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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험이 가져온 선물, 지도
경희대학교 혜정박물관 지음 / 한겨레아이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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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도는 인간의 시야를 확대시키고, 삶을 확장시켜 주었다. 한 장의 지도는 인간에게 꿈과 상상력을 심어주고, 그 꿈을 실현시켜 주며 미지의 세계로 나가게 해 주는 동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국력을 상징하기도 했고, 땅의 모양과 환경을 아름다운 그림으로 표현해 예술로 승화시켜 주기도 한다.

요즘은 네비게이션이라는 첨단 제품이 발명되면서 지도 없이도 자기가 원하는 방향을 찾아갈 수 있지만 난 아직도 자가운전을 하며 먼 거리를 여행할 때는 지도부터 꼼꼼히 살펴보면서 내가 가야할 방향을 머릿속에 입력시키고 메모를 한 후 찾아간다. 네비게이션이 기계에 의존하여 기계처럼 가야한다면 지도는 좀더 인간적이다. 지도 한 장을 매개로 하여 나와 공간이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준다.

이 책은 고지도를 중심으로 지도의 역사와 그 시대를 탐험할 수 있게 해 준다. 크게 3장으로 나뉘어지는데 1장에서는 ‘미지의 세계로 가는 길’이라는 큰 제목 아래에 어떻게 지도가 탄생했으며 옛사람들의 지도와 유럽 사람들의 눈에 비친 동양을 설명하고 2장에서는 ‘바닷길을 열어라’라는 제목 아래에 바닷길을 찾아 떠난 사람과 새로운 땅에서 발견한 신기한 물건을 소개한다. 3장에서는 ‘탐험이 가져온 선물’이라는 제목 아래에 지도는 어떻게 만들며, 지도를 만든 사람들은 누구이며 또 지도에 무엇을 담았는지, 동양의 지도는 어떠했는지 살펴본다.

지도는 아주 오래 전부터 존재했는데 그것은 그만큼 사람들이 땅에 관심을 가졌다는 방증일 것이다. 그 지도에는 그 시대 사람들의 사상과 현실, 소망이 반영돼 있다. 고지도에는 제우스나 아폴로, 포세이돈과 같은 신들의 이야기를 담았는데, 고대 유럽인들은 세상의 주인을 신이라고 생각하고 신을 동경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중세시대에는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를 지도에 담았다. 성경에 나오는 가르침과 깨달음을 지도에 담은 것은 그만큼 그 시대엔 기독교가 삶의 중심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근대에 이르러서야 탐험과 항해가 활발해지면서 지리정보도 풍부해졌고 좀 더 정확하고 과학적인 지도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옛사람들의 지도’에서는 프톨레마이오스의 지도와 에라토스테네스의 지도, 알 이드리시의 지도를 설명하고 있는데, 이들 지도는 요즘처럼 정확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그 옛날에 정확한 지도를 만들려고 노력했던 점은 정말 높이 사야한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지도에서 사용했던 축적, 기호, 방위는 오늘날에도 사용하고 있으며 기원전 2세기 무렵의 에라토스테네스는 태양의 움직임을 이용해 지구의 둘레를 정확히 계산했다.

바닷길을 통한 탐험은 새로운 세계를 향한 발판을 만들어 주었고, 세계가 하나로 연결할 수 있는 통로가 되었으며 정확한 지리정보로 좀 더 구체적이고 정확한 지도가 완성되는 기초가 되었다. 바닷길 이전에도 초원길, 비단길로 동서양의 왕래가 있었으나 오스만투르크의 세력이 커지면서 교역을 할 수 없자, 제3의 길인 바닷길이 뚫린 것이다.

그러나 바닷길은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향신료나 황금을 얻기 위해, 혹은 노예를 얻기 위해 탐험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노예해안, 황금해안, 상아해안 등의 이름으로 땅을 차지했다. 정확한 지도를 만들면 항해가 쉬워지고 그만큼 더 많은 식민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정확한 지도를 만들기에 힘썼다. 그것은 곧 힘과 깊은 관계가 있는 것이다.

