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자본주의자 - 자본주의의 변두리에서 발견한 단순하고 완전한 삶
박혜윤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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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내 생존에 필요한 최적의 쾌적함과 행복의 균형점을 찾으면서 산다." (35)

이 책은 내가 직접 서평이벤트에 응모해서 뽑힌 책이기 때문에, 내 호기심과 기대감을 한몸에 받은 책이었다.

저자는 서울대 영문과 졸업, 동아일보 기자, 미국 워싱턴 대 교육심리학 박사로 교수의 길을 가려다가 (자신의 길이 아님을 깨닫고),

서울 강북의 집을 팔아 워싱턴 근교의 (치안과 환경이 좋은) 시골에 낡은 집을 개조하고, 주로 채집과 텃밭 가꾸기 및 제빵을 하며 남편이자 전직 동아일보 기자인 김선우 씨, 두 자녀와 함께 7년간 살고 있다.

현대판 ‘월든’이라는 홍보 문고에 마음이 기울었다.

나 또한 층간소음과 앞집, 옆집, 일터, 혹은 때때로 가족 등 사람들 간의 부대낌, 공해 등에서 벗어나 정말 인간의 코빼기도 안 보이는 곳에 책과 음반, 컴퓨터만 갖고 은둔해 살고 싶은 마음이 늘 있었기에.

우리 모두 마음에 그런 안식처를 그리고 있지 않을까.

그런 간절한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이 책은 조금 다르다. 소로의 고립과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월든을 너무 오래전에 읽어서 기억이 가물하지만)

오히려 소로의 삶을 갖다 대는 게 좀 민망할 정도로 이 분의 삶은 자연 속에 뛰놀면서 필요할 때마다 자연이든 세상이든 적절히 취하면서 가족끼리 아주 즐겁게 잘사는 홈드라마 에세이에 가까웠다.

거기 끼워진 각 철학자나 사상가들의 얘기는 오히려 포장처럼 느껴질 정도로, 진실하게 연결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자기 좋아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줄 만큼 나는 내 인생이 그렇게 여유롭지도 너그럽지도 않다는 것, 그런 감정의 메마름을 씁쓸히 느꼈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이 책에 몰입하기는 좀 힘들었던 것 같다.

"아무것도 안 하다 보면 무언가 하게 된다. 그냥 누워 있으려고 했는데 빵도 굽고 콩만 넣은 된장도 만들고, 글도 쓰고, 책도 읽고, 애들이랑 시시한 장난도 치고 농담을 하고, 식물 공부도 한다". (57)

현실 시골 생활을 너무 간과한 채 네 사람이 즐겁게 하고 싶은 대로 사는 것 (뭐 그건 개인의 자유니 상관없다) 그렇다면 굳이 미국 시골일 필요도, 숲속의 자본주의자라는 거창한 제목으로 책을 낼 필요가 있었을까.

게다가 이 분께선 종종 자신은 야망이 없는 사람이고 꿈도 없다고 하는데, 어딜 봐도 누가 야망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가.

가방끈 긴데 숲속에서 빵 구워서? 이분은 자신의 행복을 쟁취하는 노력이 그 누구보다 강한 야망가인데 말이다.

책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데도, 자꾸 소로와 자신의 삶을 겹치려는 시도도 좀 버거웠다.

"소로가 월든에 간 이유는 어떤 삶에도 적용할 수 있다. 그는 인생을 남김없이 맛보고 싶었다. 그 어떤 경험도, 감정도 철저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 모든 것이 삶이기에 성공이냐 실패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것이 삶의 골수를 빼 먹는 그만의 방식이었고, 그의 삶에 의미를 만들어주었다". (6)

결국 이 책의 메시지는 나처럼 시골에 가지 않아도 자신의 자리에서 내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을까.

