자원의 국유화를 추진하고 토지의 재분배 등 혁명적 정책들을 저돌적으로 진행시키고 있다. 무엇보다도 차베스는 미 정권을 등에 업은 매판자본가와 보수세력의 온갖 방해에도 불구하고 광범위한 볼리바리안 서클의 민중조직의 집중적 지지하에서 이 모든 혁명 정책들을 강력하게 추진해 오고 있다.

아마도 전세계의 지도자 중에서(김정일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민중의 지지를 받고 있는 지도자가 차베스가 아닐까 한다. 그는 어떻게 이런 높은 지지를 받을 수 있었을까? 그의 다양한 혁명 정책들을 확인하게 된다면 이런 현상을 충분히 이해할 법도 하다. 사회의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민중을 위한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는데, 그것도 가장 기본적 민중 복지 정책으로써 무료교육과 의료서비스의 확대에 집중되고 있다. 세상의 어느 지도자도 이런 무조건적 민중 복지 강화 정책을 펴기에는 무척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차베스는 그걸 하고 있으니 이런 민중의 지지는 날로 높아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오랜 세월 독재정권과 일부 부유 지배층의 억압아래 억눌려 궁핍하게 살아온 베네수엘라 민중들에게 이런 차베스는 구세주일 수밖에 없으리라.

차베스의 볼리바리안 혁명의 궁극적 목표는 중남미의 통합이다. 강력한 제국 미국에 맞서기에는 베네수엘라는 지극히 약소국이며, 세계의 조폭 부시에 비해 차베스 골목대장일 따름이다. 미 제국의 신자유주의의 확산아래 중남미는 죽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차베스의 생각이다. 따라서 미 제국과 '맞짱'뜨기 위해서는 중남미의 통합에 따른 공동의 대응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논리는 차베스의 급진적 혁명이 다분히 공상만은 아님을 확인시켜준다. 베네수엘라만의 혁명으로는 21세기를 살아남기에는 불가능할 따름이다.

이 책 『차베스, 미국과 맞짱뜨다』를 읽으면서 차베스에 대한 급호감을 갖게 되는 한편, 또다른 근심거리가 생기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베네수엘라의 혁명이 성공적 기로를 타고 있고, 더 나아가 차베스는 중남미의 통합을 위해 절실히 노력하고 있는 점을 볼 때 차베스를 적극 지지하지만, 이것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우리에게 미국은 너무나 거대하고 무서운 세력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차베스와 베네수엘라, 그리고 베네수엘라의 혁명에 응원을 보내는 모든 이들이, 차베스 이후의 베네수엘라를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차베스의 다양한 민중을 위한 정책들이 너무나 급진적이기 때문에 즉흥적이라고 판단될 수도 있다. 그것은 그것이 오랜 지속성을 갖기에 너무 힘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동반한다.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면서 민중들의 의식을 키우려는 노력이 있지만, 민중들은 배고픔 앞에서는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 차베스의 혁명 정책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느냐 하는 점에 이 혁명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본다.

차베스 이후의 베네수엘라, 그리고 중남미를 상상할 때, 우려가 더욱 크게 남는 것은 왜일까? 그만큼 미 제국은 전세계를 독식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차베스가 성공하기를 기원한다. 베네수엘라의 혁명을 넘어서 중남미의 통합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 그러기 위해서 세계의 각국들이 미국에 어느 정도의 딴지를 걸 필요가 있을 것이다. 특히 미국을 큰형님으로 깎듯이 모시는 우리나라는 좀 반성할 필요가 있겠다. 우리는 계속적으로 차베스에게 관심을 기울이자. 그러다가 우리를 향해 차베스가 "전 세계의 민중이여, 단결"하자고 도움을 요청해 올 때를 위해 우리의 힘을 키워야 할 것이다. 지금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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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03 21: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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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04 00: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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