이 책은 그림과 지도가 재미있으면서도 자세히 잘 나와 있다.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이면 볼 수 있을 것이다. 좀 아쉬운 점이라면 서양 중심의 지도에 대해 소개했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동양에 대해서는 너무 소홀히 다루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어린이라면 지도의 역사에 대해, 탐험에 필요한 것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혹 탐험가의 꿈을 꾸는 아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책 속의 그림도 소개하고 싶어서 사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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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눈 팔기 대장, 지우 돌개바람 12
백승연 지음, 양경희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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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언니의 고민은 막내아들의 심각한 한 눈 팔기에 있다. 초등학교 3학년인 막내아들은 언니의 유일한 희망이 되었다. 큰아들도, 둘째 딸도 언니가 원하는 대로 자라 주지 않으니, 셋째인 막내에게 모든 희망을 걸고 있는데 이젠 그 희망마저 놓아야 한다고 하면서, 뭔 낙으로 살아야 할지 모른다고 했다. 만일 이 책을 읽고 나서 언니 이야기를 들었다면 난 걱정하지 말라고, 그러면서 다 큰다고 얘기해 주었을까? 아마 또 다른 지우가 내 조카일거라는 생각에 피식 웃었을지도 모르겠다.

조카도 이 책에 나오는 지우처럼, 아침마다 신신당부를 하며 학교에 곧바로 가야 한다고 말하지만 늘 지각하기 일쑤이다. 학교 끝나자마자 학원 가야하기 때문에 곧장 오라고 하지만 직접 학교에 가서 데려 오지 않으면 제 시간에 맞추어서 온 적이 거의 없다. 일주일에 두 번 하는 수영 개인레슨은 차가 집 앞에서 30분 넘게 기다리다 그냥 가야 할 때가 더 많다고 했다. 그렇게 꾸중을 하고, 잔소리를 해도 여전히 지각하고 늦게 오니 어쩌면 좋겠냐고 언니는 한탄한다.

그러고 보니 잘 아는 선배의 이야기도 생각났다. 그 선배의 아들도 초등학교 1학년부터 3학년까지 단 하루도 지각하지 않은 날이 없을 만큼 지각 대장이었다. 너무 지각을 하여 10분이면 갈 거리를 30분전에 보냈지만 지각하기는 매한가지라고 했다. 1시간 전에 보냈어도 지각을 하여서 어느 날은 몰래 미행을 했더니, 슈퍼에 들려서 장사하는 것도 구경하고, 문방구에 가서 게임도 하고, 길바닥에 기어가는 개미나 벌레도 구경하고... 결국에는 매일 아침 함께 손 붙잡고 학교에 가는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젠 그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었다. 그렇게 아이들은 자라고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지우나 조카나 선배의 아들이나 모두 그런 과정을 거치며 어른으로 성장할 것이다. 한 눈 팔지 않고, 말썽피우는 일도 없이 어른이 만들어 놓은 제도나 규칙에 순응하며 살아간다면 어른이 보기에는 얌전한 모범생일지는 모르지만 그 아이는 상상력이나, 호기심이 결여된 아이일 수도 있겠다. 어쩜, 그런 아이는 평범하고 무난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 몰라도 이 세상에 즐거움이나 변혁을 주는 일에는 소극적이지 않을까? (지금 난 내 조카와 지우를 한없이 변호하고 싶은 지도 모르겠다^^)

이 동화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아온 기존의 형식과는 다르게 희곡으로 된 동화이다. 그러나 지문은 생략되어 있어, 아이들과 역할극을 하면서 스스로 지문을 만들어 갈 수 있게끔 상상력을 부여하고 있다. 무대에 올려질 희곡이지만 일반 무대보다는 마당극 쪽에 훨씬 가깝다. 직접 등장인물이 관객에게 다가가 말을 건다.

빗자루 도깨비, 관객석에 내려가 어린이 관객에게 묻는다.

빗자루 도깨비: 얘, 너도 도깨비 맞지? 괜찮아. 나만 알고 있을게. 도깨비 맞지? 아니라고? 이상한데...

