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21 | 2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파이 이야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하도 너도 나도 흔하게 남발하는 ‘반전’이라 "에게, 또?" 할 수도 있지만 그러나『파이 이야기』에는 오랜만에 제대로 된 ‘반전’이 정말로 등장한다. 마지막 십 여 페이지에 이르면 절로 무릎을 치게 된다. 영화《식스 센스》의 감독이 영화화 한다니 대충 짐작이 간다. 

인도에서 동물원을 하는 부모, 형과 함께 살던 소년 파이는 가족과 함께 (동물원은 팔고, 북미 동물원과 매매 계약이 된 동물들을 데리고) 캐나다 이민길에 오른다. 하지만 도중에 그만 그들이 타고 있던 화물선이 침몰되는 사고를 당하게 된다.  

소설은 난파 이후 파이가 겪게 되는 227일간의 이야기이다. 그 227일 동안 원인을 알 수 없는 화물선의 침몰 이후 혼자 살아남은 파이는 ‘리처드 파커’라는 이름을 가진 몸무게 200kg이 넘는 벵갈 호랑이, 다리를 다친 얼룩말, 하이에나, 오랑우탄과 함께 구명 보트를 타고 태평양 한 복판에서 표류한다.  

목차는 ‘작가 노트’와 1, 2, 3 부 그리고 ‘역자 후기’ 다섯 개로 나누어져 있는데 첫 번째 목차인 ‘작가노트’부터가 소설의 시작이다. 나는 ‘작가노트’가 말 그대로의 작가의 얘기인 줄 알고 읽었는데 이 부분은 사실 조금 지루했다. 

하지만 ‘작가노트’를 지나 두 번째 목차 ‘토론토와 폰디체리’의 약 30여 페이지 정도가 지날 무렵 등장하는, 파이가 왜 ‘피신’이라는 본명을 놔두고 ‘파이’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는지의 배경과 파이가 각각 이슬람, 카톨릭, 힌두의 세 종교를 수용하는 사연이 펼쳐지면서부터 소설은 재기발랄해지고 재치가 넘친다. 이 때부터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그래도 역시 재미있는 부분은 본격적인 태평양 표류기인 세 번째 목차 ‘태평양’이다. 책을 보지 않고 바로 영화를 봐도 재미있으리란 기대를 해 본다. 물론 감독이 각색을 얼마나 잘 했는가가 중요하겠다. 

소설을 읽을 때 의외의 장애물은 ‘구명보트’의 묘사 부분이었다. 도무지 구명 보트의 그림이 그려지지 않아서 몰입을 방해했다. 특히 ‘방수포’에 대한 정보가 절실했는데 이 부분이 해결되고부터는 수월하게 읽은 셈이다.  

뭐니 뭐니 해도 이 소설의 미덕은 읽는 동안 내내 '신(神)'을 떠올리게 된다는 점이다. 참 묘하기도 하다. 소설의 초반부에서 파이가 세 개의 종교를 가지는 이야기가 잠깐 등장하긴 해도『파이 이야기』는 어느 모로 보나 '신(神)'에 대해서, 종교에 대해서, 구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소설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내 이야기를 들으면, 젊은이는 신을 믿게 될 거요." - p.10

이것이 바로 작가의 힘이다. 산을 설명하기 위해 산을 다 묘사할 필요는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21 | 2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