"(여기 살다보면) 마지막으로 집다운 집을 짓겠다거나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겠다는 욕망이 사라진다. 사슴처럼 나도 자연스러운 상태로 살겠다는 마음이 된다. 어딘가를 내 땅, 나의 집으로 뿌리를 내리고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없어진다." (34)

"‘가난’은 고통스럽지만 바로 그 고통 안에 한 개인이 자유로 나갈 수 있는 통로가 있다. 인간에게는 가난과 고난과 고통을 없애는 자유와 능력이 아니라, 깨어 있음으로써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자유가 있다." (137)

나는 기본적으로 이 분과는 다른 형의 인간이다.

지금까지 모든 것을 간절히 노력해야 겨우 얻을 수 있었고 타고난 머리도 재능도 별로다. 강남8학군 태생도 아니며 기적 같은 유학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서도 어찌 보면 별것 없는 인생을, 그것마저도 꾸역꾸역 버티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이 분은 모든 게 반대다. 간절히 구차하게 발버둥치지 않아도 상황이 그렇게 되어지도록, 그렇게 연결되는 운명까지도 타고난 듯하다. 귀국해서도 자리 잘 잡으실 것 같다.

이 책에서 내가 찾고 싶었던 한 단어는 숲속도, 자본주의도, 소로도 아니었다.

‘감사’였다.

본 기억은 그리 없다.

'나,' 그뿐이었다.



오직나자신이되고싶은이들에게 #책추천

나는 오늘도 내 생존에 필요한 최적의 쾌적함과 행복의 균형점을 찾으면서 산다. (35)

소로가 월든에 간 이유는 어떤 삶에도 적용할 수 있다. 그는 인생을 남김없이 맛보고 싶었다. 그 어떤 경험도, 감정도 철저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 모든 것이 삶이기에 성공이냐 실패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것이 삶의 골수를 빼 먹는 그만의 방식이었고, 그의 삶에 의미를 만들어주었다. (6)

평범한 개인이 아무리 덜 쓴다 한들 삶을 충만하게 하는 일만으로 채워진 일상을 살 수 있게 해 준 것은 인류역사상 자본주의밖에 없었다. (19)

새로운 나를 환영하고 설렘으로 받아들이는 건 멋진 일이다. 변화는 나 자신을 부정하는 게 아니다. 뭔가에 의존하는 느낌이 사라지면서 삶에 대한 자신감이 충만해지는 일이다. 그래서 뭔가를 끊고 버리고 포기한 이후엔 항상 이걸 왜 진작 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했다. (58)

변화가 만들어낼 수 있는 힘보다 더 상위의 강력한 힘은 변화가 필요 없는 맥락과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그 정도의 힘이 생기면, 변화가 드디어 저절로 찾아온다. (103)

진화의 핵심에는 돌연변이가 있다. 어떤 일정한 계획과 방향을 두고 일사불란하고 체계적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거나 방해되는 무수한 시도들이 폐기 처분되는 과정 중 소수의 몇 가지가 살아남아 의미가 된다. (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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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 타오르다
우사미 린 지음, 이소담 옮김 / 미디어창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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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타오르다 (2021) by #우사미린 #推し燃ゆ (2020) #최애타오르다가제본서평단 #미디어창비

“최애를 파지 않는 나는 내가 아니다. 최애 없는 인생은 여생일 뿐이다.” (120)

1999년생, 21세의 나이로 2021년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우사미 린의 ‘최애,타오르다’는,

침체되었다고 느꼈던 일본 소설의 굳건함과 잠재력을 다시 느끼게 해 준 소설이었다.

주인공은 여고생 아카리로, 아이돌 그룹인 ‘마자마좌’의 멤버인 우에노 마사키가 그녀의 ‘최애’다.

아카리는 4세 때 12살이었던 마사키가 피터팬으로 나온 연극을 보면서 큰 격려와 위로를 얻은 바 있다.

그와 자신의 영혼의 동질감과 유대감을 깊이 경험한 아카리는 고등학생이 되어  마사키의 DVD를 다시 맞닥뜨리면서 ‘덕질’을 시작하는데.