빗자루 도깨비가 자리를 옮겨가며 다른 관객들에게도 계속 묻는다. (p37)



큰 도깨비는 중얼거리며 관객석에가 다가간다. 한 어린이 관객에게 묻는다.

큰 도깨비: 넌 누구니? 혹시 다듬잇돌 방망이? 대걸레 자루? 몽당연필? 부러진 지우개? 휴지통? 다 아니면 그냥 도깨비?

큰 도깨비는 또 다른 아이에게 다가가서 묻는다.
 
큰 도깨비:  너는 무슨 도깨비니? 혹시 학교 가기 싫은 도깨비? 놀기만 하는 도깨비? 춤만 추는 도깨비? 그냥 고개만 설레설레 젓는 이런 도깨비?....(p127)

어린 독자들은 이 책을 읽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마당극을 하는 한 복판에서 주인공 지우나 빗자루 도깨비, 큰 도깨비와 함께 흥에 겨워서 같이 춤추고 노래하며 흥겨운 마당극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대사에는 리듬감이 있어서 저절로 어깨를 으쓱하며 주인공들과 함께 노래를 하며 신나는 판타지 세계로 빠져 들 수 있다.

판타지의 모티브는 학교 옆에 있는 낡은 빈집이다. 판타지의 모티브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의 괘종시계나 「나니아 나라 이야기」의 옷장, 또는 거울, 액자 등 여러 소재들이 있다. 어떠한 소재이든 그것들은 모두 어린이를 또 다른 세계로 이동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 지우는 한 눈 팔지 말고 바로 학교에 가야한다는 엄마의 말에 씩씩하게 네!,라고 대답했지만, 낡은 빈집을 보자 엄마의 당부는 어느새 까맣게 잊고 홀린 듯 빈집으로 향한다. 백 년도 더 되었을 것 같은 집. 지붕은 부서지고 거미줄까지...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지만 지우의 호기심은 그 곳으로 향한다.

빈집에서 지우는 도깨비와 할아버지의 실랑이를 보다가 그만 빗자루 도깨비와 몸이 바뀌게 된다. 빗자루 도깨비가 된 지우는 이젠 사람들 기억 속에서 잊혀져 버린 우리네 도깨비를 만나고, 달나라로 가서 토끼와 함께 계수나무 아래서 절구를 찧기도 한다. 얌전하고 착하고 똑똑한 아이라고 자기를 소개하고 있지만 지우가 된 빗자루 도깨비는 장난꾸러기고, 공부하기를 싫어하고, 노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러나 다시 달나라에서 낡은 빈집에 도착했을 때, 지우는 92세 된 할아버지를 통해서 빗자루 도깨비가 자기 자신임을 알게 된다.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우리 안에 있는 양면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우는 늘 어른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똑똑하고, 얌전하고, 착한 아이이기를 원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지우의 모습은 어린이다운 천성 그대로 놀고 싶어하고, 장난치고, 수다 떨고 ‘몰라 몰라’ 라고 외치는 모습이다. 92세의 할아버지는 지우에게 말한다.

 “그렇단다. 내가 말이다. 한 백년쯤 살아보니 그런 일이 있더라. 내가 나인 줄도 모르고 남인 줄 알고 사는 일, 남이 남인 줄 모르고 난 줄 알고 사는 일, 도깨비에게 홀린 것 같은 그런 일 말이다.”(p123)

 이 책의 주제 문장이다. 이 책을 읽은 어린이들은 신나고 즐겁게 지우와 함께 판타지 여행을 하다가 뒷부분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 볼 것이다. “나도 지우 같아. 얌전하고 똑똑하고, 착한 아이이고 싶지만 장난꾸러기고, 놀고 싶어하는 아이거든. 그런데 남처럼 살지 않고 나처럼 사는 것은 무엇이지?”라고...

