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보낼 인생이 아니다
아난드 딜바르 지음, 정혜미 옮김 / 레드스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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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대화를 하지만 나 자신과 대화를 해본 적은 없는 듯하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화가 날 때 내 얘기를 들어줄 누군가를 찾는다. 왜 그럴까. 특별히 나 자신과 대화를 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우리가 늘 해오던 대화의 방식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일까.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리다고 할 수 없을 듯하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 얘기를 가장 잘 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아닐까. 왜냐하면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어떤 고민을 한다고 해도 우리가 이미 그 답을 알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나와 대화를 해보자' 생각한다면 안 될 거 같다. 이상하고 무의미한 짓 같다. 나 또한 그렇게 여태 생각해왔다. 이 소설을 읽어보기 전까진.


이 소설은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한 청년이 사고를 당해 의식은 깨어있지만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면서 내면의 자신과 대화를 하게 되는 이야기다. 지금껏 살아온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면서 가족의 소중함과 나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법을 깨닫게 된다. 나를 가장 잘 알고 있는 '나'를 통해서 말이다.


200페이지도 안되는 짤막한 이야기가 큰 울림을 주는 이유는 단순 명료하다. 지금의 나를 새로운 나로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라는 점이다. 나를 믿고 사랑해주는 가족도, 힘들 때마다 의지가 되는 친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 언제나 가장 가까이서 날 지켜보고 늘 나와 함께 하는 영원한 나의 동반자, 바로 나 자신.


책을 덮고 곰곰이 생각해본다. 나는 얼마나 나의 얘기를 들어주었을까. 지금껏 살아오면서 그런 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는 듯하다. '먹고살기 바빠서 그런 거 생각할 시간도 여유도 없다'라는 핑계를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는 못한 채 입안에서 맴돈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나와 같지 않을까. 특히, 지금처럼 시시각각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현대인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겐 어쩌면 당연한 일일는지도 모르겠다.


이런저런 일로 고민이 많은 요즘이다. 그래서 해결 방법을 찾고자 더욱 이 책이 끌렸던 게 아닐까 싶다. 여전히 고민거리는 내 머리를 뒤흔들어 놓고 있다. 하지만,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할까. 정확히 말하면 의식적으로 그렇게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그것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했으니까 말이다. 그것을 잊어버릴 때쯤이면 다시 한번 이 책을 꺼내보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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