"최애는 목숨이랑 직결되니까.“ (11)

학업에도, 미래에도, 가정사에도 소극적인 아카리가 유일하게 자신의 육체를 불태우면서 일하고 노동하는 이유도 오직 마사키를 위한 것이다.

마사키의 굿즈, 콘서트, 시디 수십 장을 사기 위해서. 그렇게 최애를 알아가고 이해하고 싶어서. 그가 보는 세상을 자신도 보고 싶어서.

어른이 되는 과정으로서, 삶의 무게를 꾸역꾸역 실으며 팽창하는 육체 속에 허덕이며 고통스러워 하는 아카리는 자신의 무능과 집안의 압박, 미래의 불안 그 모든 것을 오직 최애에 끼워 넣어 버틴다.

사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2004년 아쿠타가와 수상작, 역대 최연소 수상으로 불렸던 와타야 리사 (당시 19세)의 #발로차주고싶은등짝 이었다.

‘최애’ 혹은 아이돌 모델 ‘올리짱’을 사모하는 소년 니나가와 그를 지켜보는 소녀 하츠의 ‘자기 알을 깨는’ 성장 이야기인 그 소설이 많이 생각났다.

전자가 2000년대 초반의 감성을 담아 경쾌하다면, 그보다 21년 지난 이 작품은 그때와는 매우 다르게 진지하고 무겁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 알을 깬다’.

이것은 ‘발로차....등짝’의 번역가인 정유리 님의 후기에 실린 글귀였다.

상투적인 표현일지 모르지만 궁극적으로 ‘성장’을 지향하는 두 소설을 설명하기에 이것보다 정확한 것은 없을 것 같다.

재밌게도 그때 정유리 님이 함께 언급한 오카자키 교코의 작품을 최애의 역자인 이소담 님께서 번역하셨으니, 더욱 두 작품끼리의 연관성이 뚜렷이 느껴지는 것 같다.

이 소설의 주제는 ‘최애’인 듯 하지만 사실은 최애 속에 겹쳐진 자신이다.

아카리에게 최애는 그저 관조하는 대상이 아니라 투영하는 대상이다.

그래서 최애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착하고 심지어 육체까지 동일시하여 (한몸처럼 여겨) 그와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낸다.

“나는 서서히, 일부러 육체를 몰아붙여 깎아내려고 기를 쓰는 자신, 괴로움을 추구하는 자신을 느끼고 있었다. 체력과 돈과 시간, 내가 지닌 것을 잘라버리며 무언가에 파고든다. 그럼으로써 나 자신을 정화하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괴로움과 맞바꿔 나 자신을 무언가에 계속 쏟아 붓다 보니 거기에 내 존재가치가 있다고 여기게 됐다. (77)

소설 초반에, 즉 최애에 대한 설명을 서술하기 시작하면서 ‘허벅지’라는 표현이 꽤 자주 등장한다. (8, 13, 17)

이것은 ‘허벅지’가 척추 및 허리, 다리를 지탱하는 어떤 근원적인 힘이기에 빗댄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초반에서 중반까지는 ‘이게 아쿠타가와 상 탈 만한 작품인가’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문체나 묘사도 그리 특별하지 않았고, 진부하게 끼워 넣은 문장 패턴들, 그리고 이 소설의 가장 큰 혹평이었던 ‘SNS에서 끄적일 만한 글’이라는 느낌이 없지 않았던 것이다.

소설 글감으로서는 상당히 제한적이고 폭이 좁은 주제라 작가가 어떤 식으로 얘기를 펼쳐갈지 큰 기대감은 들지 않았었다.

덕질을 해? 최애가 있어? 그래서 뭐? 이렇게 흐를 수 있는 스토리는 갈수록 굳건한 심지를 불태우며 반짝이기 시작한다.

소설의 기-승-전-결의 단계를 거치면서 점차 작품이 매끄러워지는데, 작가의 집요하고 우직한 뚝심으로 방향성을 잃지 않고 모든 게 한 곳에 귀결되는 결말은 가히 예술적이었다.