당장 막내 조카에게 이 책을 선물해 줘야겠다. 아마 조카도 지우와 같은, 동일한 경험을 했을지도 모른다. 이미 도깨비를 만나 달나라 토끼까지 만나고 왔지만, 얌전하고 착하고 똑똑한 사람이 되길 바라는 엄마 때문에 마음 속에만 꾹꾹 담아 놓았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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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를리외르 아저씨 쪽빛그림책 2
이세 히데코 지음, 김정화 옮김, 백순덕 감수 / 청어람미디어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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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사 선생님이라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거릴 것이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책의사라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을 테니. 그럼, 를리외르라는 말은 들어보았을까? 이것 역시 우리에게 낯선 단어일 것이다. 를리외르란 우리말로 번역한다면 ‘제본가’이다. 하루에도 수십 (혹은) 수백 종의 새로운 책들이 출간되고 있는 가운데 책이 좀 뜯어졌거나 낡았다고 일부러 제본가를 찾아가서 자기 책을 고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을 읽다보면 제본가의 장인정신과 정말 소중한 책을 아끼고 사랑하는 한 소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자신이 정말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책이라면 그 책이 아무리 낡았어도 버리지 못하고 오래 오래 소중히 간직하며 보관할 것이다. 이 책에 나와 있는 소녀가 바로 그렇다. 자신이 아끼고 있는 식물도감이 어느 날 아침 보니 뜯어지고 망가져 있었다. 그만큼 책을 읽고 또 읽었다는 얘기이다. 책방에는 새로 나온 도감책이 많이 있지만 소녀는 자기 책을 고치고 싶어 파리시내를 헤매다 를리외르 아저씨를 찾아가게 된다. 그 곳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망가진 책이 새책으로 재탄생 되는지 보게 된다. 뿐만 아니라 를리외르 아저씨는 가업을 이어서 그 일을 하고 계셨다. 소녀는 아저씨를 통해 를리외르 직업의 자부심과 함께 그 일이 얼마나 가치있는 일인지 배운다. 

 “책에는 귀중한 지식과 이야기와 인생과 역사가 빼곡이 들어있단다. 이것들을 잊지 않도록 미래로 전해 주는 것이 바로 를리외르의 일이란다.”(p45)
라고 말하는 아저씨는 이름을 남기지 않아도 좋다고 한다. 그러나 그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60가지의 공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책이 새롭게 완성되지만 그 공정을 거치는 동안 손은 나무옹이처럼 굳어져 간다. 그 모든 과정을 오직 손으로만 하는 것이고 그만큼 섬세함을 요구하는 직업이다. 오랜 세월 를리외르 일을 하다보면 어느새 손은 마법의 손이 되어간다. 그리고 죽어 가는 책에 새생명을 부여한다. 소피의 책도 아저씨가 만들어준 후 두 번 다시 망가지지 않았다. 그 식물도감은 결국 소녀를 식물학자가 되게 만들었다.

이 책은 어린이용으로 (또는 유아용)으로 만들어진 그림책이다. 소피라는 소녀가 책을 사랑하는 마음과 를리외르 아저씨의 장인정신을 엿볼 수 있다. 프랑스에서 를리외르 직업은 400년 가까이 이어온, 긴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오랫동안 출판업과 제본업을 겸하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되었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었던 직업이라고 한다. 글쎄, 우리나라에도 를리외르라는 직업이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라면 책의 소중함과 함께 가업으로 이어져 오는 수공업의 를리외르 직업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수채화 그림이다. 글을 읽지 못하는 유아라고 해도 그냥 그림만 보고 책에 푹 빠져 들 것 같다. 그 그림 속에서 책을 사랑하는 여자 아이와, 책을 정성껏 새롭게 만들고 있는 아저씨를 만나게 될 것이다. 글씨체도 예쁘다. 참 사랑스러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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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09-20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감이 가는 책이네요~ '를르외르' 처음 듣는 용어네요.
기회되면 보고 싶군요!

