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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시대 - 생존을 위한 통찰과 해법
기디언 래치먼 지음, 안세민 옮김 / 아카이브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불안의 시대다. 그것은 누가 말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느끼고 있다. 오히려 불안이 만성화되서 그것이 일상이 되어버리고 있어, 불안하지 않았던 시대를 말하는 것이 '실현 불가능한 유토피아'를 말하는 듯이 보인다.
그런 점에서 '제로섬의 미래: 불안의 시대에 미국 파워'라는 원제를 '불안의 시대'로 번역하여 붙인 것이나, '우리가 낙관했던 모든 것들이 흔들리고 있다'는 부제는 호구력이 높은 표현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 '우리'가 굳이 여기서 살고 있는 우리와 한울타리에 있는 것인가가 헤깔리기는 한다. 그렇기 때문이 이 책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불안이 아니라, 정확하게는 대략 80년간의 제국을 이끌어온 아메리카니즘의 불안감을 분석한 책으로 봐야 한다. 왜냐하면, 불안은 모두가 공감하더라도 그 해법에는 쉽게 수긍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1978년부터 1991년까지의 전환의 시대, 1991년부터 2008년까지의 확신의 시대, 2008년 이후의 불안의 시대라는 저자의 구분법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저자는 이 세 시기를 관통하는 정치사상으로 민주적 평화라는 이론을 제시하는데, 이는 "자본주의, 민주주의, 기술이 동시에 발전한다"(11쪽)는 것을 의미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민주적 평화라는 정치사상의 붕괴가 2008년 이후, 즉 불안의 시대의 출발점이라는 것인데, 이런 시각은 저자 특유의 아메리카니즘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또한 각 시기의 주요한 행위자로 사실상, 중국, EU, 미국을 제시하는데 이런 거대 세력 중심의 균형이론은 미국의 국제정치를 이끄는 현실주의적 관점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1978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1979년 영국의 대처리즘, 1991년 소련의 붕괴, 1991년 미국에 의한 걸프전, 1999년 시애틀의 반세계화 시위, 2001년 911테러라는 주요한 연표상의 특이점을 중심으로 하는 서술은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세력 균형을 근거로 하는 국제 정치경제의 이해방식에는 선뜻 동의가 안된다.
이 책의 원제인 제로섬의 미래라는 것은 결국, 과거 확신의 시대가 보여주었던 미국 중심의 단극체제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장치로 이해된다. 그래서 길고긴 여정 끝에 도착하는 24장의 제목이 '세계를 구원하라'이며, 이 책의 가장 마지막에 저자가 오바마 대통령에서 품는 희망의 말을 듣는 순간 아득한 메시아주의가 떠오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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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이 일어난 지 80년이 지났다. 강하고 성공적이며, 자신감 넘치는 미국의 모습이 안정과 번영을 약속하는 세계를 위한 최선의 희망이다.(3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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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결정적인 악덕에도 불구하고, 마치 꼴라주 처럼 주요한 역사적 사건을 엮는 저자의 수려한 구성은 매우 설득력 있다. 또한 저널리스트로서의 저자 약력이 보여주듯이 쉽게 읽히는 글의 매력 또한 만만치 않다. 다만, 서구 중심의 주류 경제지 기자출신이 가지는 어쩔 수 없는 인식적 한계는, 오히려 불룸버그의 보도를 신주단지 모시듯하는 우리의 금융 전문가들을 떠올린다면 그리 낯선 풍경만은 아니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