와타야 리사가 처음부터 완벽한 형태로 작품을 선보였다면, 우사미 린은 앞으로 ‘성장’할 것이 기대되는 작가다.

다루기 쉽지 않은 일상의 얘기를 묵직한 도끼를 던져 파문할 수 있는 무언가로 만든 것부터가 재능이지 않은가.

그래서 최애는 어떻게 되었을까.

최애의 이야기는 한없이 잔망스럽고 쓸쓸하고 아련하기만 한데.

샤이니의 태민을 심히 덕질하던 그때 내 마음처럼.


최애를 파지 않는 나는 내가 아니다. 최애 없는 인생은 여생일 뿐이다. (120)

나는 서서히, 일부러 육체를 몰아붙여 깎아내려고 기를 쓰는 자신, 괴로움을 추구하는 자신을 느끼고 있었다. 체력과 돈과 시간, 내가 지닌 것을 잘라버리며 무언가에 파고든다. 그럼으로써 나 자신을 정화하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괴로움과 맞바꿔 나 자신을 무언가에 계속 쏟아 붓다 보니 거기에 내 존재가치가 있다고 여기게 됐다.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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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숙 2022-12-26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고싶은 책
 
[수입] 그뤼미오 - 필립스 레코딩 전집 [74CD]
그뤼미오 (Arthur Grumiaux) 연주 / Decca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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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세트이고, 알라딘의 깔끔한 처리 및 배송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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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귀신이 되다
전혜진 지음 / 현암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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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 교양도서인데 저자분의 좀 더 구체적인 프로필이 소개되면 좋겠어요. 관련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나 연구 이런 것들을 말이죠. 국내 도서를 보면 번역자들이나 저자들의 이력이 책과 크게 상관이 없는 소개글이 왕왕 있던데, 독자들한테는 불친절하게 느껴지고 구매에 고민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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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진스키 - 인간을 넘어선 무용 현대 예술의 거장
리처드 버클 지음, 이희정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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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니진스키 인간을 넘어선 무용 (2021) by #리처드버클 #Nijinsky (1971)


“니진스키는 미스터리며 풀리지 않은 의문으로 남아있다.” (p. 39)


니진스키는 누구인가. 


스트라빈스키, 드뷔시, 라벨, 장 콕토,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미요...... 당대 최고의 명사들이 사랑했던 무용수이자 안무가 니진스키.


니진스키(1890-1950)라는 이름은 전설이다. 활동 기간이 10년 정도였던 그를 사람들은 신화적 반열에 올려두기도 한다. 


과연 그는 몰락한 서유럽 발레에 나타난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같은 존재일까.


그런 의문은 리처드 버클의 ‘니진스키’를 읽으면서 커진다.


‘니진스키’는 잡지 ‘발레’의 창간자이자 발레비평가인 리처드 버클 (1916-2001)이 수십 년에 걸쳐, 니진스키와 관련된 수많은 사람과 나눈 인터뷰 및 자료를 집대성해 쓴 니진스키 최고의 전기물이라 할 수 있다. 


책은, 1898년 한 어머니가 9살 아들을 데리고 황실 발레 학교에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태도도 서툴고 몸도 연약해 보였던’ 소년에게는 남다른 허벅지 근육이 있었고 소년의 점프는 경이로울 정도로 높았다. 소년은 발레 학교에 합격한다. 


부모가 출중한 무용수였던 소년은, 자신의 친구들과 <예술 세계>라는 잡지를 창간하여 러시아 ‘데카당스’ 혹은 예술의 대변자로 우뚝 선 댜길레프를 만나고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책의 2/3는 거의 댜길레프와 그의 발레단 발레 뤼스에 관한 내용이다. 


단지 무용뿐 아니라 의상, 무대 디자인, 갈등, 당대 명사들과의 교류에 관한 부분도 있어서 매우 유용한 자료가 된다. 


프로덕션에 직접 참여한 스트라빈스키는 댜킬레프와 니진스키 모두 친분이 있기에 종종 등장한다. 