카라 2007-09-19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순오기 님. 저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를리외르라는 말을 듣지 못했어요. 이 책의 매력은 그림일 거예요. 물론 내용도 괜찮지만... 책의사라는 말은 이 글의 주인공 소녀인 소피가 "를리외르가 뭐지? 책 의사 선생님 같은 사람인가?"하며 를리외르를 찾는 장면을 보고 제목을 책의사 선생님이라고 지었어요. 우리 나라에도 이런 를리외르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 궁금해지네요^^
 
건방진 도도군 일공일삼 48
강정연 지음, 소윤경 그림 / 비룡소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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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는 도도하고 건방진 개다. 자신의 이름에 굉장한 프라이드를 갖고 있는 개 도도가 어느 날 버림받는다. 대정원이 있는 저택에서 애완견으로 살았던 도도가 주인 마나님 ‘야’에게 단지 뚱뚱하다는 이유로 버림받은 것이다. 주인집 마나님의 운전 기사 어머니 집으로 보내진 도도는 주인인 ‘야’가 다시 찾아오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기사의 ‘어머니’ 집에서 만난 ‘미미’를 통해 자신의 이름의 뜻이 도도해서 지어진 것이 아니라 단순히 도레미파솔라시도의 음계의 첫 번째 음인 도를 반복해서 불렀다는 것을 미미를 통해 알게 되고는 한없이 위축된다. 도도 뿐만 아니라 미미, 라라, 파파도 있었던 것을 확인하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야’의 집에서 사진으로만 보아왔던, 즉 꿈속의 연인으로 여기고 있었던 미미의 현실은 너무나 초라하기만 하다.

그러나 ‘어머니’의 집에서 미미와 ‘어머니’의 관계를 보고 도도는 처음으로 동반자 관계에서 느낄 수 있는 존재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된다. '난 한 번도 주인을 가져 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내가 누군가의 주인이었던 적도 없다. 그냥 난 나다.'라고 당당히 이야기 하지만, 사실 주인의 액세서리에 불과했던 자기의 처지를 깨닫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생명이 없는 딱딱하고 차가운 액세서리였던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싫증나면 언제든지 버림을 받을 수 있는 존재이다. 그 사실을 깨닫게 되자 도도는 그렇게 기다렸던 주인 ‘야’에게 되돌아갔을 때 스스로 그곳을 박차고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스스로 액세서리가 아니라 자기를 꼭 필요로 하는 동반자를 스스로 선택하겠다고 결심한다.

 “장난감이나 액세서리를 고르듯 개들을 고르는 그런 사람말고, 정말로 내가 절실히 필요한 사람을 찾기 위해서 말이야."

편안히 주인이 주는 음식에 길들여져 있던 수동적인 도도는 이제 스스로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 능동적으로 자신의 삶을 헤쳐나간다. 그러나 삶이 원래 자신의 뜻과 의지대로 움직여 주었던가? 진정한 동반자 ‘상자 할머니’를 만났다고 생각했지만 뜻하지 않게 사고로 동물 보호소에 오게 된다. 상자할머니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도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도도는 예전에 버려진 개들 중에 하나인 뭉치를 동물 보호소에서 만난다. 뭉치를 통해 '넌 우리의 희망이야'라는 말을 듣고 다시 힘을 내고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한다. 그러자 진실로 도도가 원했던 가족을 만나게 된다. 액세서리가 아니라 자신을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수진이네 가족에 편입된 것이다. 보청견으로서 수진이네 집에 온 것이다.
 
