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진스키 - 인간을 넘어선 무용 현대 예술의 거장
리처드 버클 지음, 이희정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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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니진스키 인간을 넘어선 무용 (2021) by #리처드버클 #Nijinsky (1971)


“니진스키는 미스터리며 풀리지 않은 의문으로 남아있다.” (p. 39)


니진스키는 누구인가. 


스트라빈스키, 드뷔시, 라벨, 장 콕토,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미요...... 당대 최고의 명사들이 사랑했던 무용수이자 안무가 니진스키.


니진스키(1890-1950)라는 이름은 전설이다. 활동 기간이 10년 정도였던 그를 사람들은 신화적 반열에 올려두기도 한다. 


과연 그는 몰락한 서유럽 발레에 나타난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같은 존재일까.


그런 의문은 리처드 버클의 ‘니진스키’를 읽으면서 커진다.


‘니진스키’는 잡지 ‘발레’의 창간자이자 발레비평가인 리처드 버클 (1916-2001)이 수십 년에 걸쳐, 니진스키와 관련된 수많은 사람과 나눈 인터뷰 및 자료를 집대성해 쓴 니진스키 최고의 전기물이라 할 수 있다. 


책은, 1898년 한 어머니가 9살 아들을 데리고 황실 발레 학교에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태도도 서툴고 몸도 연약해 보였던’ 소년에게는 남다른 허벅지 근육이 있었고 소년의 점프는 경이로울 정도로 높았다. 소년은 발레 학교에 합격한다. 


부모가 출중한 무용수였던 소년은, 자신의 친구들과 <예술 세계>라는 잡지를 창간하여 러시아 ‘데카당스’ 혹은 예술의 대변자로 우뚝 선 댜길레프를 만나고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책의 2/3는 거의 댜길레프와 그의 발레단 발레 뤼스에 관한 내용이다. 


단지 무용뿐 아니라 의상, 무대 디자인, 갈등, 당대 명사들과의 교류에 관한 부분도 있어서 매우 유용한 자료가 된다. 


프로덕션에 직접 참여한 스트라빈스키는 댜킬레프와 니진스키 모두 친분이 있기에 종종 등장한다. 


사실 책의 많은 부분이 니진스키가 아니라 댜길레프 중심으로 펼쳐지는데, 이는 니진스키 성공 배경엔 댜길레프의 헌신적인 노력과 유능한 수완이 절대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천성적으로 말이 없고 소극적인 니진스키와 반대로 과감하고 카리스마 있던 댜킬레프의 교제는 니진스키의 성공과 함께가고 있었다. 


니진스키의 동성애는 재능있고 젊은 발레리노에게 먼저 손을 뻗치는 상류층 공작 (리보프 공작)이나 댜길레프에서처럼 스폰서 관계에 가까웠다 여겨지고 있다.


니진스키는 자신을 열렬히 따라다닌 헝가리 출신의 로몰라 드 풀츠키와 미련 없이 결혼했다.

 

니진스키가 안무한 작품은 그 유명한 <목신의 오후>, <유희>, <봄의 제전>, <틸오일렌슈피겔>인데, 특히 ‘목신의 오후’는 파격적인 마지막 장면으로 모더니즘의 정점을 찍음과 동시에 발레극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찬사로 기록되고 있다. 


니진스키는 결혼을 하며 안정을 찾아가지만 얼마 안 돼 조현병 진단을 받는다. 더는 춤도, 정상적인 생활도 불가능했다. 전쟁까지 터지는 중에 아내는 헌신적으로 돌본다. 종전과 함께 니진스키의 숨도 멎는다.


빛나는 순간보다 꺼지는 순간에 큰 울림을 남긴 니진스키는 춤보다 인생으로 감동을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후대에게 전하기 위해 버클은 1000 페이지가 넘는 니진스키의 자서전을 혼신으로 집필한 것이 아닐까.


내가 이 글 초반에 니진스키가 전설이냐라고 물은 이유는, 지금 우린 그의 춤 실력을 확인해 볼 방법이 없기 때문이었다.


니진스키의 무용수로서의 탁월함을 증명하는 것은 글만으로는 부족하다. 글로서는 알 수 없다. 당시 관람했던 사람들의 찬사나 기록만으로도 모자란다.


모든 예술 작품은 그것이 존재했다는 역사적 흔적 (historical traces)이나 증거물이 남아 있어야 예술이라 평가할 수 있지 않은가.


니진스키의 경우 온전한 영상물도 안무도 거의 남아있지 않고 안무보를 남긴 것도 없기에 더 어렵다. 


책을 읽어서는 무용가 니진스키의 탁월함이 크게 와 닿지 않았다. 정말 대단한 발레리노는 맞는 것 같은데 나는 본 적이 없어서...... 그런 기분이 들었다. 예술은 직접 보고 느껴야 한다는 것이 덫이다.


후대인 나는 니진스키에 대해 알 방법이 없다. 그저 과거에 그의 활약을 목격한 이들의 증언들밖에는.


니진스키의 아내가, 여동생이, 동료들이 자신의 삶에서 경험한 니진스키라는 인간의 탁월함을 잊히지 않게 남겨둔 것외에는.


오직 니진스키에 관한 순수한 열정과 존경으로 수십 년 걸쳐 파고든 한 전기작가의 진실한 산물외에는.


나는 니진스키의 위대한 목신의 오후는 보지 못했지만 그의 위대한 삶은 봤다.


이것이 니진스키의 예술이고 감동이다.


#발레 #무용 #무용수 #예술가 #봄의제전 

당신도 알잖아, 원형은 완성된 완벽한 동작이야. 모든 것은 원형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삶, 예술, 그리고 틀림없는 우리의 예술. 이는 완벽한 라인이야. (p. 946)

혼자 하는 무용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 장면의 구조를 가져야 해. 설사 전지전능한 하느님이 이 땅에 와서 일곱 시부터 열한 시까지 춤을 춘다 해도 지겨울 거야. (p. 948)

저는 당신들에게 우리의 삶이 어떤지, 우리는 무엇으로 고통을 받는지, 우리 예술가들은 어떻게게 창조하는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p. 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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