사실 책의 많은 부분이 니진스키가 아니라 댜길레프 중심으로 펼쳐지는데, 이는 니진스키 성공 배경엔 댜길레프의 헌신적인 노력과 유능한 수완이 절대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천성적으로 말이 없고 소극적인 니진스키와 반대로 과감하고 카리스마 있던 댜킬레프의 교제는 니진스키의 성공과 함께가고 있었다. 


니진스키의 동성애는 재능있고 젊은 발레리노에게 먼저 손을 뻗치는 상류층 공작 (리보프 공작)이나 댜길레프에서처럼 스폰서 관계에 가까웠다 여겨지고 있다.


니진스키는 자신을 열렬히 따라다닌 헝가리 출신의 로몰라 드 풀츠키와 미련 없이 결혼했다.

 

니진스키가 안무한 작품은 그 유명한 <목신의 오후>, <유희>, <봄의 제전>, <틸오일렌슈피겔>인데, 특히 ‘목신의 오후’는 파격적인 마지막 장면으로 모더니즘의 정점을 찍음과 동시에 발레극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찬사로 기록되고 있다. 


니진스키는 결혼을 하며 안정을 찾아가지만 얼마 안 돼 조현병 진단을 받는다. 더는 춤도, 정상적인 생활도 불가능했다. 전쟁까지 터지는 중에 아내는 헌신적으로 돌본다. 종전과 함께 니진스키의 숨도 멎는다.


빛나는 순간보다 꺼지는 순간에 큰 울림을 남긴 니진스키는 춤보다 인생으로 감동을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후대에게 전하기 위해 버클은 1000 페이지가 넘는 니진스키의 자서전을 혼신으로 집필한 것이 아닐까.


내가 이 글 초반에 니진스키가 전설이냐라고 물은 이유는, 지금 우린 그의 춤 실력을 확인해 볼 방법이 없기 때문이었다.


니진스키의 무용수로서의 탁월함을 증명하는 것은 글만으로는 부족하다. 글로서는 알 수 없다. 당시 관람했던 사람들의 찬사나 기록만으로도 모자란다.


모든 예술 작품은 그것이 존재했다는 역사적 흔적 (historical traces)이나 증거물이 남아 있어야 예술이라 평가할 수 있지 않은가.


니진스키의 경우 온전한 영상물도 안무도 거의 남아있지 않고 안무보를 남긴 것도 없기에 더 어렵다. 


책을 읽어서는 무용가 니진스키의 탁월함이 크게 와 닿지 않았다. 정말 대단한 발레리노는 맞는 것 같은데 나는 본 적이 없어서...... 그런 기분이 들었다. 예술은 직접 보고 느껴야 한다는 것이 덫이다.


후대인 나는 니진스키에 대해 알 방법이 없다. 그저 과거에 그의 활약을 목격한 이들의 증언들밖에는.


니진스키의 아내가, 여동생이, 동료들이 자신의 삶에서 경험한 니진스키라는 인간의 탁월함을 잊히지 않게 남겨둔 것외에는.


오직 니진스키에 관한 순수한 열정과 존경으로 수십 년 걸쳐 파고든 한 전기작가의 진실한 산물외에는.


나는 니진스키의 위대한 목신의 오후는 보지 못했지만 그의 위대한 삶은 봤다.


이것이 니진스키의 예술이고 감동이다.


#발레 #무용 #무용수 #예술가 #봄의제전 

당신도 알잖아, 원형은 완성된 완벽한 동작이야. 모든 것은 원형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삶, 예술, 그리고 틀림없는 우리의 예술. 이는 완벽한 라인이야. (p. 946)

혼자 하는 무용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 장면의 구조를 가져야 해. 설사 전지전능한 하느님이 이 땅에 와서 일곱 시부터 열한 시까지 춤을 춘다 해도 지겨울 거야. (p. 948)

저는 당신들에게 우리의 삶이 어떤지, 우리는 무엇으로 고통을 받는지, 우리 예술가들은 어떻게게 창조하는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p. 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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