도도는 “서로가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되면, 버리고 버림받는 일 따위는 생기지 않겠지”라고 말한다. 그래서 수진이 가족에 편입 된 후 “수진이와 엄마에게는 내가 꼭 필요한 존재야. 그러니 내가 그들을 버릴 수는 있어도 그들은 날 절대로 버리지 못해”라고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작가는, 도도는 아직도 철부지라고 말한다. ‘가족’은 ‘필요’ 때문이 아니라 ‘이해’와 ‘사랑’ 때문에 서로를 놓지 못한다는 것을 아직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왜 제목이 ‘건방진 도도군’인지 명확히 보여 주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건방진 도도는 멋지다. 도도라면 수진이네 가족과 오래 살다 보면 드디어 가족은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이해와 사랑’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제목만큼이나 이 동화의 문체는 통통 튀면서 유쾌하다. 플롯도 탄탄하여서 건방진 도도의 캐릭터를 끝까지 흐트러짐없이 탄력적으로 이끌고 간다. 그래서 이 동화를 읽는 어린이들이라면 도도의 캐릭터에 쉽게 동화되면서 진정한 자신의 동반자를 찾아 나서는 도도의 건방진 모험에 기꺼이, 유쾌하게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풍자적인 시선은 책을 끝까지 붙들 수 있는 힘과 흥미를 제공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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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혜 창비아동문고 233
김소연 지음, 장호 그림 / 창비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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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의 여자 나이 열 네 살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청소년기가 없는 조선 시대의 여자에게 열 네 살에 할 수 있는 일이란 시집가는 일밖에 없다. 물론 가난한 집안의 여식이라면 그 전에 입을 하나라도 덜기 위해 팔리 듯이 시집을 가기도 했을 것이다. 개화기가 되면서 신문물을 접한 집안이라면 그래도 여성들 중에는 신학문을 배우기도 하지만 1910년대에서는 결코 흔하지 않는 일이다.

그러나 쌍둥이 남동생의 정기를 다 빼앗아 혼자 살아남기라도 하듯 열 네 살의 명혜는 시집이란 말만 들어도 소름이 끼칠 정도로 싫었다. 다만 좀 더 공부를 하고 싶었다. 정확히 무슨 공부를 하겠다는 목적은 없었지만 구시대의 인습에 갇혀서 살아가기는 싫었다.

아버지 송참판은 대표적인 구시대를 답습하는 인물로 나온다. 그래서 여자가 공부를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아니, 여자로 태어나 시집가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어딨냔 말이야, 글쎄?”(p 143)
하며 명혜의 서울 유학을 끝내 막았으며, 엄마 역시 여자로 태어난 것을 늘 한탄하면서도 구시대의 인습을 타파하기보다는 그대로 순응하려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일본에서 신학문을 배우고 있는 오빠 명규의 설득으로 드디어 명혜와 여동생 명선은 서울에서 여학교를 다닐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입학도 하기 전에, 을사년 이후 서울은 일본인들의 세상이 되어 있어서 명혜조차도 멀쩡하게 도둑으로 몰리는 상황을 경험하면서 명혜는 서서히 민족의식에 대해,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소심한 것 같지만 자기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명혜는 여성으로서 영어를 잘 한다는 이유로 처음엔 여성 전문 병원에서 학교 다니면서 일을 도와주게 되었지만 그 일을 통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소명의식을 갖게 된다. 그러면서 오빠 명규의 독립운동을 지켜보게 되고 자신도 이 나라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오빠 명규는 동생이 독립운동에 가담하는 것을 반대하지만 명혜는 나랏일에 남자 여자가 어디 있냐며 여자이기 전에 조선사람이고 집안이 있기 전에 먼저 나라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명혜는 단순히 자기 만족을 위해 신학문을 배우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명혜는 여성으로서 뿐만이 아니라, 나라 잃은 백성의 서글픔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꼈다.

3.1운동의 주동자로서 독립운동을 하다 결국 죽음을 맞게 된 명규를 보고 명혜의 삶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된다. 의사가 되기 위해 미국 유학을 가라고 했던 오빠 명규가 죽게 되자 할 수없이 집안으로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던 명혜에게 이번엔 오히려 엄마가 적극적으로 미국 유학을 돕는다. 명혜의 미국 유학은 결국 엄마의 희망이었고, 그 시대의 여성에게 희망의 증표인 것이다.

이 책 ‘명혜’는 개화기 시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일제 강점기 시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 동화이다. 일제 강점기 시대가 배경이기 때문에 독립 운동만을 강조한 동화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여성문제를 구심점으로 하여 점차 민족문제로 확산시켜 나가는 꽤 괜찮은 역사동화이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라면 개화기 시대의 상황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꿈을 향해 한 발짝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가는 명혜의 삶에 진한 감동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어떻게 살까?' 한번쯤 고민해 보는 시간도 갖게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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